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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동북아 국제체제의 구조적 대전환과 한국의 선택

반도체·배터리·희토류 등 핵심 산업에서 공급망 충격 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며, 경제안보는 더이상... 이를 위해 반도체·배터리·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미국·EU·일본과의 기술 동맹을 강화하며, 핵심 광물...

동북아 국제체제의 구조적 대전환과 한국의 선택

곽태환 박사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2026년 동북아 국제안보체제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 대전환을 겪고 있다. 이 변화는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나 일시적 정권 교체로 설명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지금 동북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국제체제의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국제정치학에서 구조(structure)란 단순한 외부 환경이 아니라 국가의 행동을 제약하고 방향을 규정하는 핵심 변수이다.

케네스 월츠(Kenneth Waltz)가 국제체제의 구조는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의 범위를 제한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동북아 체제의 구조에 대한 연구가 한반도의 미래전략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연구가 결여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오늘날 동북아에서 구조적 변화는 다섯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1) 미·중 전략 경쟁의 준(準)양극화, (2) 일본의 안보 정상화, (3) 중국의 군사적 부상, (4) 러시아의 전략적 재부상, 그리고 (5)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이다. 이 다섯 가지 축은 서로 독립된 현상이 아니라 상호 연동된 구조적 변화이며, 그 지정·지경학적 중심에 대한민국(ROK)이 위치하고 있다. 한국은 이 구조적 대전환의 한복판에서 국방 안보는 미국에, 경제 안보는 중국에, 한반도 평화는 북한의 의지에, 그리고 지역 질서는 미·중·일·러 4국의 전략에 영향을 받는 전형적 선진 중견국이다. 따라서 2026년 한국의 전략은 단순한 외교·안보 정책이 아니라, 동북아 국제체제의 구조 속에서 전략적 공간을 창출하는 국가전략이어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구조적 현실주의 시각에서 동북아 체제의 구조적 변화가 5가지 축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음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한반도의 미래전략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다섯 가지 전략 축을 중심으로 국가전략을 재정립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책제언을 하는 데 기본 목적을 두었다.

이론적 틀: 구조적 현실주의 접근의 한계와 문제점

구조적 현실주의(Neorealism or Structural Realism)는 국제정치를 무정부적(anarchic) 구조 속에서 국가들이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체제로 이해한다. 월츠 교수는 국제정치의 핵심 동인은 국가의 의도나 지도자의 성향이 아니라 국제체제의 구조—특히 힘의 분포(distribution of capabilities)라면서, 각 국가들은 무정부적 환경에서 자조(self-help)의 원리에 따라 행동하며, 이는 군비 증강, 동맹 형성, 세력균형 전략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구조적 현실주의의 핵심 개념을 요약한다. 첫째, 무정부성은 국가 위에 군림하는 상위 권위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하며, 이는 국가들이 생존을 위해 스스로 안보를 확보하도록 강제한다. 둘째, 능력(힘)의 분포는 국제체제의 구조를 결정하며, 단극·양극·다극 구조는 국가의 전략적 선택을 제약한다. 셋째, 안보 딜레마는 한 국가의 방어적 조치가 상대국에게 위협으로 인식되어 군비경쟁을 유발하는 구조적 현상이다. 넷째, 국가들은 강대국의 부상에 대해 균형(balancing) 또는 편승(bandwagoning)으로 대응한다.

구조적 현실주의는 오늘날 국제정치 분석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 중 하나로 평가된다. 특히 동북아와 같이 강대국의 힘이 밀집하고 군사적 긴장이 상시화된 지역에서는 구조적 현실주의의 설득력이 더욱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국제정치의 분석의 틀로서 구조적 현실주의의 한계와 문제점도 분명히 존재함을 잘 알고 있다. 첫째, 국제정치분석에 있어 국가 내부 요인이 배제되고 있다. 지도자의 성향, 국내 여론, 정당 정치, 경제 구조 등 미시적 요인이 국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과소평가된 것이다. 예를 들면 일본의 안보정상화는 구조적 압력만으로 설명이 완전하지 못하다.

둘째, 비군사적 요인이 과소평가되고 있다. 경제·기술·제도·규범 등 현대 국제정치의 핵심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미·중 경쟁은 군사력보다 기술·경제 안보가 핵심이다.

