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의 판도가 뒤집혔다. 부동의 1위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견고한 성벽을 쌓은 가운데, 삼성SDS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과거 외국계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클라우드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 자리를 거머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순히 서버를 빌려주는 인프라(IaaS) 경쟁을 넘어,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SaaS)를 하나로 묶어 제공하는 '종합 클라우드 서비스'(CSP) 역량이 시장의 성패를 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시장조사기관 IDC의 '2024년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CSP) 마켓셰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6조237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기업별 점유율 순위의 변화다.
AWS는 매출 1조3720억원, 점유율 22.0%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하지만 2위 싸움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삼성SDS가 점유율 11.3%(매출 7030억원)를 기록하며 MS(9.6%, 6010억원)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2위에 안착한 것이다. 이어 네이버(5.0%), KT(2.0%)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성장세 면에서도 삼성SDS의 독주는 매서웠다. 삼성SDS는 전년 대비 29.4%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주요 사업자 중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MS(28.6%)와 AWS(24.9%) 역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삼성SDS의 폭발적인 확장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업계에선 삼성SDS 성장세의 비결로 '종합형 CSP 전략'을 꼽는다. 과거 클라우드 시장이 서버와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자원을 대여하는 IaaS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그 위에서 구동되는 플랫폼(PaaS)과 완성형 소프트웨어(SaaS)의 통합 경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IaaS 부문만 놓고 보면 AWS의 점유율은 52.6%로 압도적이다. 국내 업체인 삼성SDS(15.3%), 네이버(7.8%), KT(6.0%)가 추격하고 있지만 격차는 여전하다.
하지만 SaaS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삼성SDS는 SaaS 영역에서 점유율 12.3%를 기록하며 글로벌 강자인 MS(11.3%)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기업용 클라우드 플랫폼인 '삼성 클라우드 플랫폼'(SCP)을 기반으로, 생성형 AI 플랫폼 '패브릭스'(FabriX), 협업 솔루션 '브리티웍스'(Brity Works) 등을 결합해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고객들은 이제 단순히 서버만 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즉시 사용 가능한 AI 기능과 업무용 소프트웨어까지 한 번에 해결하길 원한다"며 "삼성SDS는 그룹사 물량을 통해 검증된 보안성과 생성형 AI 솔루션을 패키지화해 기업용(Enterprise) 시장을 공략한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성과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호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포레스터(Forrester)가 발간한 '2026 퍼블릭 클라우드 플랫폼 랜드스케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SDS는 전 세계 주목할 만한 벤더 28개 중 하나로 등재됐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유일한 성과다.
이는 삼성SDS가 단순한 SI(시스템 통합) 기업에서 벗어나, 기술 중심의 CSP 사업자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음을 의미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특히 보안이 중시되는 금융, 제조, 공공 분야에서 외산 클라우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하는 '클라우드 소버린(Sovereignty, 데이터 주권)' 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반면 MS와 네이버 등은 각각의 영역에서 반격을 준비 중이다. MS는 '코파일럿'(Copilot) 생태계를 앞세워 PaaS와 SaaS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으며,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이식한 특화 클라우드로 공공 및 교육 시장 수성에 나섰다.
향후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전망은 밝다. IDC는 2025년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이 전년보다 18.9% 성장한 7조4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29년까지 연평균 18.6%라는 고성장을 지속해 14조6000억원 규모까지 커질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AI 네이티브'(AI-Native)를 꼽는다. 클라우드 인프라 자체가 AI 연산에 최적화되어야 함은 물론,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학습시켜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AI 전환'(AX) 지원 능력이 CSP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AWS의 독주 체제 속에서도 삼성SDS가 2위를 쟁취한 것은 국내 기업들도 기술적 완성도와 서비스 통합 능력을 갖추면 글로벌 빅테크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향후 2~3년 내 AI 클라우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기업이 전체 클라우드 판도를 완전히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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