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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데스크칼럼] 걷는 연봉, 달리는 분양가

요즘 집값이 오른다는 말은 예삿일이 아니다. 문제는 오르는 속도다. 근로자 소득이 한 계단 오를 때 아파트 분양가는 몇 계단씩 뛰어오른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에게 분양가는 더 이상 가격이 아니라 넘기 어려운 장벽이 되고 있다.

[데스크칼럼] 걷는 연봉, 달리는 분양가

박상철 경제부장

▲ 정부는 올해 종합부동산세 개편 과정에서 기본공제선과 초고가 기준선을 중심으로 세 부담을 차등화하는 ‘3그룹 설계’를 검토하고 있다. 주택 수 대신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중과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도 토론회를 거치며 유력한 방안으로 부상했다. / 연합뉴스

[중부매일 박상철 기자]

요즘 집값이 오른다는 말은 예삿일이 아니다. 문제는 오르는 속도다. 근로자 소득이 한 계단 오를 때 아파트 분양가는 몇 계단씩 뛰어오른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에게 분양가는 더 이상 가격이 아니라 넘기 어려운 장벽이 되고 있다.

올 초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근로자 1인당 평균 총급여는 4천500만원, 월 375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전체 근로자를 소득순으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중위 연봉은 3천417만원, 월 285만원에 그쳤다. 평균과 중간값 차이가 1천83만원이나 된다.

일부 고소득자가 평균을 끌어올린 만큼 다수 직장인이 체감하는 소득은 월 300만원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다만 개인 소득 기준으로 가구소득을 보면 구매력은 올라간다. 중요한 것은 평균이 아니라 가계가 실제 동원 가능한 돈이라는 점이다.

반면 아파트 분양가는 거침이 없다.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충북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천525만원으로 지난해 1천380만원보다 10.5% 올랐다. 전국 평균 상승률 2.2%의 4.8배다. 다만 충북 한 지역 1년 치 수치인 만큼 전국적 추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충북지역 전용 84㎡를 공급면적 34평으로 환산한 평균 분양가는 4억6천920만원에서 5억1천850만원으로 1년 새 4천930만원 뛰었다.

근로자 중위 연봉을 15년 넘게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손에 쥘 수 있는 액수 이른바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15배 수준이다. 1년 새 오른 분양가 상승분(4천930만원)만 해도 중위 연봉(3천417만원)보다 1천513만원 많다. 대출 없이는 접근할 수 없고 대출을 받으면 수십 년 원리금 상환에 묶인다.

충남도 3.3㎡당 1천587만원으로 6.1%, 대전은 2천81만원으로 2.7% 올라 충청권 전반이 오름세다. 최근 자재비·인건비·토지비·금융비용 상승이 분양가를 밀어 올렸다. 또 인허가 지연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경색도 공급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일시적 급등인지 구조적 추세인지는 다음 분기 통계로 확인할 대목이다.

지난 23일 정부가 준비 중인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요구가 가장 몰린 분야는 주택금융이었다. 청년과 무주택자, 생애 최초 구입자에게 LTV·DSR 등 대출 규제를 현실화해 달라는 목소리가 컸다.

소득으로 감당 못 할 집값 앞에서 실수요자가 기댈 곳은 결국 대출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 문턱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 비싸진 집을 더 많은 빚으로 사게 만드는 정책은 주거 사다리가 아니라 부채 사다리를 놓는 일일 수 있다. 공급 대책도 착공 물량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물량이 늘어도 분양가가 낮아지지 않으면 무주택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필요한 것은 공급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분양가 산정 구조를 손보는 일이다. 인허가 절차를 서두르고, 분양원가 공개 대상을 넓혀 택지비·공사비 산정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실수요자 금융 지원은 이런 안정 장치와 함께 가야 효과를 낸다.

▲ 박상철 경제부장.

월 285만원을 버는 사람에게 5억원 넘는 아파트를 권하며 대출을 더 해주겠다는 것은 정책 책임을 개인의 빚으로 떠넘기는 일과 다르지 않다. 부동산 대책의 성패는 착공 건수가 아니라 평범한 근로자가 그 집에 들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집값이 소득을 추월하는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은 꿈이 아니라 짐이 된다. 정부가 되돌려야 할 것은 거래량이나 시장 심리가 아니라 성실히 일하면 언젠가는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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