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 중원대 교수
1970년대 초중반 강원도 양구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필자가 기억하는 한미 연합 훈련 팀스피릿 작전은 한 달 이상 지속됐고 굉장히 큰 규모로 진행됐다. 팀스피릿 훈련이 진행되면 시골 또래 아이들은 마을 신작로를 가로지르는 미군 탱크를 따라가며 미군이 던져주는 껌이나 깡통 레이션을 받았다. 닭고기 통조림을 처음 먹어보는 그 맛은 특유의 느끼하면서도 부드러웠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다.
미군들은 동네 꼬마들을 귀엽게 여겼다. 나는 춘천으로 이사한 뒤 태권도 도장을 다닌 적이 있는데 육중한 몸을 이끌고 태권도를 배우는 흑인상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필자는 그 당시 태권도 1급이었고 제법 잘해서 자세나 태극 1장부터 9장의 품새를 교정해 준 적이 있었다. 나는 그가 근무하는 미군 부대 (춘천, 캠프페이지)에 일요일마다 채플에 간 적이 있는데 예배가 끝나면 미군장교식당에서 햄버거나 스테이크를 사준 적이 있었고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고 잊히지 않는다. 먼 동양의 작은 나라에 와서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그 결의에 찬 큰 눈망울을 잊지 못했다.
매년 열리는 한미 연합 훈련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호국 훈련이었고 국민이 그러하듯 나 또한 자랑스러웠고 심적 위안을 받는다. 연합훈련자체야 말로 대북 억지력에 굉장한 효과를 나타낸다. 1945년 해방을 도왔고 1950년 북한의 침략으로 낙동강까지 피란 간 위기의 그때 미군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북한노동당이 지배했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동맹이고 혈맹이었다.
그런데 해괴하고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연합 훈련을 축소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중지한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미국과 한국의 상호 군사 동맹 훈련인데 축소를 하고 중지를 한다니 1945년 이후 미국과의 상호 신뢰 관계가 이렇게 휴짓조각처럼 찢기다니 말이 되는가. 한국전에서 한국과 미군은 피로 나눈 형제나 마찬가지였다. 1965년부터 시작된 월남에서의 미군과 한국의 합동작전도 상호 방위조약에 의거 흔들림 없는 약속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이것을 오판해서 북한이 핵이라도 한번 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핵무기 하나가 서울시민 200만에서 300만명이 절멸할 수 있는 위력이라고 한다. 아프가니스탄이나 베트남에서 떠났던 것처럼 언젠가 미군도 대한민국을 떠날 수 있다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팽개친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 누가 잘못한 것인가.
트럼프는 한미 군사훈련을 이렇게 말했다. “한미 훈련은 내 임기 동안 매우 모범적인 누군가(김정은)에게 매우 모욕적인 일”이란 말까지 했다. 트럼프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김정은과 화끈한 이벤트를 벌여야 선거에서 패배하지 않고 승리하리라는 것이라고들 한다. 트럼프는 미국의 최고 동맹인 한국에 대한 무례한 짓을 저질렀다. 북한을 옹호하고 혈맹인 한국을 저버릴 수 있나. 대한민국을 능욕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동맹도 언젠가는 끝장낼 수 있다는 냉혹한 국제사회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는 태연하다. 필자만의 기우인가. 심지어 이 대통령은 훈련축소에 대해서 “그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한술 더 떠 “평화를 위한 트럼프 결단에 공감한다”라고 강조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서두른다고 한다.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권까지 가져오면 미군 장교가 한국군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데 미국이 왜 한국에 있겠나. 미군 철수는 앞당겨진다. 결국 자주국방만이 살길인데 중국 러시아 북한 3자 연대를 당해낼 것인가. 일본이 우리를 도울 것인가.
이미 우리 군은 윤석열 계엄으로 초토화됐다. 장군들은 감방에 갔고 군의 사기는 최악이다. 서부 전선을 지키는 병사는 실탄을 뺀 채 빈총 경계 작전을 했다고도 한다.
유비무환의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인조가 삼전도에서 청 태종에게 무릎 끌고 아홉 번 절하는 수모를 겪었던 역사적 사실, 조선 선조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침략으로 의주로 도망갔던 일, 고종이 을사늑약을 강제로 맺고 조선국권을 일본에 넘겨야 했던 치욕의 역사. 나라가 힘이 없으면 우린 또다시 침략당할 것이다. 당하기는 쉽다. 안 당하게 하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고 군의 사기와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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