셋째, 국가의 전략적 자율성이 축소된다.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 중국의 선택적 강경·친화 전략 등은 구조적 압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넷째, 국제 협력·제도화 설명이 부족하다. 동북아의 경제 상호의존, 다자 협력, 제도적 신뢰 구축은 자유주의적 설명이 더 적합하다.

다섯째, 정체성·역사·담론의 영향이 무시되었다. 민족주의, 역사 인식, 정체성 담론은 동북아 국가 행동의 핵심 요인이다. 그래서 국제정치이론으로 설득력이 있는 구성주의 이론을 무시해선 안 될 것이다.

이러한 한계는 구조적 현실주의가 동북아의 복합적 현실을 완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필자는 구조적 현실주의는 동북아의 거시적 구조 변동을 설명하는 데 가장 강한 분석의 틀을 제공하지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국가 내부 요인, 경제·제도적 요인, 정체성·규범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정치의 분석의 틀로서 구조적 현실주의 접근은 거시적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면, 먼저 동북아체제의 구조적 변화를 미중 전략경쟁, 일본의 안보 정상화, 중국의 군사적 부상, 러시아의 전략적 재부상, 그리고 북한의 핵 능력의 고도화 변수들을 순서대로 구체적으로 분석하려고 한다.

미·중 전략 경쟁: 동북아 구조변화의 중심축

동북아 체제의 구조변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변수는 미·중 전략경쟁이다. 이 경쟁은 단순한 패권 경쟁이 아니라 국제체제의 구조적 이동이다. 냉전 이후 미국은 단극 체제를 유지해 왔지만, 중국의 경제·군사력 부상은 이 단극 체제를 흔들고 있다. 오늘날 국제체제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이 중심이 되는 준양극 구조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 구조는 동북아에서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있고, 중국은 지난 20년간 동중국해·남중국해·대만해협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A2/AD(Anti-Access/Area Denial, 접근 거부·지역 거부) 전략을 구축해 왔으며, 경제력을 기반으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양국은 군사·경제·기술·이념 전 영역에서 충돌하고 있으며, 이 충돌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구조적 압력에 의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대만해협은 미·중 경쟁의 군사적 충돌 개연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이 지역의 불안정성은 한국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만해협 위기는 한국의 해상교통로를 위협하고, 미·중 충돌 시 동맹국으로서의 역할 압력을 높이며, 경제·기술 공급망 붕괴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결국 대만해협 위기는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가장 강하게 제약하는 구조적 변수가 될 것이다.

일본의 안보 정상화와 동북아 군사력 균형의 재편: 타이완 발언 이후 중일 관계 악화라는 새로운 구조적 변수

일본의 안보 정상화는 오늘날 동북아 국제질서를 뒤흔드는 핵심적 구조변화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방위비 대폭 증액, ‘반격 능력(counterstrike capability)’ 확보, 헌법 해석의 사실상 변경 등을 통해 전후 체제의 제약을 벗어나 전쟁 수행 능력을 갖춘 국가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정책적 선택이 아니라, 일본이 직면한 구조적 압력—중국의 군사력 팽창,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 역할 확대 요구—에 대한 전략적 적응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2025년 10월 21일 취임한 역사상 첫 여성 일본총리 사나에 타카이치가 타이완 문제를 언급하며 “타이완의 안정은 일본의 안보와 직결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은 동북아 안보 지형에 새로운 긴장을 불러왔다. 이 발언은 중국의 핵심 이익(core interest)을 정면으로 건드린 것으로 평가되며, 시진핑 주석은 이를 내정 간섭이자 일본의 군사적 재부상 신호로 간주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적인 항의 성명을 발표했고,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일본의 안보 정상화가 “군국주의의 부활”이라고 규정하며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일 관계는 최근 수년 중 가장 심각한 외교적 긴장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으며, 양국 간 고위급 소통 채널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 가깝다.

