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반도체 제조에 도전하는 것은 기술적 도전이자 전략적 모험이다 [사진: Reve AI]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테슬라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기술에 필요한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기 위한 초대형 반도체 공장 건설 프로젝트 '테라팹'(Terafab)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 논쟁이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테슬라의 반도체 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7일 이내 시작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공장은 2나노미터(2nm) 공정을 기반으로 한 초미세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테슬라가 반도체 제조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초첨단 공정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번 계획은 테슬라가 2020년 ‘배터리 데이’(Battery Day)에서 공개한 자체 배터리 전략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회사는 차세대 4680 배터리 셀을 공개하며 2022년까지 연간 100GWh 생산 능력을 구축하고 배터리 비용을 56% 절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 성과는 목표에 크게 못 미쳤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2025년 초 기준 테슬라의 4680 셀 생산 능력은 연간 약 20GWh 수준에 머물렀다. 핵심 기술로 강조됐던 건식 전극 공정도 예상보다 난도가 높아 양극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됐고, 음극은 여전히 기존 습식 공정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배터리 데이에서 강조된 성능 개선도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았다. 4680 셀은 한동안 테슬라 사이버트럭에만 적용됐으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후 배터리 공급망도 흔들리면서 일부 공급업체는 거래를 크게 축소했다.
테슬라는 칩 설계 분야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거둔 기업이다. 회사는 맞춤형 오토파일럿 칩과 AI 학습용 칩 도조(Dojo) 등을 개발하며 자체 반도체 설계 역량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전설적인 칩 설계자 짐 켈러(Jim Keller)와 애플 출신 엔지니어 피터 배넌(Peter Bannon) 등이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주요 인재 상당수는 이미 회사를 떠났다. 켈러는 2018년에 퇴사했고, 도조 프로젝트를 이끌던 가네쉬 벤카타라마난(Ganesh Venkataramanan)도 2023년 회사를 떠났다. 이후 머스크는 2025년 도조 프로젝트를 중단했으며, 핵심 설계 책임자였던 배넌도 퇴사했다.
테슬라 4680 배터리 [사진: 셔터스톡]
반도체 제조 인력은 설계와 전혀 다른 전문 영역이다. 리소그래피, 에칭, 화학적 기계 평탄화, 수율 관리, EUV 장비 운영 등 다양한 공정 엔지니어가 필요하지만 테슬라는 해당 경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발언도 논쟁을 키웠다. 그는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 규정을 비판하며 "치즈버거를 먹고 시가를 피울 수 있는 공장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반도체 기술의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러한 발언이 기술적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첨단 반도체 공장은 ISO 1~3 등급의 극도로 엄격한 클린룸 환경에서 운영되며 사람의 호흡만으로도 수백만 개의 오염 입자가 발생할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첨단 반도체 제조의 난도를 경고했다. 그는 2025년 행사에서 "첨단 칩 제조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단순히 공장을 짓는 것 이상의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TSMC의 반도체 제조 역량을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현재 첨단 반도체 생산은 소수 기업만이 가능한 영역으로 남아있다. TSMC는 수십 년간 수백억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 역량을 구축했다. 인텔 역시 수천 명의 엔지니어와 1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제조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막대한 투자에도 첨단 공정 수율에서는 TSMC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제조 경험이 없는 테슬라가 초미세 2nm 공장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업계에서 매우 도전적인 목표로 평가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과거 4680 배터리 프로젝트에서 보였던 것처럼 대담한 목표 발표 후 일정 지연 및 목표 축소라는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홍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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