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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메모리는 왜 '귀한 몸'이 되었나③] AI 열풍의 대가, 컴퓨팅 시장 ...

다행히 근래에는 시장이 경쟁보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마이크론까지 3사의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바탕으로 가격이 유지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 이 세 기업이 만들어내는 것 이상의 급격한 수요가...

[메모리는 왜 '귀한 몸'이 되었나③] AI 열풍의 대가, 컴퓨팅 시장 ...

디지털포스트 PC사랑 2026년 3월호 커버스토리

해답은 공급 뿐, 풀릴 기미 안 보여

문 열자마자 닫힌 DDR5의 전환

다시 DDR4로 돌아가는 PC 시장, AI발 역주행의 시대

메모리 품귀 현상 이미지. 사진=챗GPT

[디지털포스트(PC사랑)=최호섭 편집위원 ] 메모리 값은 언제까지 오를까? 냉정하게 보자면 이 메모리 품귀가 언제 끝날지, 또 메모리 값이 어디까지 오를지 알 수 없다. 공급 부족에 대한 뾰족한 답도 없다. 당분간 메모리 가격은 더 올라도 이상하지 않다. 어쩌면 오늘 사는 컴퓨터가 가장 저렴할 수 있다.

이른바 ‘메모리 대란’은 PC 역사에서 종종 반복되는 하나의 흐름이다. 가깝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사이의 PC와 게임기, 자동차 등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한 차례 반도체 대란이 지나갔고, 멀게는 2000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인터넷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난 PC 수요에 따른 가격 폭등이 있었다.

메모리 가격이 급박하게 오를 때는 유통 시장의 ‘사재기’가 이어지기도 했고, PC 유통 시장에서 메모리가 ‘현금’에 준하는 가치를 가지기도 했다. 심지어 PC방에서 몰래 케이스를 열고 메모리만 뽑아가는 일도 흔할 정도였다. 이처럼 메모리 대란은 PC 시장을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CPU는 두 회사가 꽤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많지 않고, 그래픽카드는 게임이나 그래픽 등 특정 용도가 아니라면 CPU에 포함되는 GPU를 통해 일반 PC의 수요를 채울 수 있다. 하지만 메모리는 모든 컴퓨팅 기기에 기본으로 쓰이기 때문에 이따금 공급 부족에서 시작되는 가격 상승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의 메모리 부족은 과거의 사례들과 달리 AI라는 명확한 수요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지만 적어도 올해는 메모리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고, 앞으로 2~3년이 지난다고 해도 뾰족한 대안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명확히 늘어나는 수요에 공급이 뒤따르지 못하고, 속시원한 공급 계획도 없기 때문이다.

해답은 공급 뿐, 풀릴 기미 안 보여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반도체 공정은 한정되어 있고, 새로운 반도체를 생산하기 전에 어느 정도의 수요를 예측해서 적절한 생산 계획을 세운다. 필요에 따라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것도 몇 년을 내다보는 시야가 필요한 일이다.

지난 몇 차례 메모리 파동에 대한 해법은 사실상 공급 뿐이었다. 메모리는 그 어떤 부품보다 수요 공급에 따른 가격 변동이 예민한 제품이다. 다행히 근래에는 시장이 경쟁보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마이크론까지 3사의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바탕으로 가격이 유지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 이 세 기업이 만들어내는 것 이상의 급격한 수요가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 CG. 사진=챗GPT

PC와 스마트폰 뿐 아니라 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이 크고 작은 컴퓨터를 품게 되면서 메모리는 필수품이 되었지만 왜 이 3개 기업만 만들고 있을까? 2000년대까지만 해도 전 세계 메모리 기업은 이보다 훨씬 많았다. PC가 대중화되면서 수요는 늘어나긴 했지만 메모리 시장의 기술적인 경쟁력과 공급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전 세계 메모리 기업들은 그야 말로 피 튀기는 경쟁을 해야 했다. 그 전쟁은 결국 ‘치킨 게임’으로 이어졌다.

