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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메모리는 왜 '귀한 몸'이 되었나①] AI 성장의 블랙홀, PC 가성비 시대...

2026년 2월 초 기준 메모리 가격은 가장 많이 쓰이는 삼성전자 DDR5 16GB이 35만원 선, 32GB는 70만원에 달한다. 불과 6개월 전인 지난 2025년 9월만 해도 16GB가 7만원, 32GB가 13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오른...

[메모리는 왜 '귀한 몸'이 되었나①] AI 성장의 블랙홀, PC 가성비 시대...

디지털포스트 PC사랑 2026년 3월호 커버스토리

DDR5 내려놓고 HBM 쫒는 메모리 시장

다시 주목받는 DDR4 메모리, 웃음 짓는 중국

낸드 플래시도 상승, SSD도 안심할 수 없어

PC, 스마트폰, 게임기까지 꿈틀… 메모리 나비효과

D램 가격 상승 이미지. 사진=AI 생성

[디지털포스트(PC사랑)=최호섭 편집위원 ] PC를 사는 일 자체가 큰 일이 되고 있다. 게이밍과 동영상 편집에 쓰이는 GPU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여기에 DDR5 시스템 메모리와 SSD 등 플래시 메모리의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PC 전체 가격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메모리 가격이 아침 저녁으로 달라질 만큼 변동성도 심하다.

2026년 2월 초 기준 메모리 가격은 가장 많이 쓰이는 삼성전자 DDR5 16GB이 35만원 선, 32GB는 70만원에 달한다. 불과 6개월 전인 지난 2025년 9월만 해도 16GB가 7만원,  32GB가 13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오른 셈이다. 16GB 메모리 두 개를 듀얼 채널로 꽂는다고 하면 적어도 56만원을 더 내야 한다. 그야 말로 끔찍한 상승세다. 그저 램 뱅크가 비어 있어서 16GB 네 개를 채운다는 사치는 이제 상상도 못할 일이다.

DDR5 내려놓고 HBM 쫒는 메모리 시장

삼성전자 DDR4 모듈. 사진=삼성전자

메모리 가격 상승의 여파는 이제 DDR5에 주력 시장을 내어준 DDR4로도 옮겨 붙었다. 삼성전자의 DDR4 16GB 메모리는 22만원 선에 팔린다. 지난해 초만 해도 DDR5로 전환이 이어지면서 DDR4는 그 가치가 떨어졌고, 16GB 하나를 4만원 대 초반에도 구입할 수 있었다. 이 역시 5배는 오른 셈이다. 그나마도 DDR5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가격을 중심에 둔 PC는 DDR4로 전환하는 흐름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인공지능 때문이다. 당장 GPU에 들어가는 그래픽 메모리는 물론이고, AI 컴퓨터의 핵심인 HBM의 수요도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 모든 시스템이 늘어나는 데에 따른 DDR5 시스템 메모리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일찌감치 2026년 생산할 HBM, DDR, 낸드플래시 등 모든 메모리의 공급 계약이 완료됐고, 2027년 공급도 빠르게 계약이 채워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지금의 AI 컴퓨팅 수요는 단기간에 정리될 기세가 아니기 때문에 쉽사리 메모리 공급 부족이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HBM의 경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상황인데, HBM이 HBM4로 세대 교체를 통해 집적되는 메모리의 양이 더 많아졌고, 가격도 더 높아졌다.

이런 추세는 비단 HBM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은 2026년 2월부터 일반 소비자용 DDR 메모리와 낸드 플래시 등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마이크론은 1천 억 달러, 원화 150조 원 대 투자를 통해 HBM에 집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흐름은 다른 메모리 기업들로 번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반 DDR 메모리를 높게 쌓아 만드는 HBM의 특성상 공급자 입장에서는 현재 만들어지는 메모리를 최대한 HBM4에 투입해서 AI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채비만 갖춰진다면 더 많은 기업들이 DDR 메모리를 PC용 모듈보다 HBM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세 기업의 HBM 집중은 당장 PC 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현재 PC용 DDR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약 40%, SK하이닉스는 약 35%, 마이크론은 약 20%를 차지한다. 세 회사가 만들어내는 PC용 DDR 메모리가 전체 시장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HBM의 집중은 자연스럽게 DDR 메모리 부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남은 시장은 국가 지원을 등에 업고 막 신흥 주자로 떠오르는 중국 기업들 정도다.