이러한 외교적 충돌은 단순한 발언 논란을 넘어, 동북아 군사력 균형의 구조적 재편이라는 더 큰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일본의 타이완 관련 발언은 중국의 군사적 대응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일본의 추가적인 군사력 강화 명분을 제공하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중국은 이미 동중국해와 타이완 해협 주변에서 군사 활동을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자위대의 배치 강화와 미일 연합훈련 확대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북아는 미·일 대 중국이라는 준(準)블록 구조가 공고해지고 있어 보이지만 미국은 이런 구조 변화를 원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변화는 대한민국에게는 단순한 주변국의 군사정책 변화가 아니라, 안보전략의 근본적 재설계를 요구하는 구조적 변수로 작용한다. 필자는 일본의 군사력 증강과 더불어 독도영유권 재주장과 안보정상화는 한국에게 새로운 전략적 고려 요소를 제공하며, 한·미·일 협력체의 성격과 범위를 재정의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한국이 기존의 한반도 중심 안보 패러다임을 넘어, 동북아 전체의 전략적 연계성을 고려한 보다 입체적 안보전략을 마련해야 함을 의미한다.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지역 질서 재편: 중일 관계의 적대적 전환이 가져온 새로운 구조적 변화

중국의 군사적 부상은 이미 동북아 국제질서의 핵심적 구조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중국 중심의 지역 질서(Sino-centric order)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A2/AD 전략의 고도화, 남중국해의 군사기지화, 항모 전단을 포함한 해군력의 급속한 확장, 그리고 중·러 전략적 연대 강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단순한 군사력 증강이 아니라, 역내 질서를 재편하려는 구조적 시도로 이해된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최근 일본 총리가 타이완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타이완의 안정은 일본의 안보와 직결된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새로운 긴장 요소를 더했다. 중국은 이를 자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시진핑 지도부는 일본의 안보정상화와 타이완 문제 개입을 “군국주의적 재부상”으로 비판하며 외교·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로 인해 중일 관계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적대적 관계로 급격히 전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양국 간 전략적 신뢰는 사실상 붕괴된 상태에 가깝다.

이러한 중일 관계의 악화는 동북아 질서에 새로운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첫째, 중국은 일본의 발언을 명분으로 동중국해와 타이완 해협에서 군사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의 추가적인 군사력 증강과 미·일 동맹의 결속을 촉진하는 상호 군비경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둘째, 중국·러시아·북한의 전략적 연대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중국의 부상은 이미 한국에게 경제·안보·외교 전 영역에서 구조적 압력을 가해 왔지만, 최근 중일 관계의 적대적 전환은 한국의 전략적 환경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의 타이완 발언 이후 동북아 안보 구조는 한반도 문제와 타이완 해협 문제가 점점 더 긴밀하게 연동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제약하는 새로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 미·중 경쟁, 중·일 갈등, 중·러 연대,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가 상호작용하는 다층적 구조 속에서 경제적 의존성과 안보적 연계성 사이의 균형을 더욱 정교하게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중국의 군사적 부상은 동북아 질서의 구조적 재편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지만, 최근 일본의 타이완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관계의 적대적 전환은 이 구조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동북아 전체의 전략적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며, 한국에게는 기존의 한반도 중심 안보 패러다임을 넘어 동북아 전체의 구조적 변동성을 고려한 새로운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는 중대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의 전략적 재부상과 북·중·러 협력체제의 구조화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러시아가 동북아에서 새로운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였다. 전쟁 장기화로 인해 서방과의 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러시아는 중국·북한과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교·안보 전략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전술적 협력이 아니라 러시아의 동북아 재부상 전략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동북아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동북아에서 제한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러시아는 동북아에서 미국·일본·한국의 안보협력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균형자이자 군사적 파트너로서 북한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하기 위해 동해·북극항로·극동 지역 개발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중국과의 공동 군사훈련 및 해상 연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동북아 전략구도에서 독자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적극적 행위자로 재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밀착되고 있다. 군사협력, 정치적 연대, 경제협력의 전 영역의 구조적 결합 확대를 통해 북한의 생존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북·러 밀착은 단순한 전술적 거래를 넘어, 상호 전략적 필요에 기반한 구조적 결합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러시아·북한의 협력체제는 이제 느슨한 협력 수준을 넘어 사실상 구조화된 준(準)블록 체제로 발전하고 있다. 이 세 국가의 이해관계는 상호 보완적이며, 그 결과 동북아는 ‘미·일·한 vs 북·중·러’라는 양극화된 신냉전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한국에게 중대한 전략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① 안보환경의 다층적 위협이 심화되고 있다. ② 한반도 위기관리의 복잡성이 증가한다. 한국은 위기관리의 다자적 조정 능력을 훨씬 더 정교하게 구축해야 할 것이다. ③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이 축소될 우려가 존재한다. 따라서, 다층적·분화된 전략적 자율성 확보 전략을 새롭게 설계해야 할 것이다. ④ 동북아 질서의 구조적 재편 속에서 한국의 장기전략 필요성이 제기된다.