메모리 시장의 치킨 게임이 가는 방향은 명확했다. 서로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생산량을 늘려 시장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었다. 메모리는 공급량에 따라 예민하게 시세가 조정되는 상품이고, 수요 이상의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가격을 낮춰도 수익을 유지하려면 결국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헀다. 이는 결국 직접적인 생산량과 충분한 성능을 약속할 수 있는 생산 수율을 확보한 기업들만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막대한 생산 설비 투자를 통해 이 치킨 게임을 주도했다.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가격 폭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세공정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고, 설비 투자도 이어갔다. 2000년대 초반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하이닉스도 이 때 매각이 이뤄질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메모리 대표 기업인 인피니언은 2009년 파산을 선언했고, 일본 정부가 NEC와 히타치를 중심으로 지원했던 엘피다 역시 2012년, 시장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삼성전자 화성 나노시티 생산 설비 전경. 사진=삼성전자

이 과정에서 시장은 더 낮은 가격에 메모리를 구입할 수 있었다. 메모리 가격은 다시 균형을 찾았고, 오랫동안 큰 변동 없이 균형을 맞춰 왔다. 메모리의 수요는 꾸준히 늘긴 했지만 PC 시장의 정체기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계속해서 늘어나던 PC 메모리의 기본 용량의 기준도 16GB 정도에서 오랫동안 균형을 유지해 왔다. 사실상 게임이나 AI 등 메모리가 더 많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PC 환경에서는 16GB로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 DDR5로 메모리 생산은 더 어려워졌고,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입도 없다. 남은 기업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메모리의 양은 한계가 있고, 이 기업들은 현재의 PC 메모리 부족 해결보다 안정된 판매와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HBM에 집중하고 있다. 특별한 해법이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문 열자마자 닫힌 DDR5의 전환

게다가 메모리 기업들에게 DDR5 메모리는 골칫거리였다. DDR5는 차세대 메모리 규격으로 정해졌지만 고성능 메모리의 주요 수요처인 PC시장에서도 이 새로운 메모리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않았다. DDR5는 DDR4보다 많이 비쌌지만 그만큼 극적인 성능 향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DDR5는 2021년 등장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메모리의 수요에 따른 전환보다는 인텔과 AMD의 세대 전환을 이유로 서서히 DDR4의 자리를 대신해 나갔다.

큰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DDR5 메모리는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했고, 2023년을 전후로 PC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이제 DDR5 메모리는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DDR4를 무난하게 대신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갑자기 예상치 못한 공급 부족이 일어나면서 메모리 값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7만원 대에 살 수 있던 DDR5 16GB 메모리는 이제 30만원을 훌쩍 넘기는 ‘귀한 몸’이 됐다. 인공지능이 빨아들이는 메모리 수요가 가장 큰 이유지만 DDR5 메모리의 공급 부족은 애초에 예고되어 있던 부분이다.

DDR5 메모리는 기본적으로 DDR4에 비해 생산이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DDR5는 대역폭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 뱅크를 2배로 늘렸고, 고속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오류를 체크하고 보정하는 ECC가 기본으로 더해지면서 기본적으로 다이 크기가 DDR4에 비해서 10~20%까지 더 커졌다. 또한 미세 공정과 복잡한 설계를 반영하기 위해 EUV 공정이 필수가 되면서 기본적인 설비 투자 비용이 늘었고, 생산 비용도 크게 높아졌다.

SK하이닉스 DDR5 Tall MRDIMM(256GB). 사진=SK하이닉스

초기에 DDR5 가격이 높게 책정되고 쉽게 떨어지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결국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가격이 떨어졌던 게 지난 몇 년의 일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제조사들은 공급을 줄여 가격을 조정해야 했고, 마침 수요가 폭발하기 시작한 HBM에 투자를 늘려 나가기 시작했다. 기업으로서 DDR5 메모리를 감산헤야 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한계치가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물론 메모리 기업들이 다섯 배가 오를 만큼 DDR 메모리 가격 인상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확한 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그 사이에 DDR5 메모리에 대한 광범위한 수요는 다시 늘어났다.

지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기업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알 수 없다. DDR5 메모리 생산을 다시 늘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마이크론은 DDR5의 가격이 치솟는 이 시점에서 오랫동안 비즈니스의 중심에 서 있던 크루셜 브랜드의 메모리와 SSD 비즈니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DDR5 메모리 대란에 대한 대응은 커녕 오히려 HBM으로 모든 역량을 전환한 셈이다. 한 마디로 이제 DDR5 메모리를 만드는 회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남았다는 이야기다.

