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현 오스테리아문 대표
이탈리아 최고의 레스토랑, 미쉐린 쓰리스타,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위를 두 번이나 차지한 셰프 마시모 보투라. 그는 이탈리아 모데나(Modena)에 위치한 자신의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Osteria Francescana)를 비롯해 전 세계에 5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스타 셰프다.
이탈리아의 엄격한 요리 전통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시도로 처음에는 지역 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음식에 현대 미술과 유머, 스토리를 입히며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한 대단한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나는 이 셰프의 책과 다큐멘터리를 모두 보았을 정도로 엄청난 팬심을 자랑한다. 그래서 만약 내가 레스토랑을 열어 돈을 좀 번다면 그의 레스토랑에 꼭 예약을 하고 식사를 해보리라 꿈을 꿨다.
그러다 2018년 직원들과 함께 모데나를 방문했지만 아쉽게도 그의 식당은 6개월 치 예약이 모두 완료된 상태였다. 그래 밥은 못 먹어도 사진이나 찍고 가자는 생각에, 인근에 짐을 풀고 그의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다큐멘터리에서 수도 없이 봐왔던 친숙한 골목골목 덕분에 지도를 보지 않고도 갈 수 있었다.
밤 10시께, 마침 식사를 마치고 나온 전 세계에서 온 손님들을 배웅하기 위해 그 셰프가 나와있었고 순간 나는 퇴근을 위해 파란색 스포츠카의 문을 여는 그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부오나세라!”(이탈리아식 저녁인사)
그리고 “우린 한국에서 온 이탈리안 요리사들인데 당신의 음식이 먹고 싶어 비행기 타고 13시간, 그리고 로마에서 차를 끌고 6시간을 왔다. 그런데 예약이 되지 않아 당신과 사진이라도 찍고 가려 한다”고.
그러자 하얀 곱슬머리의 위대한 셰프는 팔짱을 끼고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내가 특별한 좌석으로 예약을 도와주겠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오늘 밤 모데나를 맘껏 즐기고 내일 만나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 일행은 환호성을 지르며 이 꿈같은 이야기를 sns에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점심 우리는 한껏 차려입고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앞으로 갔다. 일반적인 4인 테이블에 배정받아 식사를 즐기던 도중 갑자기 서버 4명이 우리의 의자를 빼더니 잠시 갈 곳이 있다며 따라오라는 것이다.
바로 주방이었다. 주방에는 30여명의 요리사가 일사불란하게 요리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우리에게 주방 구석구석을 투어 시켜주었다. 그리곤 어두운 노란 조명에 수천 병의 와인으로 둘러쌓인 방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아름답게 세팅된 테이블과 종류별로 놓인 와인 잔과 함께 마시모 보투라 셰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을 VIP 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감격한 우리를 한 명씩 다 안아주고 여러 가지 요리에 대한 조언과 함께 그날 메뉴의 스토리를 얘기해 줬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메뉴, ‘앗! 레몬 타르트를 떨어뜨렸어’ (Oops! I Dropped the Lemon Tart). 완벽주의에 반대하며 우연의 미학을 담아낸 디저트로, 접시 위에 레몬 타르트가 깨진 모습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메뉴였다. 이는 갓 구운 타르트를 떨어뜨린 직원의 실수를 나무라기보다는 깨진 그 상태의 모양으로 재구성하여 다시 메뉴로 만든 천재적인 발상의 전환의 결과였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이후 나는 그가 벌이는 사회적인 요리봉사 활동에 영향을 받아 지역으로 돌아와 어려운 이들에게 미식경험을 제공하는 행사도 기획할 수 있었다. 나에게 있어 창의적인 요리적 영감과 요리사로서 고귀한 의무를 일깨워준 마시모 보투라, 그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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