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최현준 기자|구글이 인공지능(AI) 메모리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터보퀀트(TurboQuant)’ 기술을 공개하면서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메모리 수요 감소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오히려 AI 확산을 통해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오며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AI가 발전할수록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한다는 기존 통념을 무너뜨리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당장 ‘터보퀸트’ 기술 공개 후, 글로벌 반도체 기술주가 하락하며 시장이 반응하기도 했다. 구글발 ‘딥시크 쇼크’로까지 불리는 해당 기술의 파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사진=AP 뉴시스
AI 모델 최적화 위한 ‘터보퀸트’란 무엇인가
업계에 따르면 구글 리서치는 최근 새로운 AI 압축 알고리즘 터보퀀트를 발표했다. ‘터보퀀트’는 AI 모델의 메모리 사용 효율을 극대화한 기술이다. 정확도를 유지하면서도 모델의 크기를 극단적으로 축소하는 압축 기술을 사용해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분의 1 수준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구글은 해당 기술이 기존 알고리즘보다 더 적은 오류로 데이터를 압축할 수 있고 AI 처리 속도도 8배 높인다고 설명했다.
‘터보퀀트’ 핵심은 맥락 데이터의 크기를 줄이는 ‘극좌표양자화’(폴라퀀트)와 오차를 줄이는 ‘QJL’(양자화 존슨-린덴스트라우스 변환) 기술이다.
우선 ‘폴라퀀트 기술’은 AI가 다루는 데이터의 구조를 ‘직교좌표계’에서 ‘극좌표계’로 바꾸는 방식으로 크기를 줄인다. 예를 들어, “동쪽으로 3칸, 북쪽으로 4칸 가라”는 지시를, “37도 각도로 5칸 가라”로 바꾸는 식이다. 압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오차는 ‘QJL 기술’을 이용해 바로잡는다. 이 기술은 단 1비트만을 소모해 메모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일종의 ‘수학적 오류 검사기’ 역할을 하게 된다.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연산량은 증가하는 것도 ‘터보퀀트’의 특징으로 꼽힌다. 데이터 자체를 작게 만들어 메모리 사용을 줄이고, 계산 중간값을 저장하지 않고 필요할 때 다시 계산하는 형태다. 메모리 사용량은 줄고, 연산량은 증가하는 구조인 셈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술 상용화 호재로 이어질 수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터보퀀트 기술 상용화로 혜택을 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수주 증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그록(Groq)3' 언어처리장치(LPU) 칩을 제조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16일(현지시간) 'GTC 2026'에서 공개한 Groq3 LPU 칩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역할을 나눠 추론 성능과 효율성을 높이는 칩으로 삼성전자가 제조를 맡았다.
LPU는 칩 내부에 대규모 초고속 메모리(SRAM)를 직접 탑재, D램 공정 기반의 HBM을 사용한 기존 GPU에서 발생하던 병목현상을 개선했다. 수천 개 코어를 활용해 여러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연산에 강한 GPU는 외부 메모리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생긴다.
추론 중심 AI...메모리 구조도 바뀐다
AI 기술이 추론 중심으로 고도화되면 메모리 수요가 고대역폭메모리(HBM)나 대용량 메모리(D램)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확대된다. 즉 S램을 기반으로 한 추론용 AI칩과 같은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수주가 증가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양사의 메모리 수요 증가가 곧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터보퀀트 알고리즘이 활용된다면 추론 비용이 하락을 달성할 수 있지만 수요는 폭발할 것이며, 속도 및 퀄리티 하향 없이 장기 컨텍스트 윈도 및 대규모 배치의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AI 메모리 수요 감소 요인은 AI서비스 개선 속도 둔화, AI 모델 기업끼리의 경쟁 구도 완화, AI산업 잠재시장 성장 둔화 등 주로 AI 기능이 고착화되는 지점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D램과 반도체 가격, 데이터센터 비용, AI모델이나 클라우드 기업의 수익성, AI모델의 최적화와 비용 절감 등은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나증권도 “구글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불확실하고, 해당 기술의 검증 및 확장 속도도 불명확하다”며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분기에 이어 2분기, 3분기 메모리 가격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으며, 연중 공급부족이 지속될 것을 고려하면 D램의 가격 상승폭 상향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KB증권 역시 “터보퀀트 등 다양한 저비용 AI 기술은 AI 사용장벽을 낮추고 전체 수요를 폭발적으로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며 “연산량 증가와 메모리 탑재량 확대로 AI 생태계가 확장되면 최대 수혜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메모리 수요 증가시킬 것...긍정적 전망 기대
시장에서는 ‘터보퀀트’를 계기로 거대 기술 기업들의 메모리칩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이 때문에 구글의 기술 공개 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기술 때문에 메모리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다소 과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AI 기술 발전과 확산으로 이어져 전체 메모리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숀 김 모건스탠리 분석가는 “모델이 성능 저하 없이 메모리 요구량을 낮춰 실행할 수 있다면 비용이 크게 줄어들며 AI 도입의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비용이 절감되면 제품 채택 수요도 증가해 장기적으로 메모리 제조사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터스 어드바이저스의 앤드루 잭슨 분석가는 “극심한 (메모리) 공급 제약 상황을 고려할 때 구글의 이번 기술이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AI 효율화 기술이 비용 절감을 넘어 AI 활용 범위를 확대시키며, 결과적으로 메모리 수요를 더욱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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