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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데스크 칼럼] 패싱당한 X세대를 기록하며

1997년 11월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봤다. 수능 며칠 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학교에선 “나라가 망했는데 대학 가서 뭐 하냐”는 말이 나왔다. 누군가 되물었다. “나라도 망하냐.” 진짜 망했다. 그리고 이 장면은 이후 1970년대생의 지배적 정서가 됐다.

[데스크 칼럼] 패싱당한 X세대를 기록하며

1997년 11월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봤다. 수능 며칠 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학교에선 “나라가 망했는데 대학 가서 뭐 하냐”는 말이 나왔다. 누군가 되물었다. “나라도 망하냐.” 진짜 망했다. 그리고 이 장면은 이후 1970년대생의 지배적 정서가 됐다.

필연적 각자도생

대학은 빠르게 취업을 위한 사관학교가 됐다. 그전엔 그렇지 않았다. 80년대 학번은 ‘민주화’라는 큰 담론이 있었고, 이 큰 명분 아래 공부가 아니라 ‘운동’을 했다. 민주화가 이뤄지고 외환위기까지 닥치며 운동권이 무너지자 남은 것은 ‘각자도생’이었다. 흩어져 토익을 공부했고 공무원 시험에 몰렸다. 아버지가 명예퇴직 통보를 받고 가게가 문을 닫는 것을 지켜봤다.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면서도 욕을 먹었다. 선배들은 1970년대생, X세대가 결속력이 없고 자기밖에 모른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결속할 이유를 배운 적이 없었다. 배운 것은 혼자 살아남는 법이었다. 그 생존술은 쓸모 있었다. X세대는 지금 기업과 관가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써먹기 좋기 때문이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토 달지 않고 성과를 낸다. 아래에선 “제가요? 지금요?”라는 반문을 들어도 어떻게든 조직을 추슬렀다.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도, 인공지능(AI)이 밀려올 때도 뒤처지지 않고 악착같이 적응했다.

그런데 그 생존술에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혼자 살아남는 법을 익힌 X세대는 윗세대처럼 뭉치는 법을 잘 몰랐다. 목소리를 함께 내본 적이 없으니 자기 몫을 강하게 요구할 줄도 몰랐다. 숫자로 잘 드러난다. 작년 말 기준 5대 그룹 주력 계열사 임원의 74.6%가 1970년대생인데, 사장급 임원은 7.5%에 불과했다. 10년 전인 2015년 말 1960년대생은 20.5%였다. 정치권도 그렇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지도부는 모조리 1960년대생으로 채워졌다. 486으로 불리던 1960년대생은 586을 넘어 686까지 가고 있는데, 1970년대생은 여전히 그들의 실무자로 남았다. 일은 1970년대생이, 결정은 1960년대생이 한다.

1970년대생은 경제적으로도 쪼들린다. 10~20대 자녀를 양육하면서 동시에 70~80대 노부모를 부양해야 한다. 아마도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녀에게 기대는 것은 포기한 첫 세대로 기록될 듯하다.

그 누구도 호명하지 않은 세대

지난달 ‘70년대생 리포트’를 4회에 걸쳐 연재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 누구도 호명하지 않는 패싱당한 세대를 위한 기록이었다. 반론도 있었다. 사회적으로 다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고,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약자 코스프레’하지 말란 것이었다. MZ세대, 특히 1990년대생은 1970년대생을 철저히 기득권으로 보는 정서가 강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기록하고 싶었다. 불평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세대라는 것, 조용하다고 해서 괜찮은 것은 아니라는 것.

비단 X세대의 얘기만은 아닐 수 있다. 정년은 늘었고, 직급은 통합됐고, 성장은 더디다. 사다리 한 칸이 무너지면 그 아래 사람도 올라가지 못한다. 지금 X세대가 겪는 일은 MZ세대가 겪을 일의 예고편일 수 있다. 그들은 그때 뭐라고 할까. X세대와 전혀 다른 문법으로 얘기할 것이란 점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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