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충교역 ‘가치축적’ 첫 성과, 1천만 달러 규모 영상처리장치 독일행
-해외업체 실적 쌓아 입찰 활용… 중소 방산기업, 수출 구조 바뀐다
국내 중소 방산기업이 해외 대형 방산업체에 부품을 먼저 납품하고, 그 실적을 향후 입찰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구조가 현실화됐다. 거래 순서가 뒤집힌 것이다. 방산 수출의 진입 장벽으로 꼽히던 ‘레퍼런스 부족’ 문제가 다른 방식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방위사업청(청장 이용철)은 26일 독일 방산 센서·전자장비 기업 헨솔트(Hensoldt)와 국내 중소기업 인텔릭스 간 절충교역 가치축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해외 업체가 국내 기업 제품을 먼저 구매하거나 협력하면, 그 실적을 향후 한국 방위사업 참여 때 반영하는 구조다.
이번 합의로 인텔릭스는 약 1000만 달러 규모의 상황인식 시스템 중앙영상처리장치를 독일로 수출한다. 단발성 계약이 아니다. 추가 물량 협의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이 단순 하청이 아니라, 기술 기반 제품으로 유럽 방산 공급망에 직접 진입한 사례다.
이 구조의 핵심은 ‘순서’다. 기존 방산 수출은 실적이 있어야 계약이 가능했다. 중소기업은 입찰조차 어려웠다. 이번 방식은 반대다. 해외 기업이 먼저 구매해 실적을 만들어주고, 이를 입찰 경쟁력으로 다시 활용한다. 사실상 ‘선(先)시장 진입, 후(後)입찰’ 구조다.
인텔릭스는 지능형 데이터 획득·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방산 시스템을 보유한 기업이다. 정부의 ‘방산혁신기업100’ 사업을 통해 선정됐다. 이 사업은 인공지능, 반도체, 무인기, 첨단 센서 등 국방 핵심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 80여 개 기업이 포함돼 있다.
방사청은 그동안 해외 방산기업과 국내 중소기업을 연결하기 위해 수출 상담, 기술 매칭, 사업 설명회를 지원해왔다. 이번 사례는 지원을 넘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첫 결과물에 가깝다. 구조 변화의 의미는 분명하다. 방산 수출은 기술보다 ‘검증된 실적’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해왔다. 중소기업은 기술이 있어도 시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번 방식은 그 벽을 낮춘다. 해외 기업이 직접 ‘검증자’ 역할을 하면서, 시장 진입 비용을 줄인다.
방사청 관계자는 “해외 방산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 기업이 자연스럽게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는 구조”라며 “가치축적 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수출 성과를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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