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주식교환 위한 일정 3개월 연기에 투심 악화
"네이버는 나쁜 주식", "두나무에 좋은 시그널 아냐" 등 우려 제기
여야, 디지털자산법 정부안 지연에 "언제 발의하나, 의지 있는가" 한 목소리
네이버와 두나무가 각각 주주총회에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못했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율 상한을 20%로 제한하는 방안을 밀어붙이면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지연된 탓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등으로 자본시장에서 리스크 회피 심리가 강화되는 가운데 양사 투심에 더욱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지적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이날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두나무 주주총회에서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교환 일정과 관련한 질의에 "시간이 조금 지연되고 있다"며 "지분 제한 관련해서는 지금 논의 중인 단계여서 구체적인 법안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가상 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최근 공시를 통해 당초 6월 30일이던 포괄적 주식교환과 이전 등 거래종결 일정을 9월3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된 안건 의결을 위한 주주총회 일정도 5월22일에서 8월18일로 변경됐다. 관련 인허가 절차와 법령 정비 상황을 반영해 안정적 거래 종결 시기를 택한 것이다. 결국 예상보다 지연된 합병 작업에 주총에서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진 것이다.
네이버 주주들 간 분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23일 주주총회에선 "네이버는 좋은 기업이지만 나쁜 주식"이라는 날선 지적도 받았다. 코스피 지수가 6000을 넘나드는 가운데 이날 네이버는 20만500원에 거래돼 3년전보다 되레 0.74% 하락했다. 지난 1월 정부 주도 '국가대표 인공지능(AI)'를 가리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선발전에서 탈락해 당시 유행한 AI 테마 수혜도 못 봤고 두나무와 합병도 지연된 영향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두나무와의 기업결합 진행 상황과 관련해 "현재 금융당국이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인수가 완료되는 대로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금융·웹3 시장 확대에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정부의 상황을 보면서 맞춰서 대응하겠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11월 '빅딜' 계획을 밝힌 후 양사 주식에 많은 수급이 몰렸던 점을 고려하면 주주들로선 속 시원한 대답일 수 없다는 분석이다.
두나무 주주총회에 참가한 주주들은 "그렇게 좋은 시그널이 아니라는 우려가 든다"며 "3개월 연장으로 충분한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선제적으로 (기업결합을 심사하는)공정거래위원회한테 줄 건 주고 빨리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두나무측은 공정위가 요구하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 및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심사보다도 양사간 합병을 지연하는 요소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디지털자산거래소의 '공공성'을 살린다는 논리로 "대주주 지분율 제한이 필수적"이라고 못 박은 데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디지털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20%로 제한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국회의 입법 속도에도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지연되는 점에 하나같이 질타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은 도대체 언제 발의되는 것인가"라며 "금융위는 디지털자산 활성화에 대한 기본적인 의지가 있는가"라고 따졌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라며 "저는 정부안이 없다고 확신한다. 없으니까 지금까지 못 내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금융위의 '저속운행'이 각국 간 속도전을 다투는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낮추고 원화의 지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법정화폐에 가치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의 규제안인 '지니어스법'을 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법이 가치 연동에 활용되는 미국 국채의 수요를 늘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넘기면서 원화 저평가가 악화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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