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엄민우 IT전자부장] 삼성전자 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디테일한 것들에 더 신경 쓰인다. “삼성전자의 성과는 회사가 잘한 것이 아니라 AI 덕에 얻게 된 ‘운’ 아니냐”는 주장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AI가 추론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었을 정도로, 인류 역사상 기록적일 정도로 늘어나게 된 것은 맞다. 그런 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역대급으로 운이 좋았다. 창사 이후 최고의 운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그 운이 왜 그 두 기업에게 찾아갔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결국 평소 쌓아온 공력 덕분이다.
우리 입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라에 돈 벌어다 주는 참 소중한 존재지만 돈 많고 힘있는 다른 국가 정부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계속 세계 메모리 시장을 석권하는 것을 반기는 국가는 없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돈 되는 사업 글로벌 1,2위가 다 같은 국가 기업인 상황이다. 부러운 것을 넘어 어떻게든 탈취하고 싶은 위치의 존재일 것이다.
중국은 천문학적 돈을 들여 반도체 기술을 키워 시장을 빼앗으려 하지만 한국과의 갭을 크게 줄이지 못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과거 메모리시장의 영광 되찾기 대신 비메모리쪽부터 잡아가려 하고 있다. 세계 최고 인재와 자본이 있고 이미 57년 전에 달까지 갔던 미국도 메모리만큼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준으로 키우진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외부적으론 세계 강대국들로부터의 기술탈취 및 인재유출 리스크, 이재용 회장 등 오너들의 법적 리스크 등 속에서도 그 기술과 위상을 지켜왔다. 한때 재고가 쌓이는 위기도 있었지만 그 시기도 견뎌냈다. 성과급 많이 못 받을 때도 직원들은 밤낮으로 일했다. 그렇게 세계 1,2위 기업으로 버티고 견디다 보니 AI라는 행운이 찾아왔을 때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기업이 돈 번 것을 업황 덕 따지면서 정당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생각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가면 앞으로 기업들 잘될 때 ‘횡재세’ 걷자는 쪽으로 발전하게 된다. 기업은 학교가 아니다. 꼭 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업황 때문인지를 떠나 돈을 많이 벌어들이면 내부 합의에 따라 나누든 투자하든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업황이 안 좋아서 나눌 게 없으면 그땐 직원들도 견딜 줄 알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는 법이고 업황으로 그 ‘성과의 질’을 품평하는 건 답도 없고 소모적이다.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한 논란이 불필요하게 확산되다 보니 이처럼 ‘니들이 잘해서 돈 벌었냐’, ‘우리회사보다 공부 못한 애가 갔다’ 등등 감정적이고 성숙치 못한 이야기들까지 난무하고 있다. 노조에서도 '회사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뉘앙스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사태는 언젠가는 결론이 날 것이고 직원들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곁가지 이야기들이 노사 감정의 골을 깊어지게 하고 조직원들 사기 떨어지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결국 이 사태는 삼성전자를 넘어 대한민국의 패배로 끝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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