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메모리는 왜 '귀한 몸'이 되었나⑤] 10년 전 구형 반도체가 삼성 ESG ...

사진=삼성전자 제공. [디지털포스트(PC사랑)=박우용 편집위원, 최종희 기자] 삼성전자가 2014년에 출시한 범용 메모리 반도체인 DDR4로 수익성 확대와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눈앞의...

[메모리는 왜 '귀한 몸'이 되었나⑤] 10년 전 구형 반도체가 삼성 ESG ...

디지털포스트 PC사랑 2026년 3월호 커버스토리

2014년 출시 DDR4,실적 효자로... 핵심 캐시카우 등극

감가상각·설비투자 종료로 수익성↑

DDR5·HBM 비중 높일법 한데 가동율 유지 "신의 한수"

中위협 속 범용 반도체 패권 지켜내... DDR5 전환까지 시간 번 중소기업

3세대 10나노급(1z) 8Gb DDR4 D램. 사진=삼성전자 제공.

[디지털포스트(PC사랑)=박우용 편집위원, 최종희 기자] 삼성전자가 2014년에 출시한 범용 메모리 반도체인 DDR4로 수익성 확대와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눈앞의 수익만 쫓았다면 레거시 반도체 생산라인을 정리하고, DDR4 다음 세대인 DDR5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을 늘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DDR4 생산을 멈추지 않았다.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서 여전히 DDR4에 의존하는 수많은 중소 PC 제조사나 산업용 장비 업체를 외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선택은 일거양득의 효과를 불러냈다.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을 견인한 데 더해,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뻔한 범용 반도체 시장 패권을 지켜냈다. 국내 중소기업의 DDR4 공급망이 안정화되는 선순환 구조도 구축했다.

☞DDR이 뭐길래

DDR은 JEDEC(반도체국제표준)이 정한 D램 표준 규격이다. DDR 뒤에 붙는 숫자가 클수록 성능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DDR1에서  DDR5까지 세대가 진화하면서 전압은 낮아지고 대역폭·속도는 개선된다.

용량이 크고 속도가 빠르다는 강점을 지니다 보니 PC·노트북·스마트폰의 메인 메모리로 널리 쓰인다. 서버·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고성능 메모리로 활용되고 있다.

수익·기술 키우고 ESG 실현까지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기간 매출(연결 기준) 93조8374억원과 영업이익 20조737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보다 각각 23.8%, 209.2% 늘어난 수치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전사 영업이익의 약 80%를 DS 부문이 책임졌다.

이번 실적은 단순한 숫자의 의미를 넘어선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주도권 회복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상징한다.

삼성전자는 1년새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2024년 들어 경쟁사가 AI 반도체 시장 큰손인 엔비디아의 HBM 물량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위기론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실적 반등에 회의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지난해 중반까지도 이러한 비관론이 대세로 굳어졌었다.

하지만 대반전이 일어났다. 성능 경쟁력을 확보한 HBM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삼성전자는 시장의 우려를 단번에 해소했다. 이제는 HBM에 힘입어 실적 상승 흐름이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긍정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6세대 HBM인 HBM4가 출격을 앞두고 있다는 게 주요 근거다.

☞진짜 승부처는 HBM4

HBM4는 데이터 저장장치로만 활용되던 이전 세대 제품과 달리,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해왔던 연산기능 일부를 수행한다. HBM과 GPU를 연결하는 '베이스(로직)다이'에 이러한 기능이 더해진 결과다.

앞선 세대의 로직다이는 HBM 끝에 부착돼, GPU와 신호를 주고받는 통로 역할만 해왔다.

이처럼 로직다이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파운드리 회사들의 역할이 커졌다. 기존에는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이 로직다이를 직접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파운드리 업체들이 위탁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유일의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 경쟁사들과 달리 로직다이를 내부에서 직접 설계, 생산할 수 있다. HBM을 담당하는 메모리 사업부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가 동반 성장하는 쌍끌이 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HBM이 기술 경쟁력 회복의 신호탄을 쐈다면, 범용 반도체는 핵심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돼줬다. 그 중에서도 DDR4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DDR4 생산 라인의 경우, 설비 투자가 이미 완료된 상태다. 감가상각 기간도 종료됐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영업이익에 그대로 흡수되는 구조가 갖춰졌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DDR4 가격마저 급등하며 가파른 수익 상승 곡선이 그려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1Gx8)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11.5달러로, 전달(9.3달러) 대비 23.66% 올랐다. 제품 가격이 10달러를 넘긴 것은 201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DDR4 생산을 멈추지 않기로 한 결정이 신의 한수가 된 셈이다. 이 같은 전략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해 냈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2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DDR4 패권 지키고 중기엔 사업 기회

