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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러시아산 나프타 긴급수혈…석화 숨통 틔웠다

러시아산 나프타 2만7000톤이 30일 국내에 들어와 LG화학 충남 대산단지에 투입되면서 중동 전쟁 이후 원료난에 시달리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일단 급한 불을 끄게 됐다.

러시아산 나프타 긴급수혈…석화 숨통 틔웠다

구윤철 부총리가 비상경제 점검회의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나프타 수급 불안에 대응해 원료 공급망 점검과 안정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MS투데이] 러시아산 나프타 2만7000톤이 30일 국내에 들어와 LG화학 충남 대산단지에 투입되면서 중동 전쟁 이후 원료난에 시달리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일단 급한 불을 끄게 됐다. 이번 물량은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에 대해 한시적으로 제재 집행을 완화한 뒤 한국이 들여온 첫 러시아산 나프타로, 업계 안팎에서는 단순한 1회성 수입을 넘어 ‘중동 대체 공급선 확보’의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물량 자체가 국내 전체 수요를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는 아니어서, 시장의 시선은 이제 “다음 배가 또 들어올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이번 도입이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은 나프타 수요의 약 4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그중 77%가량을 중동에 기대고 있다.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발 공급이 흔들리자 국내 기업들은 단기간에 원료 조달선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합성수지, 접착제는 물론 반도체·자동차 연관 산업의 기초 소재를 만드는 핵심 원료여서, 공급 차질이 길어질 경우 개별 기업의 실적 악화를 넘어 제조업 전반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러시아산 도입은 그런 위기 속에서 겨우 만들어낸 우회 통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도 사실상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산업당국은 미국과 협의를 거쳐 러시아산 석유제품을 달러 이외 통화로 결제해도 2차 제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의 러시아산 나프타 도입 검토가 급물살을 탔다. 여기에 3월 27일 0시부터는 나프타 수출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조치까지 시행했다. 5개월간 모든 나프타 수출을 원칙적으로 막고, 생산·도입·사용·판매·재고를 사실상 일 단위로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한 것이다. 국제유가 충격이 생활물가와 산업원가를 동시에 흔드는 상황에서, 원료를 해외로 내보내기보다 국내 공급망부터 지키겠다는 판단이 작동한 셈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였다. LG화학은 이달 23일 여수공장 2호 나프타 분해설비(NCC)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원료인 나프타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생산을 멈춘 것으로, 해당 설비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80만톤 규모다. 석유화학 업계에서 NCC는 한 번 멈추면 재가동에 비용과 시간이 크게 드는 핵심 설비다. 그만큼 이번 러시아산 2만7000톤 도입은 ‘완전한 정상화’라기보다 추가 셧다운을 늦추고 공장 운영의 시간을 버는 성격에 가깝다. 업계가 이번 물량을 반기면서도 동시에 추가 확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단기 처방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나프타 수출 통제와 함께 연료세 인하 확대, 유류 가격 상한 조정, 원전 가동률 상향 등 에너지 충격 완화 대책을 병행하고 있지만, 국내 산업의 높은 수입 의존 구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더구나 산업당국은 합성수지 재고 부족 가능성까지 들여다보며 추가 수출 제한 검토에 나선 상태다. 이는 나프타 문제가 단순히 석유화학 업종 안에 머무는 이슈가 아니라 포장재, 접착제, 산업소재, 생활용품 원가를 거쳐 소비자 물가로 번질 수 있는 공급망 문제라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사태는 에너지 안보와 산업 안보가 더 이상 분리된 과제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

31일 기준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지속 가능성이다. 미국의 한시적 제재 완화는 4월 11일 워싱턴 시간 자정까지 유효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 이후에도 러시아산 나프타를 같은 방식으로 추가 도입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실제로 업계는 추가 물량 확보를 타진하고 있지만 성사 여부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한 차례의 도입으로 석유화학 업계가 잠시 숨을 돌린 것은 분명하지만, 근본 해법은 대체 수입선 다변화와 비상 비축 체계, 그리고 공급망 충격 시 즉시 작동할 수 있는 상시 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데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번 러시아산 나프타 도착은 위기의 종료가 아니라, 더 큰 원료 안보 재편의 출발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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