러시아의 전략적 재부상, 러·북 밀착, 그리고 중·러·북 협력체제의 구조화는 동북아 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한국에게 단순한 외교적 도전이 아니라 국가전략의 전면적 재설계를 요구하는 구조적 변화다. 한국은 새로운 신냉전적 질서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 위기관리 능력, 동맹·파트너십의 재구조화를 통해 미래전략을 재정립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한반도 구조변화의 핵심 내부 요인

북한의 핵무장 고도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구조를 변화시키는 가장 결정적 내부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북한은 ICBM, SLBM, 전술핵 등 기존 핵전력의 다변화에 더해 전략핵·전술핵·해상핵 전력의 삼중 구조(triad)를 구축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2023~2024년 이후 북한이 공개한 핵탄두 소형화·경량화 성공 주장, 전술핵 운용 부대 창설, 핵 무인 수중공격정(‘해일’ 계열), 그리고 핵추진 혹은 핵 탑재 가능 잠수함 공개는 북한이 단순한 핵 보유를 넘어 실전적 핵전력 체계 구축 단계로 이동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북한은 국제사회에 대해 “사실상의 핵 보유국” 지위를 요구하며, 북미 대화나 비핵화 협상에 대해 노골적으로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무력을 “국가 생존의 절대적 보루”로 규정하고, 핵무기 증강을 헌법에 명문화함으로써 핵무장 지속·강화의 불가역성을 선언했다. 이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협상은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되었고, 향후 협상에서도 핵군축 혹은 핵동결 수준의 제한적 조치만을 고려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한의 핵전력 고도화는 한반도 안보 구조에 심각한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첫째, 남북 간 비대칭 억지 구조로 고착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은 확장 억지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고, 미국은 동맹 방어 부담이 증가하는 구조적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둘째, SLBM·핵잠수함 등장으로 인한 억지 체계의 복잡성이 증가한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핵잠수함 혹은 핵 탑재 가능 잠수함은 탐지·요격이 어려워 2차 보복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이는 북한이 핵전력을 “생존 가능한 핵전력”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한국의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KAMD) 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셋째, 북한은 핵 무력을 단순한 군사적 억지 수단이 아니라, 대미 협상력 제고, 대남 압박 수단, 체제 정당성 강화, 그리고 중·러와의 전략적 연대 강화 등 다목적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북·중·러 협력체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북한의 핵 능력은 이 삼각관계에서 전략적 가치를 높이며, 북한의 외교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넷째,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는 한국의 전략적 선택지를 구조적으로 제약한다. 한국은 확장 억지 강화, 미·일·한 협력 심화, 자체적 대응 능력 강화라는 3중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따라서, 남북관계는 비핵화 협상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평화·통일 전략의 공간은 축소되고, 한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핵 위협 관리 전략을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동북아 안보체제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다층적 억지 체계 구축, 확장 억지 실행력 강화, 연합대응능력 고도화, 중·러와의 전략적 관리, 장기적 핵 위협 관리 전략 수립이라는 종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정책제언: 한반도 미래 전략의 다섯 가지 축

동북아 국제안보체제의 구조적 대전환은 한국에게 심대한 도전이자 동시에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 미·중 전략 경쟁의 준양극화, 일본의 안보 정상화, 중국의 군사적 부상, 러시아의 전략적 재부상,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는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제약하고 안보·경제·외교·남북관계 전반에 걸쳐 구조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 현실주의(structural realism)가 강조하듯, 국제체제의 구조적 제약은 국가의 행동을 제한하지만 완전히 결정하지는 않는다. 국가는 체제의 구조적 압력 속에서도 전략적 공간을 창출할 수 있으며, 한국 역시 이러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구조적 제약 속에서도 미래전략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전략 축을 중심으로 국가전략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 다섯 가지 축은 단기적 위기관리와 장기적 구조변화 대응을 동시에 고려하는 이중 전략(dual strategy)의 성격을 갖는다. 즉, 단기적으로는 불안정성을 완화하고, 중기적으로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며, 장기적으로 구조적 제약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1. 다층적 억지 전략의 정교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는 한반도 안보환경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북한은 핵 등 다양한 형태의 핵전력을 확보하여 사실상 핵 보유국이 되었다. 이는 남북 간 비대칭 억지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억지 전략은 단순한 군사력 강화가 아니라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확장 억지의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 자산 전개를 정례화하고, 핵 기획 협의체(NCG)의 실질적 기능을 강화하며, 확장억지전략협의체(EDSCG)를 제도화하고 핵잠수함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한국형 3축체계(K3D)의 고도화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능동적·수동적 억지를 제공하며, 전략적 억지·작전적 억지·정치 적 억지를 통합한 억지 체계는 북한의 오판 가능성을 줄이고 한반도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2. 전략적 자율성 확보

