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이 제53회 정기연주회 '아르누보Ⅳ'를 성황리에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이 '춘향'을 연주하고 있다.
판소리가 새로운 음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제53회 정기연주회 ‘아르누보Ⅳ’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무대 위에서 들려준 공연이었다.
판소리를 국악관현악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전통과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창작국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10일 열린 이번 공연은 ‘적벽’, ‘춘향’, ‘심청’, ‘수궁가’, ‘맥베스 & 해원’ 등 다섯 개의 무대로 꾸며졌다.
소재는 전통 판소리와 셰익스피어의 비극, 진도 씻김굿까지 다양했지만 공연 전체를 관통한 화두는 하나였다. 전통을 오늘의 언어로 어떻게 다시 풀어낼 것인가였다.
막이 오르자 타악기의 강렬한 리듬과 함께 첫 작품 ‘적벽’이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불협화음으로 시작한 선율은 점차 하나의 흐름을 이루며 빠른 자진모리장단으로 적벽대전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타악기의 묵직한 울림에 맞춰 변화하는 무대 배경은 전장의 웅장함을 배가시키며 전쟁의 혼란과 긴박함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이어진 ‘춘향’은 무용과 연기를 결합해 판소리의 서사를 시각적으로 확장했다. 관현악 선율에 맞춰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속삭이듯 풀어낸 무용수들의 섬세한 움직임은 애틋한 감정을 한층 깊이 전했다.
사랑과 이별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무대는 객석의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공연이 끝난 뒤 다시 무대에 오른 무용수들의 재치 있는 발놀림은 객석에 미소를 안기며 마지막까지 따뜻한 여운을 남겼다.
올해 처음 공개된 ‘심청’은 화려한 기교보다 이야기 자체에 집중했다. 여섯 장면으로 압축한 구성은 관객이 어렵지 않게 작품을 따라갈 수 있도록 했고 판소리가 지닌 서사의 힘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가장 인상적인 무대는 단연 ‘수궁가’였다. 스포츠댄스를 과감하게 접목한 시도는 자칫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었지만 예상보다 자연스러웠다.
국악 장단과 라틴댄스의 움직임은 새로운 긴장감을 만들었고 젊은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흥미로운 무대로 다가왔다. 창작국악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실험이었다.
무대 배경 역시 작품의 재미를 더했다. 룸바와 삼바 리듬을 입은 춤은 장면에 따라 유연하게 변주됐고, 위기를 극복하는 장면에서는 자진모리장단과 빠른 탱고가 어우러져 긴장감과 역동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후반부 ‘맥베스 & 해원’은 공연의 무게를 더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국악관현악과 합창으로 풀어낸 ‘맥베스’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이어진 ‘해원’은 진도 씻김굿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삶과 죽음, 위로와 치유의 의미를 깊이 있게 담아냈다.
소프라노와 판소리, 합창과 국악관현악이 하나의 서사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무대는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며 깊은 울림을 남겼다.
‘아르누보’ 시리즈는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 꾸준히 이어온 창작 프로젝트다. 이번 공연 역시 전통을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판소리와 국악관현악이 오늘의 예술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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