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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레버리지와 코인 시장 [헬로, 크립토]

시장의 비명과 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 국회의 호통이 이어지고, 정부가 결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 상품에 개인별 투자 한도를 두겠다고 했다. 총투자금액의 20% 이내가 예시로 나왔다. 여차하면 당국이 배율을 낮출 수 있는 근거도 생긴다.

지난달 31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1001.89(17.91%) 오른 6595.45로 장을 마감해 역대 최대 상승률과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주가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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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 샌드마크 에디터·우석대 겸임교수

시장의 비명과 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 국회의 호통이 이어지고, 정부가 결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 상품에 개인별 투자 한도를 두겠다고 했다. 총투자금액의 20% 이내가 예시로 나왔다. 여차하면 당국이 배율을 낮출 수 있는 근거도 생긴다. 2배가 위험해서 낮춘다는 것이니 1.8배, 1.5배 같은 배율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시장을 옮겨 보면 눈금이 달라진다. 코인 시장에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에 최대 50배,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최대 25배를 걸 수 있는 시장이 있다. 세계 최대 코인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각 종목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내놓은 무기한선물, 곧 만기 없는 파생상품 시장이다. 50배라면, 주가가 2%만 올라도 100% 수익을 올린다. 하락 쪽은 2%가 되기도 전에 원금이 녹아버린다. 지난달 29일 하루에 에스케이하이닉스 한 종목만 54억7천만달러(7조8500여억원)어치 거래됐다. 6월 초 거래를 시작한 뒤 최대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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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이외의 외국 코인 거래소에도 비슷한 무기한선물 상품이 많다. 탈중앙 형식의 거래소인 하이퍼리퀴드에도 10배 레버리지 시장이 있다.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주가만 추종할 뿐, 실물 주식도 주주 권리도 갖지 않는다는 건 다르지 않다. 사고는 바로 하이퍼리퀴드에서 벌어졌다.

시작은 지난달 28일 아침 8시, 한국의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였다. 시장이 열리자마자 에스케이하이닉스 한 주가 전날 종가보다 29.96% 낮은 하한가에 체결됐다. 딱 한 주였다. 다른 주문이 이어지면서 가격은 회복했다. 주문 실수처럼 보였다. 한국거래소 정규장이 열리기 전이었고, 이것 때문에 거래소의 그날 거래가 흔들리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회복력을 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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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시장은 달랐다. 하이퍼리퀴드의 에스케이하이닉스 시장은 이 하한가를 물고 와서 기준 가격으로 삼았다. 그러자 주가 상승에 돈을 건 960개 계좌가 청산됐다. 담보가 부족해진 포지션을 시스템이 강제로 정리한 것으로, 규모는 574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841억원)였다. 서울의 프리마켓이 열린 지 7초 만이었다. 곧이어 1730만달러(약 247억원)의 손실이 확정됐다. 모든 것이 자동으로 처리되는 시스템 거래였다. 오류일 수 있는 단 하나의 데이터가 초래한 이상 현상을 멈추거나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 이 시장을 운영하는 회사는 시스템엔 이상이 없었다면서도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선물은 본디 위험을 덜어내려고 생긴 시스템이다. 농부가 수확 전에 값을 미리 묶어 가격이 내려갈 위험을 피하고, 항공사가 유가를 미리 고정해 연료비가 뛸 위험을 던다. 실물을 생산하거나 필요로 하는 쪽이 가격 변동의 위험을 그것을 감수하려는 쪽에 넘기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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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선물은 여기에서 실물과 만기를 없애고 높은 배율을 얹었다. 그리고 담보가 모자라면 중개인이 대개 추가 담보를 먼저 요구하는 전통 시장과 달리, 급변동 속에서 거래소의 현금을 지키기 위해 투자자가 잡은 포지션을 자동으로 청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이것이 강한 투기성을 띠고 되레 위험을 키운다고 본다. 반대쪽에선 기존 선물과 다를 게 없고, 선물 계약 갱신 비용이 없어 이용자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이러나저러나 실제 수요가 존재하는 것은 현실이다.

국내에는 무기한선물을 취급할 수 있는 인가된 창구가 없다. 국내 코인 거래소는 현물만 다루고, 증권사도 이런 계약을 팔지 못한다. 물론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에 접근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거래하는지는 파악하기가 힘들다. 분명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자들과 같은 종목을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이들이 국회와 정부의 대응에 갖는 기억은 많이 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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