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보상비율 3년 연속 1배 미만 3개사 동시 발생… 한은 "이자도 못 갚는 기업 역대 최고"
-금호석유화학만 유일한 '정상'… SK이노베이션은 지주사 착시, 연결 기준 세전손실 5.9조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5대 축인 한화솔루션, LG화학,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의 2025년 결산 재무제표를 전수 분석한 결과, 5개사 중 3곳이 '한계기업' 판별의 핵심 기준인 영업이익이자보상비율 3년 연속 1배 미만을 충족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4년 연간 기업경영분석'에서도 전산업 기준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이 42.8%로 2009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석유화학 빅5의 실적은 이 거시적 경고를 업종 차원에서 확인시켜주는 셈이다.
중국 석화단지 전경 [사진=CNPC]
▲한계기업 3곳 동시 발생, 전례 없는 사태
영업이익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1배 미만이면 본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이 비율이 3년 연속 1배 미만인 기업을 통상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
5개사의 최근 3년간 이자보상비율을 나란히 놓으면 그림이 뚜렷하다. △한화솔루션은 2023년 0.08배, 2024년 -0.49배, 2025년 -1.44배. 3년 연속 1배 미만이며, 추세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0.75배, 2024년 -1.42배, 2025년 -1.21배. 3년 연속 마이너스다. △LG화학은 2023년 -0.42배, 2024년 0.36배, 2025년 -0.66배. 2024년에 양수로 전환됐으나 1배에 한참 못 미쳤고, 2025년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갔다. 세 기업 모두 3개년 내내 1배를 넘기지 못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023년 13.13배, 2024년 8.72배, 2025년 6.69배로 하락 추세이나,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개별 기준 2025년 5.95배로 안정적이지만, 이것은 자회사 관리 수수료 중심의 지주회사형 매출 구조가 만들어낸 수치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계 기초 화학물질 제조업(C20111)의 산업평균 이자보상비율은 -0.43배다. 이것은 2024년 기준으로, 현 시점에서 업종별로 확인 가능한 가장 최근 데이터다(산업평균은 매년 5월 말 산출되며, 2025년 기준 평균은 2026년 5~6월 이후 공표 예정).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의 한은평균 역시 2024년 연간 기준이 최신이며, 화학산업 이자보상비율 한은평균은 0.54배로, 이마저 1배를 밑돈다. 업종 전체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뜻이다.
2025년 개별 기준 영업손실을 분석하면 △한화솔루션 4140억원 △롯데케미칼 3455억원 △LG화학 2105억원이다. 세 기업의 영업손실 합산액은 9700억원이다. 금호석유화학만 영업이익 1823억원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개별 기준 2조730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이것은 총자산 39조7145억원 중 85.7%가 자회사 지분인 지주사 구조의 산물이다.
3년 누적 영업손실은 △한화솔루션 5550억원 △롯데케미칼 1조198억원으로 집계돼 매출 감소도 동시에 진행됐다. △한화솔루션은 7조3053억원(2023년)에서 5조7395억원(2025년)으로 21.4% 축소됐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한화솔루션 -7.21% △롯데케미칼 -2.90% △LG화학 -1.16%로, 세 기업 모두 산업평균 -0.71%을 밑돈다.
한화솔루션 신용정보 [사진=독자 제공]
▲유동성 위기 서열, 한화솔루션이 가장 급하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100% 미만이면 1년 내 갚아야 할 빚이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초과한다.
△한화솔루션 52.72% △SK이노베이션 66.22% △롯데케미칼 71.01% △LG화학 143.31% △금호석유화학 187.98%으로 △산업평균 92.71%(신용평가업계 기준), 한은평균 기준 103.95%과 비교하면 5개사 중 3곳이 두 기준 모두를 하회한다.
△한화솔루션의 유동성 구조가 가장 위태롭다. 유동부채 6조3905억원 가운데 유동차입부채 4조907억원이 전액 유동성장기부채다. 장기 빚이 만기 도래하면서 단기 부담으로 쏟아지고 있다. 단기차입금은 0원이다. 현금비율도 11.47%로 산업평균(17.88%)과 한은평균(18.70%) 모두를 밑돈다.
△롯데케미칼은 유동차입부채 3조429억원 중 단기차입금 1조9956억원이 즉시 상환 압박에 놓여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유동차입부채 5조1404억원이 유동부채의 84.7%를 점유하는 극단적 구조이나, 유상증자 약 2조원과 영업현금흐름 2조8656억원이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그룹 여수고무2공장 [사진=금호석유화학]
▲차입금의존도, 자산의 3분의 1이 빚
한화솔루션 32.26%, 롯데케미칼 31.81%, LG화학 30.04%, SK이노베이션 27.21%, 금호석유화학 15.72%으로 집계됐다. 산업평균 30.73%, 한은평균 28.87%(2024년 기준)으로 봤을 떄 금호석유화학만 두 기준을 모두 하회한다.
매출 대비 금융비용 비중은 부담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한화솔루션 5.00% △롯데케미칼 2.37% △LG화학 1.76%이다. 산업평균은 1.66%, 한은평균은 1.84%다. 한화솔루션은 매출 100원 중 5원을 이자로 지불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7.21%인 기업이 매출의 5%를 금융비용으로 뜯기고 있으니, 적자에 이자 부담까지 이중으로 출혈하는 구조다.
5개사의 2025년 영업활동조달현금 비교에서 한 기업이 유독 눈에 띈다. △롯데케미칼은 -2969억원으로, 5개사 중 유일하게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유출됐다. 2024년 -4359억원에 이어 2년 연속이다. 물건을 만들어 팔수록 현금이 빠져나가는 상태가 2년째 지속되고 있다.
