땅꺼짐 2024년 17건→지난해 42건
"잦은 호우, 강화된 집계 기준 영향"
조직·인력·장비 늘려 예방 대책 강화
주요 원인 노후 하수관로 정비도 확대
지난해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 사거리에 생긴 땅꺼짐 사고 현장.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숨지고, 승합차 탑승자 1명이 부상당했다. 강예진 기자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땅이 꺼지는 사고(지반 침하)가 난 지 1년이 지났다. 이 사고를 계기로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던 '지하 위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늘어난 지반 침하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예방부터 대응, 제도까지 안전 관리 체계 전반을 손질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3월 24일 명일동 도로에서는 폭 22m, 길이 18m, 깊이 16m에 이르는 대형 땅꺼짐이 생겨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숨지고 승합차 탑승자 1명이 다쳤다. 국토교통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지반이 약했던 것이 직접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지하수위 저하와 하수관 누수, 오래된 하수관 관리 부족 등이 겹쳐 사고가 났다는 진단이다.
서울의 지반 침하 사고는 점점 늘고 있다. 국토부의 '연도별 서울 지반침하사고 현황'에 따르면 서울에서 이 같은 사고는 2020년 15건, 2021년 11건, 2022년 20건, 2023년 22건, 2024년 17건에서 2025년에는 4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시는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려 흙이 쉽게 쓸려 나간 데다, 기존에는 10㎝ 이상 땅이 꺼진 경우만 집계하던 기준을 10㎝보다 작은 경우까지 포함하도록 바뀐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는 △사전 점검 강화 △빠른 대응 체계 마련 △제도 개선 등 세 가지 방향으로 대책을 추진한다. 지하에 빈 공간이 있는지 확인하는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범위를 지난해 9,595㎞에서 올해 1만6,423㎞로 약 1.7배 늘린다. 탐사 인력도 9명에서 19명으로 늘리고, 차량형·전동형·휴대용 장비를 갖춰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조사 체계를 운영한다.
굴착 공사장과 주변 지역 점검도 크게 강화한다. 지하안전평가 대상 공사장은 연 1회에서 월 1회 이상으로, 도시철도 등 대형 공사장은 주 1회 이상 점검한다. 민원 지역도 수시로 살피고, 관련 결과와 지반 침하 현황은 '서울안전누리'를 통해 공개한다. 올해부터는 공사장 300여 곳의 안전 관리 정보와 지반 변화 관측 자료도 함께 제공한다.
노후 시설 관리와 사전 감시 체계도 함께 강화한다. 시는 2029년까지 30년이 넘은 하수관로 4,830㎞를 전수 조사하고, 2030년까지 총 1,000㎞를 정비할 계획이다. 동시에 지반 침하 관측망을 구축해 센서와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계측 신기술로 땅속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관측공도 2029년까지 250곳으로 확대한다. 주요 대형 공사장에는 신기술을 시범 적용한다.
사고 대응과 보상 체계도 정비했다. 시는 전문가 40명으로 '지하안전자문단'을 구성해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현장에 투입하고, 지반 침하를 시민안전보험에 포함해 최대 2,500만 원까지 보상한다. 영조물(도로·교량·공원 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관리하는 공공시설) 배상보험 한도를 기존 1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올렸으며,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현장 조사와 기술자 상주 의무도 강화했다. 지난해 명일동 사고 유가족에게는 총 5,500만 원과 보험금 9,700만 원을 지급했고, 시공사 측 공사 손해보험(최대 14억 원)을 통한 추가 지원도 협의하고 있다.
한병용 시 재난안전실장은 "지하안전은 단기간에 완성할 수 없는 만큼 관리체계를 근본부터 점검하고, 시민이 안심할 때까지 계속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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