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레이미 감독의 2007년 영화 '스파이더맨3'은 전작에 비해 썩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다행히 해외에서 흥행하며 8억9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지만, 영화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커리어를 끝내버렸다.
'스파이더맨3'의 실패 요인에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빌런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스파이더맨3'에 등장한 빌런은 뉴 고블린, 샌드맨, 베놈 등 3명이다. 1편에서 그린 고블린, 2편에서 닥터 옥토퍼스와 싸웠던 것에 비하면 꽤 많은 빌런이 스파이더맨을 괴롭힌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3부작은 오리지널 코믹스를 관통하는 메시지인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를 가장 잘 전달하고 있다. 주인공 피터 파커는 거미의 초능력을 가진 인간이지만, 그 힘에 따른 책임으로 도시를 지켜야 한다. '스파이더맨'은 도시를 지키는 영웅이 되기 위해 희생한 것, 그리고 도시를 지키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잘 보여준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마치 '스파이더맨3'과 같다. 빌런이 너무 많다. 미국은 관세를 무기로 한국 경제를 압박하면서 전쟁을 일으켜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그에 대응하는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주변 산유국을 공격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인질로 삼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우방국을 자처하고 있지만, 우리 땅을 노리며 검은 속내를 품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노동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등 우리 산업을 하나씩 잡아먹고 있다. 우리 산업은 기술 발전으로 중국의 추격으로부터 가까스로 도망치는 중이다.
내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념에 매몰된 자들은 가짜뉴스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각종 규제에 적응해야 하고 강성 노조와도 협상해야 한다. 반대로 노동자들은 경영자의 압박에 저항하며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사방에 빌런이 도사리고 있는 오늘날 상황은 우리 경제에 너무 가혹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경제가 가혹한 환경을 헤쳐나갈 능력을 갖췄는지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외세의 침략을 받고 전쟁으로 국토가 황폐화된지 100년도 지나지 않았다. IMF 구제 금융에서 벗어난지는 30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마치 스파이더맨을 노리는 빌런처럼 우리를 대한다. 그 얘기는 우리가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라는 뜻일까? 과거에 비하면 우리 경제와 산업의 역량은 크게 발전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은 세계 시장을 선도할 역량을 갖추고 있고 콘텐츠 인기도 상당하다. 바이오와 석유화학, 전력기기 시장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플레이어로 자리잡고 있다. 전쟁의 광기 속에서 방위 산업의 역량도 두드러지고 있다.
사실 빌런을 상대하기만 해도 버거운 상황이다. 스파이더맨 역시 빌런을 상대하면서 도시를 지키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면서 스파이더맨의 본체인 피터 파커는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우등생이다. 요즘 말로 '갓생'을 사는 청년이다. 우리 산업도 피터 파커처럼 움직여야 한다. 세계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면서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아이언맨처럼 돈 많은 천재 과학자거나 캡틴 아메리카처럼 초인적인 힘을 가진 애국자, 슈퍼맨처럼 세계를 구할 신(神)이라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그 정도의 위치는 아니다. 그러나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을 극복한 것처럼 번뜩이는 능력은 분명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빌런으로부터 도시를 지키면서 자신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관통하는 이 대사는 세계 시장을 움직일 힘을 가진 우리나라가 가져야 할 태도를 보여준다. 우리가 가진 큰 힘만큼,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세계 무대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이는 정부와 기업 모두 마찬가지다.
여용준 산업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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