삼성전자가 DDR4 공급을 서둘러 중단했다면 범용 반도체 시장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갔을 것이라는 게 반도체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의 최근 행보를 보면 범용 반도체 시장을 손에 넣기 위해 진격하는 것처럼 보인다. 선봉장은 중국 내 선두 메모리 업체 창신춘추(CXMT)다. 이 회사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지난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몸집을 불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창신춘추의 매출은 2024년 기준 30억 달러를 넘겼다. 2년새 3배 가까이 커진 규모다. 현재 5%대까지 올라선 창신춘추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이 올해 중 두 자릿수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창신춘추는 저가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다. 현재 DDR4를 시장가의 반값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국영 반도체 기업 푸젠진화(JHICC)도 비슷한 전략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권영화 서울기독대학교 글로벌AI융합대학 교수는 "결과론이지만 삼성전자가 DDR4 생산을 멈추지 않으면서 우리나라의 범용 메모리 시장 패권이 유지됐다는 점은 사회적 가치 실현에 부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다만, 캐파(생산능력)가 한정돼 있다 보니, 삼성전자도 DDR5나 HBM 비중을 높여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다. DDR5로의 전환을 조금이나마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식당의 무인 주문 키오스크나 산업용 제어 장치를 만드는 중견·중소기업들에 DDR4는 필수 부품이다. 품질이 검증된 DDR4를 공급받는 것은 사업의 존폐를 가르는 중요한 문제로 여겨진다.

박우용 디지털포스트 편집위원(MDEF 대표)은 "중국산 DDR4는 아직 품질 검증이 덜 됐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가져다 쓸 수 없는 게 업계 현실"이라며 "삼성전자가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계속 생산해준 결과로, 중소 제조사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DDR5로 전환하려면 램을 꽂는 마더보드 설계부터 CPU, 전원부 부품까지 전부 교체해야 한다"며 "언젠가는 DDR5로 넘어가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시간을 벌어준 게 삼성전자"라고 평가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범용 반도체 시장 경쟁력 분석

1.3세대 10나노급(1z 나노) 미세 공정의 기술 숙련도

-삼성전자는 2010년대 말 경쟁사들이 1z 나노 공정의 수율 확보와 투자비 부담에 시달릴 때, 이미 완성된 기술력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DDR4 수요를 선제적으로 흡수하며 막대한 현금 흐름을 창출해왔다.

-지금은 해당 공정에 투여되는 추가적인 설비 투자나 감가상각비 등이 없다시피 하다 보니, DDR4의 영업이익률이 신규 공정인 DDR5나 HBM에 못지않거나 오히려 상회하는 수준이다.

2.압도적 캐파... 하이엔드에서 레거시 수요 대응

-삼성전자는 업계 최대 규모의 생산능력(캐파)을 갖추고 있다. 경쟁사 대비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는 게 수월하다.

-이러한 강점은 시장의 신뢰를 쌓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기존 고객사를 위해 레거시 공정을 경쟁사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이는 곧 고객사 락인(Lock-in)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3.수직 계열화된 종합 반도체 기업(IDM)

-삼성전자는 범용 반도체 가격이 요동칠 때도 안정적인 내부 공급망을 활용해 스마트폰(MX) 및 가전(VD) 사업부의 원가 경쟁력을 방어해왔다. 사업부 간 시너지를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구조인 셈이다.

☞삼성전자 D램 개발·양산 연혁(업계 최초 기록)

-1983년: 64Kb D램 개발(반도체 강국 도약의 초석)

-1992년: 64Mb D램 개발

-1994년: 256Mb D램 개발

-1996년: 1Gb D램 개발

-2004년: 2Gb DDR2 개발(차세대 규격 선점)

-2009년: 40나노급 2Gb DDR3 양산

-2010년: 40나노급 4Gb DDR3 양산

-2012년: 20나노급 4Gb DDR3 양산

-2014년: 20나노급 8Gb DDR4 양산(DDR4 시대 개막)

-2017년: 10나노급 16Gb DDR4 양산

-2023년: 32Gb DDR5 개발(현존 최대 용량)

※본 기획은 디지털포스트(PC사랑)와 시장경제가 취재 및 기사 게시를 공동 진행하기로 한 협약에 따라 작성됐습니다.

(공동 취재단= 디지털포스트(PC사랑) 박우용 편집위원, 시장경제 산업1팀 최종희 팀장)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디지털포스트(PC사랑)’를 만나보세요!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