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제시한 차세대 AI 전략의 핵심은 지상이 아닌 ‘우주’에 있었다.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TERAFAB 행사에서 머스크는 테슬라, xAI, 스페이스X의 향후 10년을 관통할 반도체 로드맵을 공개했다. 주목을 받은 것은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탑재될 AI5·AI6 칩이었지만, 업계의 시선은 별도로 공개된 D3 칩에 집중됐다.
D3는 테슬라의 자체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인 ‘도조(Dojo)’의 3세대 칩으로, 기존과 달리 지상 데이터센터가 아닌 우주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테슬라가 우주 환경을 전제로 설계한 D3 칩
전력 한계에 막힌 지상 AI, 해법은 우주
그동안 도조 프로젝트는 자율주행 학습용 슈퍼컴퓨터를 목표로 발전해왔다. D1과 D2 칩은 대규모 영상 데이터 학습을 위한 연산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 AI 연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지상 인프라의 한계가 뚜렷해졌다.
현재 전 세계에서 구축되는 연간 컴퓨팅 전력은 약 100~200기가와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력망, 냉각, 부지 확보 등 물리적 제약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제시한 테라와트, 나아가 페타와트급 AI 연산을 구현하려면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 지점에서 등장한 해법이 ‘우주 데이터센터’다. D3 칩은 이러한 전환을 전제로 설계됐다.
우주 환경은 지상과 달리 전력과 열 관리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 지속적인 태양광 확보가 가능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고, 방열 역시 진공 환경을 활용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D3는 기존 지상용 반도체보다 훨씬 높은 전력과 발열 조건에서도 작동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의 핵심은 방사선 대응이다. 지구 자기장 밖에서는 강한 우주 방사선으로 인해 일반 반도체는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다. D3는 이러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방사선 내성을 강화한 구조를 채택했다.
“우주가 더 싸다”…데이터센터 경제성 역전
머스크는 발표에서 “몇 년 내 우주에 칩을 보내는 비용이 지상 데이터센터 구축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이 구상의 핵심은 스페이스X의 발사 역량과 결합된 대규모 궤도 서버다. D3 칩은 약 100킬로와트급 서버 랙 형태의 ‘AI Sat Mini’ 위성에 탑재돼 스타십을 통해 우주로 발사될 예정이다.
우주에 배치된 서버는 24시간 태양광을 활용할 수 있어 대규모 배터리 시스템이 필요 없고, 지상 태양광 설비 대비 구조적 비용도 낮출 수 있다. 기상 조건이나 토지 제약도 받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전력·냉각·부지 비용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경제성이 역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데이터센터 산업의 구조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전력 확보가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가 구축됐지만, 앞으로는 궤도 기반 인프라가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인프라, 지구 밖으로 확장
D3 칩은 단순한 반도체 개발을 넘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전략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AI5·AI6 칩이 차량과 로봇 등 물리적 영역의 지능을 담당한다면, D3는 이를 뒷받침하는 대규모 연산 인프라를 담당하는 구조다. 우주에 구축된 AI 클러스터는 xAI의 모델 학습과 추론을 지원하고, 향후 화성 인터넷 구축 등 장기적인 우주 인프라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이번 발표는 단순한 칩 공개를 넘어, AI 인프라의 무대가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력과 공간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선택이자, 향후 AI 경쟁의 새로운 축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베타뉴스 이 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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