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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증시, 거품일까 기회일까 [편집장 레터]

배 대표는 버블을 겪더라도 길게 보고 새로운 ‘테크’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코스피가 8000을 향하는 지금, ‘도파민 증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미 투자자는 온통 주가판만 쳐다보고 있죠. 과열...

‘도파민’ 증시, 거품일까 기회일까 [편집장 레터]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에게는 ‘ETF(상장지수펀드)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20여년 전 삼성자산운용 재직 시절, 국내 처음으로 ETF를 소개한 인물이죠. 금융당국을 오가며 ‘코덱스 200’을 상장시킨 일화는 유명합니다.

생소하기 짝이 없었던 ETF, 지금은 어떤가요. 주식 좀 한다는 개미 투자자 치고 ETF 하나쯤 안 갖고 있는 사람 없습니다. ETF 시장 규모는 500조원을 바라봅니다. 삼성자산운용이 압도적 1위를 지키는 데는 그의 공이 큽니다.

배 대표는 직설 화법으로도 잘 알려졌습니다. 금융인 특유의 모호한 조언을 싫어합니다. ‘사라’ ‘사지 마라’ 의견 표명이 분명하죠. 그런 그가 최근 SNS를 통해 워런 버핏을 공개 저격했습니다.

배 대표는 버핏이 제조업 시대에 훌륭한 투자가였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2000년 무렵 인터넷 도입 이후 디지털로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이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꼬집었죠. 2000년 이후에도 전통 제조업을 고집한 버핏의 수익률이 나스닥100은 물론 S&P500지수보다 좋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버핏이 새로운 범용 기술에 올라타지 않아서입니다. 배 대표에 따르면 2000년대 인터넷 등장은 주식 시장에서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2~3년 전 나타난 AI가 두 번째 부를 창출할 찬스라고 봤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고 했죠.

나스닥이든 코스피든 주가는 역사적으로 우상향

인터넷 이후 새 기회…AI 생태계에 장기 투자해야

이런 글도 남겼습니다. 1996년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당시 주식 시장을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말 이후 2000년까지 나스닥은 3배 올랐습니다. 중간에 하락장이 있었지만 결국 우상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배 대표는 버블을 겪더라도 길게 보고 새로운 ‘테크’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코스피가 8000을 향하는 지금, ‘도파민 증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미 투자자는 온통 주가판만 쳐다보고 있죠. 과열 양상은 분명합니다.

이럴 때 배 대표의 글에서 몇 가지 메시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급함을 버려야 합니다. 단기 상투 걱정 말고 떠오를 분야를 찾아 시간에 투자하라는 것이죠. 연평균 수익률이 복리로 따졌을 때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마법을 믿어야 한다고요. 그래야 주식 시장이 버핏이 말하는 도박장이 아니라, 부(富)의 원천으로 거듭납니다.

투자처는 앞서 말씀 드린대로 AI입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끌어올린 메모리 슈퍼사이클에만 의존해선 곤란합니다. 공급 부족이 언제 과잉 사이클로 바뀔지 몰라서죠. 메모리와 함께 AI 생태계를 둘러싼 산업 전반을 봐야 합니다. 직설 화법을 좋아하는 그는 반도체와 함께 ‘픽앤쇼벨’ 기업에 투자하라고 조언했습니다. 19세기 골드러시 당시 금을 찾던 이들보다 곡괭이(Picks)와 삽(Shovels)을 팔던 가게가 수익을 냈죠.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 전력유틸리티 등이 수혜자가 될 겁니다.

AI ETF에 이미 투자한 저도 조금 더 샀습니다. 10년 이상 미래를 보면 오늘이 제일 싸다는 생각으로요.

[명순영 편집장·경영학 박사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0호(2026.05.20~05.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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