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코스닥협회 회장최근 국내 자본시장이 기술과 혁신을 중심으로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바이오, 반도체 등 미래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다시 주목받으며 코스닥 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혁신 기업이 자본시장의 중심에 서는 흐름은 한국 경제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코스닥은 그동안 우리 경제의 혁신을 최전선에서 이끌어온 시장이다. 수많은 중소·벤처기업이 이곳에서 도전과 성장을 거듭했다. 자본시장에서 혁신이 지속되려면 ‘기술’이라는 엔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엔진이 올바른 방향으로 달려나갈 수 있도록 잡아주는 ‘신뢰’라는 나침반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 기업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재무제표와 감사 보고서라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회계 정보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투자 검토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다. 자본시장에서 신뢰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기본 조건이다. 하지만 신뢰는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전면 도입해 해외투자가들이 한국 기업의 재무 정보를 보다 쉽게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원칙 중심 회계인 IFRS는 공정가치 평가와 연결재무제표 중심 공시 등 복잡한 판단과 절차를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회계 인력 확충, 시스템 구축, 외부감사 등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회계 비용 역시 꾸준히 증가해왔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는 여기에 더 큰 부담을 더했다. 정부는 2018년 ‘신(新)외부감사법’을 도입하며 회계 투명성 제고에 나섰고, 기업들은 내부통제와 회계 관리 체계를 또다시 정비하며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회계 투명성은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으나 제도가 안착 단계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사후약방문식’ 강경 규제가 낳은 부작용도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회계·감독 제도는 대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훨씬 강력하고 경직된 규제를 쏟아내는 방식으로 설계돼왔다. 그 결과 문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묵묵히 원칙을 지켜온 다수의 기업이 과도한 규제 비용을 떠안는 구조가 됐다. 대기업이 감내 가능한 규제가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코스닥 혁신 기업에는 연구개발(R&D) 자금을 갉아먹는 출혈로 돌아온다.
이제는 국내 현실에 맞지 않는 ‘갈라파고스식 규제’를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전 세계 주요 시장 중 우리처럼 모든 상장사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6년 자유 선임, 3년 지정감사)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곳은 드물다. 감사인 선택권을 장기간 제한하는 이 제도는 도입 취지와 별개로 효과와 부작용을 점검하고 운용 전반을 재검토할 때다. 표준감사시간제 역시 산업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실무 혼선을 낳고 있다.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옥죄는 연결 내부회계관리 제도도 기업 규모·사업구조에 따라 인증 수준을 합리적으로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율 완화가 아니라 균형 회복이다. 혁신에 쓰여야 할 자금이 행정 비용으로 새지 않도록 기업의 체급과 국제 기준에 맞는 합리적 규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이 코스닥의 역동성을 이끈다면 신뢰는 그 성장을 단단히 받치는 토대다. 혁신을 키우는 시장에는 신뢰가 필요하고 신뢰가 살아 있는 시장에는 합리적인 제도가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 균형을 다시 설계할 때다. 기업이 자율 속에서 신뢰를 쌓고 투자자가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때 ‘코스닥 3000 시대’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닐 것이다.
코스닥은 그동안 우리 경제의 혁신을 최전선에서 이끌어온 시장이다. 수많은 중소·벤처기업이 이곳에서 도전과 성장을 거듭했다. 자본시장에서 혁신이 지속되려면 ‘기술’이라는 엔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엔진이 올바른 방향으로 달려나갈 수 있도록 잡아주는 ‘신뢰’라는 나침반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 기업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재무제표와 감사 보고서라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회계 정보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투자 검토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다. 자본시장에서 신뢰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기본 조건이다. 하지만 신뢰는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전면 도입해 해외투자가들이 한국 기업의 재무 정보를 보다 쉽게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원칙 중심 회계인 IFRS는 공정가치 평가와 연결재무제표 중심 공시 등 복잡한 판단과 절차를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회계 인력 확충, 시스템 구축, 외부감사 등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회계 비용 역시 꾸준히 증가해왔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는 여기에 더 큰 부담을 더했다. 정부는 2018년 ‘신(新)외부감사법’을 도입하며 회계 투명성 제고에 나섰고, 기업들은 내부통제와 회계 관리 체계를 또다시 정비하며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회계 투명성은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으나 제도가 안착 단계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사후약방문식’ 강경 규제가 낳은 부작용도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회계·감독 제도는 대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훨씬 강력하고 경직된 규제를 쏟아내는 방식으로 설계돼왔다. 그 결과 문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묵묵히 원칙을 지켜온 다수의 기업이 과도한 규제 비용을 떠안는 구조가 됐다. 대기업이 감내 가능한 규제가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코스닥 혁신 기업에는 연구개발(R&D) 자금을 갉아먹는 출혈로 돌아온다.
이제는 국내 현실에 맞지 않는 ‘갈라파고스식 규제’를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전 세계 주요 시장 중 우리처럼 모든 상장사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6년 자유 선임, 3년 지정감사)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곳은 드물다. 감사인 선택권을 장기간 제한하는 이 제도는 도입 취지와 별개로 효과와 부작용을 점검하고 운용 전반을 재검토할 때다. 표준감사시간제 역시 산업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실무 혼선을 낳고 있다.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옥죄는 연결 내부회계관리 제도도 기업 규모·사업구조에 따라 인증 수준을 합리적으로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율 완화가 아니라 균형 회복이다. 혁신에 쓰여야 할 자금이 행정 비용으로 새지 않도록 기업의 체급과 국제 기준에 맞는 합리적 규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이 코스닥의 역동성을 이끈다면 신뢰는 그 성장을 단단히 받치는 토대다. 혁신을 키우는 시장에는 신뢰가 필요하고 신뢰가 살아 있는 시장에는 합리적인 제도가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 균형을 다시 설계할 때다. 기업이 자율 속에서 신뢰를 쌓고 투자자가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때 ‘코스닥 3000 시대’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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