△한화솔루션(6454억원) △SK이노베이션(2조8,656억원) △금호석유화학(3440억원)은 영업현금이 양수다. 적자 기업이라도 감가상각비 등 비현금 비용을 더하면 영업현금이 양수일 수 있는데, 롯데케미칼은 그마저 음수라는 것이다.
현금흐름등급은 이 차이를 반영한다. 금호석유화학·LG화학·SK이노베이션 CF2(양호), 한화솔루션·롯데케미칼 CF4(열위). 한화솔루션과 롯데케미칼은 '경상 및 CAPEX 투자활동 후 현금흐름'이 5년 연속 '하'다.
LG화학 여수 NCC(납사분해시설) 공장 전경./연합뉴스
▲WATCH등급과 신용등급이 포착한 서열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확인한 WATCH등급은(NICE평가정보가 기업의 내·외부 환경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신용도 변동 가능성을 '정상→유보→관찰→주의→경보→위험→회수의문→부도' 8단계로 경고하는 조기경보 등급) 금호석유화학 2던계 상승한 '정상', SK이노베이션 1단계 상승한 '정상', 한화솔루션 '유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2단계 하락한 '관찰'로 집계됐다.
특히 '관찰'은 신용도 변화가 수익 및 신용위험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경고다. LG화학은 '정상'에서 '관찰'로 하락했다. 한화솔루션의 WATCH 하락 사유에는 "최근 3년 연속 당기순이익 적자"가 명시됐다.
기업평가등급은 LG화학 AA+(2025년 7월 기준), 한화솔루션 AA-(2025년 7월 기준), 롯데케미칼 AA-(2025년 7월 기준), 금호석유화학 AA-(2026년 2월 기준), SK이노베이션 A+(2025년 7월 기준). 이 등급들은 모두 2024년 결산 재무제표 기준으로 부여된 것이다. 2025년 결산 실적이 반영될 차기 평가에서 등급 조정 압력은 불가피하다.
연결 매출원가율은 사업 모델의 수익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롯데케미칼 연결 매출원가율 98.6%. 판관비까지 더하면 매출 대비 비용 비율 105.1%. △한화솔루션 연결 매출원가율 88.8%, 판관비 포함 시 102.7%. 두 기업 모두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뜻이다. 연결 기준 세전손실은 △롯데케미칼 2조7100억원 △LG화학 1조7804억원 △SK이노베이션 5조8688억원이다. △한화솔루션의 연결 부채비율은 196.3%로 5개사 중 가장 높다. 연결 부채총계 21조9590억원, 유동부채 12조6569억원 중 유동차입부채만 7조1066억원이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보이지 않는' 위기 신호, 사람이 떠나고 있다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 위기 신호가 인력 이탈이다. △LG화학이 가장 심각하다. 입사율 0.70%(98명) 대비 퇴사율 8.46%(1,180명). 입사 1명당 퇴사 12명꼴이다. △한화솔루션은 입사율 8.54%(405명) 대비 퇴사율 15.60%(740명)로 순유출 335명. 2026년 2월 한 달간 입사 49명에 퇴사 271명이었다. △롯데케미칼은 연간 퇴사율 17.95%(501명)로 입사율 10.78%(301명)를 초과한다. 석유화학 업종의 특성상 공정 운영 경험이 축적되기까지 수년이 소요되며, 숙련 인력의 이탈은 안전사고 리스크 증가로도 직결된다.
5개사 중 △금호석유화학만이 모든 건전성 지표에서 산업평균과 한은평균을 상회한다. 부채비율 36.42%, 유동비율 187.98%, 현금비율 57.61%, 차입금의존도 15.72%이다. 그러나 이자보상비율은 13.13배(2023년)에서 6.69배(2025년)로 2년 만에 반감했고, 순이익은 3030억원에서 1757억원으로 42% 줄었다. 관계사인 건설의 영업손실 9257억원은 그룹 차원의 잠재 리스크다.
LG화학은 AA+라는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별 재무제표의 실상은 다르다. 2025년 영업외수익 3조6880억원으로 순이익 1조3680억원을 기록했으나, 이 영업외수익의 상당 부분은 자회사 배당과 지분 관련 이익으로 추정된다. 자회사 배당이 끊기면 개별 기준 순이익은 즉시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 WATCH등급이 '관찰'로 하락한 것은 이런 구조적 취약성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CNPC 공장 전경 [사진=CNPC]
▲중국의 끊이지 않는 위협
한국은행은 연간 기업경영분석'에서 "전산업 기준 이자보상비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은 42.8%로 2009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반도체 등 일부 업종과 대기업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됐을 뿐, 나머지 업종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은 이 양극화의 가장 어두운 쪽에 서 있다.
중국 석유화학 설비의 대규모 증설에 따른 글로벌 공급 과잉, 전방 수요 산업의 성장 둔화, NCC 기반 국내 석화기업의 원가경쟁력 열위가 구조적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작년 11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도 '석유화학산업 구조재편의 경제적 영향 점검'을 핵심이슈로 다룬 바 있다.
작년 연간 산업평균 이자보상비율은 2026년 5~6월 NICE평가정보에서,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결과는 2026년 하반기에 각각 공표될 예정이다. 2024년 기준으로도 이미 산업평균이 마이너스(-0.43배)였던 만큼, 3개사의 영업적자가 더 깊어진 2025년 수치가 반영되면 업종 평균은 한층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업황 반등이 1년 이상 지연될 경우,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신용등급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며, LG화학의 AA+도 재검토 대상이 된다. 금호석유화학만이 현재의 재무 완충력으로 업황 저점을 버틸 체력을 갖추고 있으나, 수익성 하락 속도가 현 추세대로라면 그 체력도 2~3년 내 소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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