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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로터리] 사람에 투자하는 나라를 꿈꾼다

장기 기술 플랜을 세운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들은 예상치 못한 예산 삭감에 당장 경영 위기로 내몰렸다. 반면 기술력 확보보다는 정부 보조금 수주에만 매달리는 ‘좀비기업’은 오히려 양산되고 있다. 민간 혁신을...

[로터리] 사람에 투자하는 나라를 꿈꾼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자.” 여의도에 첫발을 내디디며 한 다짐이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 일은 여전히 내 정치적 동력이다. 이제는 여기에 ‘사람에 투자하는 나라’라는 목표를 하나 추가하고자 한다.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국가 재정의 효율성을 감시하는 것이다. 실제로 경험한 예·결산 현장은 다소 체계적이지 못한 모습이었다. 시혜성 보조금으로 막대한 예산이 흩어지고 있다. 각 부처가 성과 과시용으로 각종 현금 지원 사업을 늘려 연간 국고보조금은 10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부정 수급을 막으려 외부 회계감사 의무 대상 기준을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대폭 강화할 만큼 혈세 누수가 심각하다. 천문학적 자본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언론과 공조해 주요 부처의 ‘정책펀드 운용 실태’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결과를 확인해보니 혁신의 생태계를 이끌어야 할 펀드들이 부처 이기주의에 휘둘리고 있었다. 스케일업 펀드나 사이버 보안 펀드 예산은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하루아침에 반 토막 나거나 이듬해 급증하는 등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상실한 모습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펀드를 조성하고도 현장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당수 정책펀드가 출범 3년 차에도 예산의 절반 이상을 소화하지 못해 심각한 자금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실제로 1조 4000억 원 규모로 결성된 중소기업 모태펀드는 약 8000억 원을 쓰지 못했고 그 외 부처 펀드들의 미집행률도 50~70%에 달했다. 펀드 유보액이 조 단위에 달하는데도 내년도 예산은 1조 2000억 원가량 증액됐다.

엇박자의 피해는 고스란히 혁신기업의 몫이다. 장기 기술 플랜을 세운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들은 예상치 못한 예산 삭감에 당장 경영 위기로 내몰렸다. 반면 기술력 확보보다는 정부 보조금 수주에만 매달리는 ‘좀비기업’은 오히려 양산되고 있다. 민간 혁신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는 현행 보조금 제도의 패러다임을 시급히 바꿔야 한다.

해답은 국가 재정 정책을 국민의 내일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싱가포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는 국가가 거대한 앵커 투자자로 나서 글로벌 혁신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그 수익을 자국민의 복지와 인프라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반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대한민국은 여전히 일회성 현금 지원 체계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정부가 시장의 미개척지를 선점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됐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첨단전략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150조 원 규모로 기획한 ‘국민성장펀드’는 훌륭한 모델이다. 정부 재정 1200억 원을 후순위 출자해 최대 20%의 손실을 우선 부담함으로써 민간 투자자의 리스크를 대폭 낮췄다. 여기에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까지 더해져 일반 국민 대상 1차 판매 물량 6000억 원이 단 10분 만에 완판됐다. 불확실성이 큰 영역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며 공동 투자자로 나선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기조 전환이다.

정치권은 현재의 보조금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첨단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글로벌 성과 창출을 이끌고 그 결실이 국민 개개인에게 환원되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할 때이다. 이제는 성장의 과실이 국민의 삶을 바꾸는 ‘사람 중심의 경제’를 완성해야 한다. 혁신과 투자를 통해 모든 국민이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나라를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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