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촘촘한 반도체 수출 규제망이 중국의 인공지능(AI) 굴기를 막고 있다는 믿음이 점점 허상이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국가반도체펀드를 앞세워 투자를 유치 중인데, 그 기업가치가 450억달러(약 65조원)로 평가받는다고 보도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200억달러 수준이었는데, 두 배 이상 커졌다. 이는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천문학적 비용 없이, 알고리즘의 효율성을 무기로 최정상급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결과다. 이제 딥시크는 단순한 스타트업이 아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과 AI 패권 의지를 상징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실제로 딥시크의 최신 모델 'V4'는 화웨이의 어센드 950PR 칩으로 개발됐다. 연산 능력을 키우고 메모리 부담을 크게 낮췄다고 한다. 미국의 칩 수출 규제가 중국의 혁신을 자극한 역설적 결과가 나온 것이다. V4에 사용된 화웨이 AI 칩에 대한 평가도 당연히 높아졌다. 그 매출이 2025년 75억달러에서 올해 120억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미국의 기술 봉쇄가 중국 내부의 혁신을 낳고, 그 혁신이 AI 모델과 칩 생태계 전체를 키운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딥시크가 화웨이 칩에서 먼저 돌아가는 날은 미국에 끔찍한 결과"라고 경고한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스탠퍼드 AI 인덱스 기준 '주목할 만한 AI 모델' 보유국 세계 3위(8개)이기는 하다. 하지만 미국(58개), 중국(35개)과 격차가 너무 크다. 비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3%, 팹리스 1%라는 구조적 한계도 여전하다. 엔비디아 GPU에 들어가는 HBM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라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딥시크-화웨이 수직 통합 생태계가 완성되는 날, HBM의 핵심 고객 구조마저 흔들릴 수 있다. 지금 당장 시급한 일은 AI 인재 확보다. 인재 유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인 현실을 방치한다면 미·중 AI 패권 경쟁을 바라보는 구경꾼 신세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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