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장에 휴머노이드 임시 배치
美 국방부, CMC 둘러싼 중국산 로봇 견제
저출생·고령화 따른 인력공백 대체 불가피
향후 국가 군사 균형을 가를 '핵심 변수'로
파운데이션의 휴머노이드 로봇 ‘팬텀(Phantom) MK-1’ /파운데이션 홈페이지 캡처
군용 로봇이 '미래 전장의 개념'에서 '실전 자산'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에 진입했다. 휴머노이드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첫 발을 내딛고 로봇 개·무인지상차량(UGV)이 실전 임무를 수행하면서 인간 병사를 대체하는 ‘로봇 전쟁’의 금단 영역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역시 군용 로봇을 차세대 패권 기술로 규정하며 전장 자동화 경쟁을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1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군용 로봇 시장 규모는 2026년 255억3000만 달러(약 37조4100억원)에서 2031년 402억6000만 달러(약 59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9.5% 수준이다.
특히 지상 로봇과 폭발물 처리(EOD) 분야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지상 로봇 분야 연평균 성장률은 13.1%, EOD 로봇은 14.2%로 전체 시장 평균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병력 감소와 위험 임무 자동화 수요가 동시에 커지면서 군용 로봇 시장 팽창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전 투입 사례는 이미 속속 확인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무인지상차량(UGV)이 부상병 호송 임무에 투입됐고 일본 육상 자위대는 고스트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 '비전60(Vision 60)'으로 고공강하 훈련을 실시했다. 군용 로봇이 개념 검증 단계를 넘어 전술 교리에 실질적으로 통합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 전장 등장한
휴머노이드 군용 로봇
더 주목할 변화는 휴머노이드 군용 로봇의 실전 진입이다. 미국 방위산업 스타트업 파운데이션의 휴머노이드 정찰 로봇 'Phantom MK-1'이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장에 임시 배치됐다. 인간형 로봇의 전장 투입은 사실상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는 점에서 군사 윤리와 국제 규범 경계가 실전에 의해 허물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로봇은 사람이 직접 조종하지 않아도 험지 이동과 장애물 회피, 기본적인 자율주행 기반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특히 계단·참호·건물 내부처럼 인간을 기준으로 설계된 전장 환경에 그대로 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궤도형·4족형 군용 로봇과는 다른 접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드론이 정찰 장비에서 전장 핵심 자산으로 진화했던 것처럼 인간형 로봇 역시 향후 병참·정찰·부상병 이송·도심전 지원 영역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도 로봇 장비 활용
유무인 협동 전술 확대
중국 역시 군용 로봇 실전화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로봇 개를 공개한 데 이어 올해 초 육군 소규모 통합 훈련에도 로봇 장비를 투입했다. 일부 훈련에서는 4족 보행 로봇이 정찰·탄약 운반·도심 진입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이 공개됐으며 드론과 연계한 유무인 협동 전술 시험도 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용 로봇을 둘러싼 미중 갈등도 격화하는 분위기다. 미국 국방부는 올해 2월 14일 중국 군사기업 명단(CMC·Chinese Military Companies)을 업데이트하며 유니트리를 알리바바·바이두·BYD 등 78개 기업과 함께 등재했다. CMC 명단은 중국군과 연계됐다고 판단한 기업들을 지정하는 리스트로 향후 투자 제한과 공공 조달 배제, 추가 제재 논의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특히 유니트리가 포함된 것은 미국이 중국 휴머노이드·로봇 산업 자체를 단순 민간 기술이 아닌 군사 안보 영역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유니트리 CMC 지정
美·中 갈등도 격화
피규어 AI(Figure AI)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1(Figure 01)' /피규어AI
실제 발표 직후에는 이례적인 혼선도 벌어졌다. 미 국방부는 명단 공개 약 30분 만에 해당 자료를 철회했다가 다시 게시했고 당일 밤 재차 삭제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중국 로봇 기업을 어디까지 군사 안보 규제 대상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당국 내부의 혼선이 그대로 노출된 사건이라는 평가다.
미국 의회에서도 중국산 로봇 플랫폼의 보안 우려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미 하원 청문회에서는 유니트리 로봇이 미국 경찰서와 대학 등에 이미 도입된 상황에서 사이버 보안 취약점 관리 문제가 지적됐다. 중국산 로봇 장비가 향후 데이터 수집·원격 접근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측은 역공에 나섰다. 신랑재경·소후 등 중국 현지 매체들은 "춘완(春晚·설날 특집 프로그램)에서 무술 공연을 마친 지 이틀 만에 제재 대상이 된 것은 미국이 중국 로봇 산업 전체를 겨냥한 것"이라며 "중국 휴머노이드 가격이 이미 1만3000~1만6000달러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이미 중국이 구조적 우위를 선점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수치로 보면 더 냉혹하다. 202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에서 중국 기업 즈위안(5168대)과 유니트리(4700대)가 합산 약 5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동안 테슬라 옵티머스의 출하량은 150대에 그쳤다. 약 65배의 격차다. 이는 중국 업체들이 단가를 2000만~3000만원 수준으로 낮추고 핵심 부품 국산화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대량 양산 구조를 선점한 결과다. 미국 동급 제품 대비 재료비가 60% 이상 낮은 구조적 우위는 단기간에 역전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저출생 시대 병력 공백
군 로봇 도입 불가피
사족 보행 로봇 '스팟'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의 군 로봇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2020년 65만 명이던 상비 병력은 저출생 심화로 현재 45만 명으로 줄었고 2040년에는 35만 명까지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 20년만에 병력이 사실상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으로 기술로 인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과 육군본부는 로봇 공급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계·수색·보급 등 비전투 임무를 중심으로 모베드(MobED),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Spot)’ 등이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장의 전투 로봇화보다는 병력 부담 경감을 위한 현실적 첫걸음이지만 기술 성숙과 함께 임무 범위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글로벌 군용 로봇 시장의 팽창은 두 개의 축이 맞물린 결과다. 국사 강국 간 기술 패권 경쟁과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병력 고갈이 동시에 수요를 밀어 올리고 있다. 핵심 변수는 중국의 물량 공세를 미국이 기술·규범으로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느냐다. 유니트리 제재 소동이 보여준 것처럼 미국의 대응은 아직 일관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가격 경쟁력과 국산 부품 공급망을 앞세워 시장 선점 구도를 굳히고 있는 흐름이다. 자율 전투 체계의 윤리적 경계, 동맹 간 기술 공유의 범위 그리고 인력 공백을 로봇으로 메우는 속도가 향후 국가 군사 균형을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는 평가다.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기술 및 국가안보 부문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라이언 페더셔는 "유니트리의 G1 휴머노이드 가격은 1만6000달러로 서구 동급 제품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이는 저품질 모방품이 아니라 서구 제품을 사치품처럼 보이게 만드는 충분한 성능의 로봇"이라고 평가했다.
무인지상차량(UGV·Unmanned Ground Vehicle) =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원격 조종이나 자율주행 방식으로 움직이는 무인지상차량.
CMC(Chinese Military Companies) =
미국 국방부가 중국군과 연계됐다고 판단한 기업을 지정하는 명단. 투자 제한과 공공 조달 배제 근거로 활용된다.
폭발물 처리(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 =
폭발물 탐지·제거 임무를 의미한다. 군용 로봇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는 분야 중 하나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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