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분기 실적과 강한 다음 분기 가이던스를 내놓으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수혜 기대감이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엔비디아, 1분기 매출 122조원 '사상 최대'
엔비디아는 20일(현지시간) 2027회계연도 1분기(2026년 2~4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816억2000만 달러(약 122조2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789억~791억 달러를 웃도는 수치며 사상 최대 매출액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35억 달러(80조137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1.87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 1.77달러를 상회했다.
특히 시장의 관심을 모은 건 2분기 실적이다. 엔비디아는 예상 매출액으로 910억 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 87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이는 중국 판매 매출을 제외한 수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로 중국향 매출이 가이던스에서 빠졌음에도 시장 기대치를 넘어선 것은 비중국 지역의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그만큼 견조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데이터센터가 견인…빅테크 캐팩스도 메모리로 흘러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는 데이터센터 부문이 견인했다. AI 가속기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GPU 출하가 늘었고, 이는 GPU에 함께 탑재되는 HBM 수요 증가로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빅테크들의 AI 투자 확대 흐름도 메모리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올해 메모리 가격 상승을 자본적지출(캐팩스)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대형 AI 반도체 고객사들의 선제적 메모리 확보 움직임이 국내 메모리 양사에 중장기 실적 안정성을 더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범용 D램, 낸드플래시 계약 가격은 직전 분기보다 50% 이상 급등했다. 메모리 가격 협상력이 공급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SK하이닉스, 엔비디아향 매출 7.8조…영업이익률은 엔비디아 능가
수혜 강도가 가장 큰 곳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의 HBM3E 핵심 공급사로, 블랙웰(Blackwell) 플랫폼 출하 확대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미국 매출은 34조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 늘었고, 이 가운데 엔비디아향 매출만 7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률도 72%에 달해 같은 기간 엔비디아 영업이익률(약 42%)을 웃돌았다. 차세대 제품인 HBM4의 양산도 이미 시작한 상태로, HBM4E는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메모리 공급 부족은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라며 "이는 단순히 캐팩스 집행 시점과 클린룸 건설의 리드타임 때문이 아닌, HBM으로 인해 촉발된 변화"라고 분석했다. 그는 "HBM은 범용 D램 대비 약 3배 이상의 캐파(Capa)를 소모하기 때문에 동일한 캐팩스를 투자해도 과거 대비 D램 공급이 늘어나는 속도는 현저히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조적인 공급 부족은 과거 관행적으로 운영되어 왔던 장기공급계약(LTA) 구조를 바꾸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하이퍼스케일러와의 LTA는 1년이 아닌 최대 5년의 계약으로 중장기 물량 변동성을 줄이고, 높아진 평균판매단가(ASP)를 장기 계약가격의 하단으로 설정해 영업이익률의 하방 리스크를 줄이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P4 파운드리 라인 HBM4로 전환…공급망 진입 확대 기대
삼성전자도 HBM 공급망 진입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P4 팹의 파운드리 라인을 HBM4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며 대응 역량 확보에 나섰다. 1분기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를 봤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부문의 영업 레버리지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전반적인 캐팩스 타임라인이 당겨지고 있으나 최소 2027년까지 수요 초과 환경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증설 계획 후순위인 낸드(NAND) 가격이 실적 상향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지목되는 파운드리 부문은 하반기부터 수율 개선, 신규 수주 확대 등 체질 개선 기대감이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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