한국은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비대칭 구조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이 축소되고 있다. 미·중 경쟁이 구조화될수록 한국은 선택의 딜레마에 직면하게 되며, 이는 외교적 유연성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전략적 자율성은 강대국 사이에서 중견국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한국은 전면적 선택이 아니라 사안별 선택(issue-based alignment)을 통해 선택적 정렬(selective alignment)을 제도화해야 한다. 안보 분야에서는 미국 중심의 동맹 체제를 유지하되, 경제·기술 분야에서는 공급망 다변화와 중견국 협력을 통해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다. 또한 MIKTA와 같은 중견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자주의 기반의 외교적 공간을 넓히는 것은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3. 경제안보 중심 국가전략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희토류 등 핵심 산업에서 공급망 충격 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며, 경제안보는 더이상 경제정책의 영역이 아니라 국가안보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안보 중심 국가전략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배터리·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미국·EU·일본과의 기술 동맹을 강화하며, 핵심 광물·희토류 확보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산업·기술·에너지·공급망을 통합 관리하는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를 구축함으로써 경제안보의 구조적 취약성을 완화할 수 있다. 기술 동맹은 단순한 산업 협력이 아니라 국가안보 전략이며, 한국은 이를 통해 경제안보와 안보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4. 남북 신뢰 구축 전략

남북관계는 반복 게임 구조 속에서 비협력 균형에 머물러 있으며, 북핵 고착화는 평화·통일 전략의 공간을 축소시키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조건부 상호주의 기반의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남북 간 대화분위기 조성을 위해 친화적 상호작용(friendly tit-for-tat strategy)을 의도적으로 상승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인도적 협력, 제한적 경제협력, 평화체제 논의는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군사적 투명성 강화와 우발적 충돌 방지 협정은 남북 간 오해와 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남북 신뢰 구축은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비협력 균형을 협력 균형으로 전환하는 데 필수 전략이다.

5.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구축

동북아는 유럽과 달리 제도화된 다자안보체제가 부재한 지역이다. 이는 동북아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위기 관리 실패 가능성을 높인다. 한국은 선진 중견국으로서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가교역할(bridge-building role)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신뢰 구축 메커니즘(CBM) 강화, 위기관리 협의체 구축, 군비통제 협의체 추진, 동북아 안보포럼 창설 등은 동북아 지역 질서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한다. 한국은 이러한 다자안보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견국의 외교의 강점을 활용해 지역 안정과 평화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전략은 단기적 위기관리와 장기적 구조변화 대응을 동시에 고려하는 이중전략이어야 한다. 다층적 억지 전략, 전략적 자율성 확보, 경제안보 중심 국가전략, 남북 신뢰 구축,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구축이라는 다섯 가지 전략 축은 한국이 구조적 압력 속에서도 전략적 공간을 창출하고, 동북아 지역 질서의 안정과 평화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선진 중견국으로서 중추 국가(pivotal state)로 나가는 길목에서 이러한 전략적 선택을 통해 동북아 체제의 구조적 제약을 완화하고, 핵 없고 평화로운 한반도 미래지향적 국가전략을 구축해 나가길 기대한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한국 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 대학교 국제 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6대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 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 통일 협의회 이사장 (2010-2021)/현 명예 이사장, 통일 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제19-22기 평통 LA 협의회 상임고문, 제23기 통일 교육의원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 가주 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 공로상 수상(2021), 경남대 명예 정치학 박사 수여(2019), 글로벌 평화 재단(GPF)의 혁신 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한국외국어대학교 HUFS Award(해외 부분) 수상 (2025). 37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600편 이상 출판; 주요 저서: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구상』 공저: 『한반도 문제 해법: 새로운 모색』(한국 학술정보, 2024), 『한반도 비핵·평화 체제의 모색』(매봉, 2023)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In Search of Peace in Korea and Northeast Asia (Routledge, forthcoming, 2026);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연락처:+1-310-729-8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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