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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동학학회, '동경대전' 학제적 재조명 학술대회 개최

제58회 동학학회 하계공동학술대회가 지난 달 19일 경기대 서울캠퍼스 종합세미나실에서 ‘동경대전 학제적 고찰로 본 동학사상의 원형과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경기대 동양문화학과·한서대 동양고전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번 대회에서는 기조강연과 논문 발표 7편이 진행됐다.

동학학회, '동경대전' 학제적 재조명 학술대회 개최

▲ 제58회 동학학회 하계공동학술대회가 지난 달 19일 경기대 서울캠퍼스 종합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제58회 동학학회 하계공동학술대회가 지난 달 19일 경기대 서울캠퍼스 종합세미나실에서 ‘동경대전 학제적 고찰로 본 동학사상의 원형과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경기대 동양문화학과·한서대 동양고전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번 대회에서는 기조강연과 논문 발표 7편이 진행됐다.

기조강연을 맡은 최민자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현 시기를 ‘라이포세(生命世)’로의 문명 대전환기로 규정하고, ‘동경대전’의 시천주(侍天主) 사상이 이분법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묘약을 함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운의 ‘내유신령(內有神靈)·외유기화(外有氣化)·각지불이(各知不移)’의 삼항 구조가 인간과 우주를 하나의 생명으로 연결하는 비이원적 세계관이라고 해석하며, 정신개벽과 사회개벽을 통한 ‘다시 개벽’이 오늘의 전 지구적 위기에 응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논문 발표 1에서 임상욱 숙명여대 교수는 그간 동학 연구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한 ‘참회문’을 분석했다. 그는 참회문의 현대어로 분석, 동경대전의 ‘죄’ 개념은 생태, 사회, 기술 등 세 영역의 연걸과 함께 천지의 이치에서 어긋남이라고 꼽았다. 특히 참회문의 핵심인 ‘미효귀진지로(未曉歸眞之路) 구침고해(久沉苦海)’, 곧 ‘진리로 돌아가는 길을 깨닫지 못해 고해에 잠겨 있음’이 동학적 죄 개념의 출발점이라고 진단하며 인식의 전환·관계 회복·삶의 전환이라는 세 단계의 속죄 방안을 제시했다.

논문 발표 2에서 정혜정 동국대WISE캠퍼스 교수는 ‘동경대전’에 나타난 한울님 개념의 사상적 계보를 추적했다. 그는 최제우의 한울님이 무속·정감록·유불선 삼교의 영향을 흡수하면서도 이들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독창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당시 민중이 찾아다니던 ‘정감록’의 ‘궁궁촌’을 수운이 외부 공간이 아닌 자기 내면의 일심(一心)으로 전유한 점을 주목했다. 또 ‘선악을 택하지 않는 한울님’의 의미를 사회규범적 도덕과 구분되는 ‘도성덕립(道成德立)’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논문 발표 3에서 조성환 원광대 교수는 1907년 천도교 이론가 양한묵(1862~1919)이 저술한 ‘동경연의(東經演義)’를 재조명했다. 조 교수는 이 문헌이 ‘동경대전’에 대한 최초이자 유일한 한문 주석서임에도 선행 연구가 전무하다고 지적하며, 이돈화의 1924년 ‘동경장해’와의 비교를 통해 두 이론가의 사상적 차이를 분석했다. 특히 양한묵이 최제우를 ‘상제의 아들’로 규정하고 ‘인내천’ 교리를 처음 출현시킨 맥락에 주목했다.

논문 발표 4에서 주영채 동학민족통일회 상임대표의장은 ‘동학’이라는 명칭이 서학에 대한 대항으로 붙여졌다는 통설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논학문’의 문답 구조를 재분석해 ‘동학’이라는 명명이 서학을 의식한 반응이 아니라 동양적 신념체계에서 비롯된 당위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존 연구가 ‘동경대전’을 유학의 아류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수운은 유학적 언어를 사상 전달의 ‘수단’으로 활용했을 뿐 동학의 독창성은 유학과 구별된다고 강조했다.

논문 발표 5에서 민경욱 경기대 교수는 현존 ‘동경대전’ 주요 번역본을 비교 분석했다. 그는 천도교경전본이 권위를 지니지만 현대 독자가 읽기 어려운 고어체로 남아 있다고 지적하고, 도올 김용옥의 2021년 번역본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천도교계가 2024년 출간한 ‘읽기 쉬운 동경대전’이 ‘천도교판 새한글성경’이 되기 위해 개선해야 할 방향을 제언했다.

논문 발표 6에서 윤철현 전주교대 교수는 동학과 유학의 상관성을 검토했다. 수운의 저작에 유학 용어가 빈번히 등장하지만, 수운 자신이 스스로 “동학은 유학이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유학이 특정 계급의 학문인 데 반해 동학은 누구나 닦을 수 있는 민중적 학문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구별된다고 주장했다. 수운-해월-의암-춘암으로 이어지는 학맥의 법설을 통해서야 동학의 용어 개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학의 시천주 주문 중 ‘지기금지원위대강’의 의미에 대해 “동학에 입도해서 접령을 경험해야 한다거나 사람이 한울님께 기화를 원하고 바라는 주술적인 의미가 아니다”라며 “천지 운행을 포함해 사람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생명 운행의 진리, 영기 활동의 진리를 밝힌 천서”라고 밝혔다.

논문 발표 7에서 김상한 경기대 박사과정생은 수운의 내재신 사상과 스위스 심리학자 C.G. 융의 자기(Self) 원형론을 비교철학적으로 고찰하며 세계 영성 담론의 중요한 사상적 자원으로 재평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사상이 신성의 내재성, 비이원적 합일이라는 구조적 유사성을 보이면서도 결정적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융이 대극의 합일을 개성화 과정의 ‘노력 목표’로 설정하는 반면, 수운은 한울님과의 합일을 수행의 ‘출발 조건’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존재론적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김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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