다시 주목받는 DDR4 메모리, 웃음 짓는 중국

그러다 보니 DDR4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따라서 급증하고 있다. DDR4 메모리는 DDR5 메모리의 대중화를 통해 은퇴를 앞두고 있었다. DDR5 메모리는 2021년 인텔의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함께 시장에 등장했다. AMD 역시 2022년 Zen4 라이젠 프로세서를 통해 메모리 시스템을 DDR5로 전환했다. 하지만 DDR4 메모리보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비쌌고, 그 가격 차이에 비해 성능은 와닿을 정도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용자로서는 차라리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용량의 메모리를 갖추는 편이 더 유리했고, 이 때문에 많은 PC가 여전히 DDR4에 의존해서 운영이 되어 왔다. 이 문제는 2023년 하반기 즈음에서야 풀리기 시작했다. DDR5 메모리의 생산 수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왔고, 그에 비해 인기는 크지 않았기 때문에 수요 공급에 예민한 메모리 시장의 특성상 DDR5 메모리 가격이 빠르게 떨어졌다.

더구나 이 즈음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정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폭발적인 게이밍 수요도 안정세를 찾아가던 시기이다. 2024년 이후 DDR5는 드디어 주류에 올라섰고, 메모리 기업들은 DDR4의 생산을 급격하게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DDR4를 생산할 여력을 HBM으로 전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PC 시장의 주류 역시 이미 DDR5로 넘어갔기 때문에 더 이상 미련을 둘 이유도 없었다.

중국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LPDDR5X 제품. 사진=CXMT

대신 중국 기업들은 DDR4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높아지는 시스템 수요에 비해 메모리 수급이 부족했고 미국의 규제가 더해지면서 공급 불안을 안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직접 메모리 생산에 나서기 시작했고, DDR5에 대한 기술력을 당장 따라잡기보다 적절한 성능과 기술적 안정성을 갖춘 DDR4 메모리로 시장에 뛰어 들어 왔다. 불안정한 DDR5 공급에 기대기보다는 성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DDR4 메모리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DDR5 메모리의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중국의 이 같은 메모리 전략은 큰 전환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애초의 안정적인 내수 시장의 메모리 공급이라는 목표는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게 됐고, 이제는 DDR5를 피해 다시 DDR4 메모리로 되돌아오는 수요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사실상 이제 DDR4 메모리 시장은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생산 라인의 대부분을 HBM과 DDR5로 전환했고, 마이크론은 아예 일반 소비자용 메모리 생산을 정리했다. 지금에 와서 3대 메모리 기업들이 다시 DDR4 생산에 뛰어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DDR5 메모리 생산량을 조정해야 하는 시기인데, 이 역시 HBM에 우선순위가 밀려 있다.

메모리는 생산량을 단숨에 조정할 수 없고, 한 번의 결정이 몇 년 뒤의 흐름을 가름짓기 때문에 DDR5 메모리 가격이 당장 평온했던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DDR4 메모리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중국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DDR4 메모리에 집중하고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지금이야 ‘중국산 메모리’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높지 않지만 DDR4 관련 메모리 기술은 이미 안정 단계에 있기 때문에 중국이 DDR4를 기반으로 메모리 시장에 안착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반도체는 규모의 경제가 중심이 되는 비즈니스다. DDR4 메모리의 충분한 수요를 바탕으로 생산량을 확장할 여력이 생기면 중국의 주요 기업들이 메모리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장기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후 DDR5를 비롯한 메모리 시장의 확장도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결과론적이지만 미국은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중국에 여러가지 규제를 이어 왔지만 메모리 부족과 맞물려 오히려 대중 컴퓨팅을 떠받치는 DDR4 메모리 시장을 통째로 중국에 열어준 셈이 됐다. 지금은 어색하지만 곧 세계가 PC와 스마트폰에 중국산 메모리를 당연한 듯 쓰게 될 수도 있다.

낸드 플래시도 상승, SSD도 안심할 수 없어

중국 YMTC 128단 낸드플래시 제품. 사진=YMTC

메모리 가격 상승은 비단 DDR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 메모리에 그치지 않는다. SSD나 SD카드 등 저장 장치로 쓰이는 플래시 메모리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플래시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직접적으로 DDR 메모리와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낸드플래시는 지난 몇 년 동안 혹독한 감산이 예고된 바 있다. SSD는 계속해서 속도와 용량을 높였지만 주요 소비처인 PC 시장이 게이밍을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신통치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PC와 게임기 등 반짝 상승세가 있긴 했지만 NVMe를 중심으로 하는 SSD의 생산량은 수요보다 훨씬 높았다.

자연스럽게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가장 높은 성능의 2TB SSD가 10만원 남짓한 가격에 팔렸고, DRAM이 빠지거나 전송속도가 조금 느린 PCIe 3.0 기반 NVMe SSD는 7~8만원 대에도 팔렸다. 주력 제품인 1TB 가격은 5만원 대를 유지하는 데에도 애를 먹었다.

