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고 세계 곳곳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불거지는 등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경제계·정치권을 막론하고 전략 재편이 한창이다. 서울와이어는 오는 15일 ‘불확실성 시대, 한국 경제 혁신전략’을 주제로 ‘제7회 서울와이어 혁신포럼(SWIF 2026)’을 열고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는 기업의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또한 서울와이어도 이같은 거대한 변화의 파고 속에서 이달 중순 제호 변경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에 맞춰 사명과 브랜드명 등의 변경이 실질적인 혁신 성과로 이어진 주요 사례를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노성인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약 400조원 규모로 커지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브랜드 및 개별 종목명을 잇달아 바꾸고 있다.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복잡하거나 긴 브랜드·종목명을 직관적으로 바꿈으로써 투자자 인지도를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한·한투운용, 빠른 리브랜딩으로 시장 점유율↑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ETF 리브랜딩에 나선 것은 2021년부터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ETF 시장은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다양한 테마형 상품의 등장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운용업계 내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중에 맨 먼저 새 단장을 진행한 곳은 신한자산운용이다. 신한자산운용은 2021년 ETF 브랜드를 ‘SMART’에서 ‘SOL’로 바꾸는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당시 합작 관계였던 프랑스 금융사 BNP파리바와 결별하면서 본격적인 ETF 사업 확대를 알리기 위한 포부를 담았다는 해석이다.
신한자산운용의 해당 리브랜딩으로 성장 중인 ETF 시장에서 인지도를 크게 키운 사례로 평가된다. 브랜드 이름을 교체한 2021년 8월 당시 신한자산운용의 ETF 점유율(순자산총액 기준)은 2021년 8월 0.57%(3684억원)에서 1년 뒤인 2022년 8월 0.88%(6705억원), 올해 3월 기준으로 4.13%(14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런 성장세에 점유율 순위는 리브랜딩 이전 8위에서 현재 5위로 올라섰다.
다음으로 ETF 브랜드를 전면 교체한 곳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2022년 ‘국내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대표가 취임한 뒤 ETF 브랜드명을 ‘KINDEX’에서 ‘ACE’로 변경하는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리브랜딩과 함께 미국 기술주·성장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을 타사 대비 빠르게 내놓으면서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브랜드명 변경한 2022년 9월의 점유율(순자산 기준)은 4.01%(3조673억원)였다. 이듬해 9월에는 4.72%(5조1567억원), 지난달에서는 28조7000억원(7.97%)로 집계됐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과거 만년 ‘4등’이었지만 브랜드 변경을 통해 3등인 KB자산운용을 추월한 것을 넘어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처럼 신한운용과 한투운용이 리브랜딩 효과를 톡톡히 누리자 다른 운용사들도 경쟁적으로 이에 나서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2024년 4월 ‘KTOP'이었던 ETF 브랜드를 '1Q'로 바꿨다. 같은 달 KCGI자산운용도 기존 ETF 브랜드 'MASTER'를 'KCGI'로 교체했다. KB자산운용이 같은 해 7월 ETF 브랜드를 'KBSTAR'에서 'RISE'로 변경했다. 같은 달 한화자산운용은 ‘ARIRANG’에서 ‘PLUS’로, 9월 우리자산운용은 ‘WOORI’에서 ‘WON’ 변경했다.
같은 해 12월 키움투자자산운용이 ‘KOSEF’와 ‘히어로즈’로 운영되던 ETF 브랜드를 ‘KIWOOM’으로 통합했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1월 액티브 ETF 전문 운용사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ETF 브랜드명을 기존 'TIMEFOLIO'에서 'TIME'으로 변경했다.
사진=한화자산운용
◆ETF 상품명도 직관적으로 개선 중
최근 ETF 시장의 경쟁이 고도화되면서 운용사들은 브랜드 변경을 넘어 개별 ETF들의 상품명도 변경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사나 최근 시장의 트렌드가 담긴 키워드를 새롭게 기재해 소비자 관심을 끌려는 취지로 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ETF 명칭(종목명) 변경 공시 사례가 43건 나왔다. 지난해에도 총 129건으로 나타났다. 직전년도인 2024년의 경우 브랜드 교체에 따른 것을 제외한 공시 건수가 60여건에 불과했던 것으로 고려하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ETF 명칭을 변경하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ETF는 법적으로 신탁계약을 통해 설정·운용돼 신탁계약 변경이 필요하다. 투자설명서를 다시 작성하고 거래소에 종목명 변경을 신청과 금융감독원에 접수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운용사들이 잇달아 ETF 이름을 변경하고 있는 것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ETF 시장에서 인지도가 흥행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특히 종목명은 투자자에게 보이는 첫인상일 수밖에 없다.
가장 많은 사례는 종목명에 특정 키워드가 추가되거나 빼는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은 기존 종목명 ‘KODEX K조선TOP10’에서 ‘K’을 빼고 ‘KODEX 조선TOP10‘’로 수정했다. KB자산운용도 ‘RISE 글로벌데이터센터리츠나스닥’에서 나스닥을 빼고 ‘RISE 글로벌데이터센터리츠’로 수정하기도 했다.
또한 투자 트렌드 변화로 인해 대중의 관심도나 사용량이 떨어진 키워드를 최신 트렌드에 맞춰 대체하거나 직관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경우다. 과거 큰 관심을 끌었던 ‘메타버스’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 'TIGER 글로벌 메타버스액티브'는 'TIGER 글로벌AI플랫폼액티브', 'KODEX 차이나메타버스액티브'는 'KODEX 차이나AI테크' 등으로 변경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AI반도체포커스'를 'ACE AI반도체TOP3+'로, 신한자산운용은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를 ‘SOL 글로벌AI반도체탑픽액티브’로 바꾸는 등 ETF가 어떤 전략으로 운용되는지 투자자들이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바꾸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 성장과 함께 운용사 간 경쟁도 심화되면서 투자자 눈에 쉽게 띄기 위한 리브랜딩 및 상품 명칭을 투자자들이 파악하기 쉽게 단순화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라면서도 “리브랜딩이 이미지 쇄신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 수요 변화에 따른 속도감 있는 상품 출시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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