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고물가와 치솟는 집값에 밀려 부모 집으로 돌아가는 미국 청년이 늘면서 동거를 실패가 아닌 합리적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美 청년 절반, 부모 집으로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최신 가계경제·의사결정 조사에서 지난해 30세 미만 성인의 49%가 부모와 함께 산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보다 12%포인트 늘어난 수치이며, 이 중 약 3분의 1은 25세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 학자금 대출 부담이 청년들의 독립 시기를 늦추면서 성인기 문화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WSJ은 “20대 청년이 부모 집에서 사는 것은 한때 독립에 실패했다는 의미이자, 부끄러운 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금융서비스업체 스라이번트가 올해 봄 실시한 조사에서도 부모 집으로 돌아간 청년의 약 55%가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일부는 이를 숨기지 않고 자신을 ‘집에서 사는 딸’이나 ‘집에서 사는 아들’로 소개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뉴욕에서 혼자 살다 연인과 헤어진 뒤 어머니 집으로 들어간 서맨사 스토보(33)는 본가살이를 SNS에 공개하며 “아무도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두 차례 실직 후 부모 집으로 돌아온 케이시 라이트(28)는 “가능하다면 내일이라도 독립하고 싶다”면서도 “높은 주거비가 걸림돌”이라고 털어놨다. 템플대 로런스 스타인버그 교수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이 연령대 미국인들에게 가장 일반적인 주거 형태가 됐다”고 WSJ에 설명했다.
한국도 전업자녀 확산
한국에서도 청년들이 독립 대신 부모와 함께 사는 삶을 택하는 흐름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중 54.4%가 부모와 동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는 19~24세가 78.1%로 가장 높았고, 25~29세 56.0%, 30~34세도 29.9%에 달했다. 독립해서 사는 청년은 45.6%에 그쳤다.
청년 고용 부진과 치솟는 주거·생활비가 겹치면서 본가로 돌아오는 청년이 늘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가사노동을 맡는 ‘전업자녀’로 자리 잡는 추세다.
전업자녀는 전업주부 개념을 자녀에게 적용한 신조어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성인 자녀가 요리·빨래·청소 등 집안일을 맡는 대신 주거·식비를 지원받는 형태를 가리킨다. 부모에게 경제적으로만 기대는 캥거루족이나 니트족과 달리, 가사노동이라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 구별되는 지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 10명 중 7명이 요리·청소 등 집안일을 분담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가족 단위의 돌봄 기능이 되살아난다는 긍정적 해석이 있는 반면, 사회학계에서는 부모의 경제적 여유가 뒷받침돼야 성립되는 구조인 만큼 계층 격차를 반영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모가 은퇴하거나 소득이 끊기면 자녀도 함께 경제적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어 청년 자립 지연이 길어질 경우 부모 세대의 노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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