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0년물 4.632% 기록…지난달 15일 4.6%까지 치솟아
기업·가계 자금 조달 ‘부담’…정부 “초과세수로 물량 축소 검토”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지표인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한국 정부가 빚을 낼 때 발행하는 국고채 금리도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수준까지 바짝 올라섰다. 국내 채권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국고채 금리는 기업·가계의 이자 부담과 직결된다.
이에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예상보다 더 걷은 세금으로 국고채를 상환해 금리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407%로 마감했다. 올해 초 3.3% 수준이던 금리는 1%포인트 넘게 올라 9월15일에는 4.6%를 기록,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의 고점(4.632%)에 상당히 근접했다.
강원도가 지급보증한 2050억원 규모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 처리되면서 국내 채권시장 금리가 치솟았다.
이번 금리 상승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중동전쟁이 길어지면서 유가·물가가 뛰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9일(현지시간) 5.255%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그 탓에 글로벌 자금이 미국 국채로 몰리면서 한국 국고채도 금리를 더 얹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곧바로 부담이 된다. 은행·카드사 등이 돈을 빌릴 때 발행하는 금융채 금리도 국고채를 따라 오르기 때문에 개인도 피해갈 수 없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를 보면, 8월 예금은행이 신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전월보다 0.18%포인트 오른 연 4.66%였다. 2022년 11월(4.74%)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들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신용등급 ‘AA-’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지난 28일 4.788%로, 2023년 11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금리 부담으로 지난 8월 국내 기업이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은 전월보다 3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10월에는 회사채 만기가 몰려 기업들의 차환(빚 갈아타기)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시중에 풀린 국고채를 사들여 금리 상승 압력부터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호황 덕에 올해 국세수입이 지난 3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보다 63조2000억원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되면서 ‘여유’가 있어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4.3%까지 오른 상황에서 초과세수는 국채를 덜 발행하는 데 쓰이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업들의 회사채가 팔리지 않아 돈을 조달하지 못하는, 일종의 약한 신용경색이 오고 있다. 회사채 수요를 떨어뜨리는 국채 발행량은 줄여야 하고, 이미 발행했다면 차환하지 말고 갚아야 한다”며 “초과세수 90% 이상을 국고채 상환에 쓰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확대 거시재정금융간담회에서 “국고채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금리 상승이 과도할 경우 긴급바이백(국고채 조기상환), 초과세수의 일부를 활용한 국채 발행물량 축소 등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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