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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도청도설] 중복 상장

유가증권 시장에서 가장 많은 주주를 보유한 종목은 삼성전자(461만 명)였다. 그 뒤를 이어 카카오(160만 명), SK하이닉스(118만 명)였다. 카카오 주주들은 AI발 반도체 호황으로 ‘20만전자·100만닉스’ 시대를 맞은...

[도청도설] 중복 상장

증시 활황 덕에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주식 소유자는 전년 대비 33만 명 늘어난 1456만 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가장 많은 주주를 보유한 종목은 삼성전자(461만 명)였다. 그 뒤를 이어 카카오(160만 명), SK하이닉스(118만 명)였다. 카카오 주주들은 AI발 반도체 호황으로 ‘20만전자·100만닉스’ 시대를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주를 보며 씁쓸해 한다.

한때 ‘성장주’로 각광받던 카카오 주가는 2021년 이후 하락세다. AI플랫폼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채팅 탭 광고 외엔 뚜렷한 수익원이 없어서다. 증권업계는 카카오 주가 상승 동력이 약한 이유 중 하나로 중복(쪼개기) 상장을 꼽는다. 카카오 관련 상장사는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넵튠 등이다. 2021년 카카오페이 상장 이후 주식 투자자들은 “카카오 이모티콘은 언제 상장하냐”고 비아냥 거렸다. 돈 될 만한 자회사를 상장시켜 자금을 모으는 카카오 사업 방식을 비판한 것이다.

카카오그룹 주식들은 대부분 상장 당시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때 9만 원을 넘겼던 카카오뱅크는 19일 2만46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상장 후 23만 원대로 올랐던 카카오페이 주가 역시 6만 원대에 머물러 있다. 평균 매입단가가 높아 처분하지 못해 ‘반려주식’으로 삼는 주주가 많다.

LG화학은 2차전지 기업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분리막 제조사 SKIET를 물적 분할했다. 중복 상장은 기존 모회사 주주들의 가치를 희석시키고 자회사 주가 상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해 3월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가 곤혹을 치렀다. 당시 LS그룹사 주가가 10% 이상 하락했다. LS그룹은 에식스솔루션, KOC전기, LS이링크, SEABL, LS MnM 등 계열사 상장을 보류하고 있다.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이 “L자 들어간 주식은 안 산다”는 말을 한 뒤 여러 기업들이 중복 상장 계획을 접었다.

금융당국은 중복 상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한다. 코스피 시가총액 가운데 중복 상장 기업 비중은 1000조 원을 넘어 주요국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18일 이 대통령이 참석한 자본시장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이 중복 상장 차단 의지를 밝혔다. 글로벌 기준과 거리가 먼 증시 관행을 하루빨리 바꾸지 않으면 ‘코스피 6000피’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이은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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