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는 “장기 산업 전략과 지역 균형발전은 필요하지만 미래 세대가 살아갈 땅과 물을 담보로 한 속도전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환경영향평가와 기후변화영향평가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정부가 추진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두고 개발 속도보다 전력·용수 수급과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기후 영향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규모 산업시설의 신속한 조성을 이유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간소화할 경우 지역 주민의 물 이용권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린피스는 14일 성명을 내고 “장기 산업 전략과 지역 균형발전은 필요하지만 미래 세대가 살아갈 땅과 물을 담보로 한 속도전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환경영향평가와 기후변화영향평가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간소화와 전력·용수 선확보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정작 사업의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검증 절차는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조성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총 24.7GW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원전 약 18기에 해당하는 규모로, 전력 공급을 위해 신규 원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확대, 석탄발전소 수명 연장 등이 추진될 경우 국가 탈탄소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린피스는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전망이 정부와 사업자의 추산에 의존하고 있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력 공급 방식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부합 여부도 사업 승인 전에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력 공급 대책이 화석연료 발전 확대를 전제로 한다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가 감축목표 달성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용수 확보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광주·전남 지역에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가 조성될 경우 하루 65만 톤 규모의 산업용수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지역은 최근 극심한 가뭄을 겪은 바 있다.
그린피스는 기후위기로 가뭄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산업용수 수요가 생활·농업용수와 충돌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댐이나 광역상수도 등 공급시설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말고 물 재이용과 공정 효율화, 수요관리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환경영향평가 절차와 사업 허가 순서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국내 대규모 국가사업이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되기 전에 입지와 사업계획이 사실상 확정되는 ‘선 허가, 후 평가’ 구조로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가프로젝트의 경우 신속한 사업 추진을 명분으로 평가 기간을 단축하거나 절차를 간소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환경영향평가가 사업계획을 조정하는 실질적인 수단이 아니라 사후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린피스는 유럽연합(EU)의 환경영향평가 제도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법원의 판결, 국내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결정 등을 언급하며 국제사회는 사업 승인 이전에 환경과 기후 영향을 평가하는 ‘선 평가, 후 허가’ 원칙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LNG 발전사업 허가 취소 소송도 사례로 제시했다. 대규모 전력 소비시설과 이를 위한 발전사업을 추진하면서 환경영향평가와 기후변화영향평가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린피스는 정부에 ▷전력·용수 공급계획과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추정치에 대한 외부 검증 ▷온실가스 배출 전망과 NDC 부합 여부 공개 ▷재생에너지와 용수 공급 한계에 대한 구체적 검증을 요구했다.
또 ▷수요관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물 재이용 등 자원 효율화 정책 강화 ▷환경영향평가와 기후변화영향평가를 사업 승인 이전에 실시하는 제도 개선도 촉구했다.
그린피스는 “산업 계획은 10년의 문제지만 기후는 100년의 문제”라며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도 충분한 검증과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 투자, 환경영향평가 강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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