이는 메모리 기업들의 수익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고, 자연스럽게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장 공간과 속도는 빨라지고 가격이 내리는 것이 낸드 플래시를 비롯한 스토리지 시장의 흐름이긴 하지만 2020년 이후의 급격한 가격 하락은 큰 타격이었기 때문에 지난 1년 여 간 서서히 이어져 온 가격 인상 흐름에도 생산량은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또한 낸드 플래시 생산 라인은 AI 컴퓨터용 SSD로 전환되고, 온 디바이스 AI를 중심으로 한 엣지 AI의 성장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기록하고 학습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제조사로서는 일반 소비자용 SSD를 많이 찍어 가격을 내리면서 판매량을 늘려야 할 이유가 없다. 원하는 수준의 가격대에 팔면서 이미 수요가 확실한 AI 시장으로 수익을 높이는 전략이 이어지면서 메모리 기업들의 공급자 우위 분위기가 플래시 메모리에도 자리를 잡았다.

이는 SSD 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 등에 쓰이는 SD카드 시장도 다르지 않다. 3만원 남짓이면 살 수 있었던 256GB 마이크로SD 카드는 이제 6만원을 훌쩍 넘겼고, 속도에 따라 7만원 이상을 내야 살 수 있다. 오히려 닌텐도가 가격을 통제하는 마이크로 SD 익스프레스 카드가 초기 가격을 유지하면서 가장 저렴한 선택지가 됐을 정도다.

PC, 스마트폰, 게임기까지 꿈틀… 메모리 나비효과

결국 PC와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모든 컴퓨팅 시장의 가격 인상은 나비효과처럼 번져나갈 전망이다. 이미 GPU의 부족으로 고성능 게이밍 PC 가격은 크게 올라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메모리가 더해지면서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업그레이드를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제 게이밍 PC는 같은 성능을 내려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반대로 보면 같은 비용으로 더 낮은 성능이 보편화된다는 이야기다. 게임 개발사로서도 고성능보다는 현재의 시스템 상황을 염두에 두고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록스타게임스의 GTA6가 출시되면서 게이밍 그래픽이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딛고, 그에 따라 고성능 PC 시장의 호황을 기대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한 일이 되었다.

플레이스테이션 5 이미지. 사진=SIE

당장 게임 시장은 불안에 떨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5와 X박스 시리즈 X 등 9세대 콘솔 게임기는 반도체 공급 문제로 가격을 여러 차례 올린 바 있다. 이제까지는 세대 막바지로 갈수록 가격이 더 내려가는 것이 당연했지만 정반대의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GDDR6 메모리가 중심이 되는 플레이스테이션 5와 XBOX 시리즈 X의 구조 때문에 또 다시 값을 올리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LPDDR5X 메모리를 쓰는 닌텐도 스위치 2 역시 메모리 부담을 피해갈 수 없다. 실제로 닌텐도는 스위치2용 메모리 모듈 비용이 41% 높아졌고, 저장 장치에 쓰이는 낸드 플래시 역시 8% 높아졌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올해 닌텐도가 스위치 2를 한 대 팔 때마다 50달러까지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스위치 2는 그 어느 때보다 순조롭게 판매량을 높여가고 있었지만 결국 메모리 때문에 제품 가격이 오르거나, 공급이 발목잡힐 수 있다는 우려로 주가가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스마트폰 역시 인공지능을 기기 내에서 더 많이 처리하는 온 디바이스 AI가 떠오르면서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게 됐지만 제조사들의 메모리 부담은 엄청나게 커졌다. 그렇다고 AI를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성능 AI 처리를 내세우는 플래그십 스마트폰들은 가격 인상이 불보듯 뻔한 일이 됐다. 반면 가격을 낮춰야 하는 중저가 시장에서는 온 디바이스 AI의 비중을 줄이거나 메모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더 작은 AI 모델을 품어야 한다.

결국 다시 시장은 클라우드에 기댈 수밖에 없다. 온 디바이스 AI와 엣지 AI로 데이터센터의 부담을 줄이고 속도를 높이던 추세는 다시 클라우드 중심의 AI 구조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비용 부담을 줄이고, 같은 결과물을 더 적은 토큰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최근 생성형 AI 서비스들의 가장 큰 숙제인데, 반대의 상황이 몰려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클라우드 게이밍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더 나은 PC를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클라우드’,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 등 시스템 자원을 빌려 쓰는 게이밍 환경이 당장의 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일반적인 환경에서도 한동안 주춤했던 클라우드 중심의 컴퓨팅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명확한 것은 이제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컴퓨팅 비용이 더 늘어나게 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메모리’와 ‘지옥’을 결합한 ‘램마게돈(RAMmageddon)’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 컴퓨터의 형태, 그리고 컴퓨팅 환경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AI의 놀라운 성장이 오히려 AI 기기에 대한 부담을 높여 대중화를 가로막는 상황을 눈 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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