당분간은 메모리 가격을 바탕으로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기기의 가격이 올라간다. 현재 메모리를 얼마나 확보해 두었는지에 따라 그 시기가 다소 미뤄질 뿐 DDR 메모리, 그리고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상승세는 쉽게 풀리기 어려워 보인다.

PC 시장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품 가격에 예민한 조립 PC 시장은 실시간으로 가격 상승이 반영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물량을 확보해 두었던 대기업의 완제품 PC는 조금 여유를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고, 이미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

다시 DDR4로 돌아가는 PC 시장, AI발 역주행의 시대

인텔 파운드리 공정. 사진=인텔

애초 DDR5가 가격의 장벽 때문에 전환이 미뤄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DDR5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대안으로 다시 DDR4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사실상 역주행인 셈인데, 공교롭게도 DDR5 가격이 떨어지기 전, 길었던 과도기의 기술적인 흐름이 DDR5에서 DDR4로 역행을 열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인텔의 코어 프로세서다. 인텔은 DDR5 메모리의 등장과 함께 내놓은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DDR4와 DDR5 메모리를 함께 쓸 수 있도록 하이브리드 메모리 콘트롤러를 심었다. 결론적으로 이 전략 덕분에 메인보드 제조사들은 DDR5와 DDR4를 선택해서 디자인할 수 있게 됐다. 비용을 낮춰야 하는 PC 제조사들에는 DDR4 메모리를 통해 선택권을 열어주게 됐다. 이 하이브리드 메모리 콘트롤러는 14세대 코어 프로세서까지 이어졌는데, 이 때문에 최근 다시 14세대 코어 프로세서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프로세서를 기술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PC 구조에서는 메모리를 제어하고 CPU와 매끄럽게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메모리 콘트롤러가 CPU 안에 포함되어 있다. DDR4와 DDR5는 속도 뿐 아니라 그 작동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메모리를 다루는 콘트롤러가 필요하다. 사실상 CPU가 메모리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다.

인텔의 하이브리드 메모리 콘트롤러는 소비자들에게 메모리의 선택권을 준 것이다. 사실 인텔은 메모리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고, 프로세서의 성능을 최고로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의 프로세서에는 꼭 가장 최신의 고속 메모리 규격을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DDR5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하이브리드 메모리 콘트롤러가 자리를 잡게 됐고, 역설적이지만 지금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바탕을 마련해 주었다.

아예 가격을 극단적으로 낮추기 위해 인텔의 U300 같은 펜티엄 급의 프로세서가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한다. 그다지 반길 만한 일은 아니지만 DDR4 메모리 역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가격 중심의 PC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메모리 뿐 아니라 프로세서 선택에도 최대한의 다이어트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AMD 라이젠 프로세서 AM5 소켓. 사진=AMD

AMD는 신제품 뿐 아니라 업그레이드 수요를 동시에 내다보고 있다. AMD의 최신 라이젠 프로세서는 AM5 소켓과 함께 시스템을 완전히 DDR5 메모리로 전환했다. 프로세서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메모리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메모리가 새 프로세서 구입의 장벽이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AMD는 기존 DDR4의 메모리를 기반으로 설계된 AM4 규격 프로세서들을 내놓는다. AMD는 최근 젠3(Zen3) 아키텍처 기반 라이젠 5000 시리즈 프로세서들을 다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DDR5는 기존처럼 고성능 라인업을 위주로 하고, 낮은 가격대의 PC 수요에는 DDR4와 이에 어울리는 이전 세대 프로세서를 짝지우는 전략이다.

전반적으로 PC 시장은 당분간 메모리와 메인보드를 교체하는 플랫폼의 세대 전환은 어렵고, 기존에 쓰던 DDR4 메모리를 살려서 프로세서만 가장 최근 세대로 업그레이드하는 형태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게임이나 그래픽, 인공지능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일반 사무용, 가정용 컴퓨터는 DDR4를 기반으로 한 소극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AI는 컴퓨터 역사에 거대한 기술 혁신을 가져왔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는 GPU도, 메모리도 마음 편하게 쓸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우리의 PC 환경은 역사상 처음으로 혁신이 아니라 ‘타협’과 ‘버티기’를 통해 과거로 되돌아가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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