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어 삼성·현대차·LG까지…재계 ‘성과급 전쟁’ 확산
반도체·자동차·통신 전방위 갈등…경쟁력 타격 우려
지난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안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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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에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SK하이닉스에서 촉발된 고액 성과급 요구가 주요 기업으로 확산되며 ‘수익 연동형 보상’을 둘러싼 충돌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자동차, LG유플러스 등 주요 기업에서 성과급을 둘러싼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함께 영업이익의 15%를 배분하라고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이를 경우 45조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삼성 노조는 내달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로 최대 30조원 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단순한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의 핵심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노사 양측에 신중한 판단과 책임 있는 결정을 촉구했다.
자동차 업계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정년 연장과 완전 월급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10조3648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요구안이 수용될 경우 성과급 규모는 3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통신과 방산업계로도 갈등은 확산되고 있다. LG유플러스 노조는 임금 8% 인상과 함께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으며 주 35시간 근무와 정년 연장, AI 도입에 따른 고용 안정 장치까지 요구안에 포함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성과급 요구가 제조업을 넘어 통신·방산까지 확산되면서 산업계 전반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주력 산업에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 차질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공급 안정성이 핵심 경쟁력인 만큼 파업 장기화는 치명적인 변수다. 최근 메모리 시장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안정적인 공급 능력이 수주 경쟁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계약을 장기화하는 흐름 속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경쟁사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과도한 성과급 지출이 중장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동화와 자율주행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대규모 보상 재원은 미래 투자 여력을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성과급 갈등이 기업 간 ‘눈치 경쟁’으로 번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 기업에서 높은 수준의 보상이 관철될 경우 다른 기업 노조 역시 유사한 요구를 제기하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노사 갈등이 산업 전반으로 장기화되고 기업 경영 불확실성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다른 기업들이 이를 기준 사례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급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결국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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