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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동양칼럼/ 진짜 세상을 마음의 눈으로 똑바로 바라보자

요즈음 각종 유튜브나 카톡에서 중국산 AI 동영상과 사진들이 판치고 있다. 또 인물사진이 조작돼 모든 국민이 미남미녀가 돼가고 있다. 거기다가 장례식장에선 AI로 재현된 영상 속 고인이 조문객을 맞는 경우가 늘고...

동양칼럼/ 진짜 세상을 마음의 눈으로 똑바로 바라보자

▲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을까? 아니면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있는 걸까? 요즈음 각종 유튜브나 카톡에서 중국산 AI 동영상과 사진들이 판치고 있다. 또 인물사진이 조작돼 모든 국민이 미남미녀가 돼가고 있다. 거기다가 장례식장에선 AI로 재현된 영상 속 고인이 조문객을 맞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조문할 때 고인의 영정사진을 보며 생전의 인연을 떠올리며 애도를 표해야 하는데 어리둥절이다. AI 영상제작업체에 고인이 작별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지난해보다 20배 늘었단다.

또 사망한 유명 연예인을 AI로 재현해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유통하는 경우가 늘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올해 3.1절에 OpenAI의 AI ‘Sora’로 제작된 영상에서 열사가 방귀를 뀌고 “시원하다”고 말하거나, 일장기에 애정을 표현하는 등 참혹한 독립투쟁의 역사를 왜곡했었다. 그러나 모욕죄는 생존인물만을 보호 대상으로 한단다.

최인호 작가의 <산중일기>에 나오는 일화다. 미국 LA에 청년이 여행 가이드를 하던 어느 날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단체 여행객들의 안내를 맡게 됐다.

청년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여행단장이 말했다. “절대로 우리를 장님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보통사람들에게 하듯이 안내해 주시오.”

버스가 출발하자 청년은 여행객들에게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평소처럼 안내하기 시작했다.

“오른쪽에 보이는 저 푸른 바다는 태평양입니다. 왼쪽에 보이는 저 산은 여러분이 잘 아시는 할리우드입니다. 언덕위에 쓰인 영어 간판이 보이시죠? 저곳은 저 유명한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영화의 본고장 할리우드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청년의 안내에 따라 차창의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끄덕였다.

자기들끼리 손가락질을 하면서 차창 밖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청년은 시각장애인들이 일부러 장님 흉내를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졌다. 그들은 분명히 안내하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여행이 끝나자 시각장애인들은 청년에게 다가와 악수를 하며 덕분에 정말 좋은 관광을 해 고맙다고 했다.

사물을 보려면 눈이 필요하다. 하지만 눈은 물체의 상이 통과하는 렌즈일 뿐이고, 사실 물체를 보는 것은 마음이다. 마음이 딴 데 있으면 눈으로 대상을 보더라도 그것을 인식할 수 없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대학>에는 ‘심부재언 시이불견(心不再焉 視而不見)’이라는 구절이 있다. ‘마음에 있지 않으면 봐도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를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사물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관심은 어떤 것에 마음을 두고 주의를 기울이는 준비단계이다. 그런데 사물을 제대로 보려면 거기서 한 발 나아가 마음으로 보는 관심의 단계에 들어서야 한다. 진짜 세상을 보려면 바깥의 눈이 아니라 마음의 눈을 떠야 한다.

성당 안에 십자가가 걸려있지 않고 예수님이 동영상으로 복음을 전파하고, 법당 안에서 부처님이 동영상으로 설법을 한다면 종교의 성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될까?

정채봉 동화작가는 나 자신을 슬프게 한 일들이 뭐가 있을까 돌아봤더니 이런 게 떠올랐다고 했다.

꽃밭을 그냥 지나쳐 버린 일. 새소리에 무심하게 응대하지 않은 일. 밤하늘의 별들을 세지 못한 일. 정채봉은 세 가지를 꼽았지만 우리들이 지나치는 일상의 풍경은 얼마나 많을까. 영혼을 파고드는 눈앞의 현실풍광에 무덤덤하다면 우리는 눈뜬장님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돋보기, 또는 안경이 있다. 그래서 똑같은 것을 보고도 누구는 좋은 것이라 하고, 누구는 나쁜 것이라고 한다.

장점을 보는 돋보기로 보면 장점이 보이고, 단점을 보는 돋보기로 보면 단점이 보이기 마련이다. 마치 빨간색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모든 게 빨간색으로 보이고, 파란색 안경을 쓰고 보면 모든 게 파란색으로 보일 것이다. 봄꽃도 직접 보고, 만지고, 향기를 맡고, 바람결에 스치우는 햇살도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 가상세계에 빠져 환상과 착각 속에 살아가서야 눈뜬장님과 귀머거리와 무엇이 다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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