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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데스크 칼럼] 인간 몰락에 기여하는 이들은 가장 약한 인간이다

기업은 그만큼 인건비를 줄일 수 있죠." 한 AI 업계 관계자가 1년 전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이 사실일 수도, 조금 과장됐을 수도 있지만 실제 취재하며 만난 많은 사람들이 AI로 인한 고용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데스크 칼럼] 인간 몰락에 기여하는 이들은 가장 약한 인간이다

"월 200달러짜리 챗GPT 프로 요금제를 사용해 코딩을 하면 웬만한 주니어 프로그래머 4명치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그만큼 인건비를 줄일 수 있죠."

한 AI 업계 관계자가 1년 전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이 사실일 수도, 조금 과장됐을 수도 있지만 실제 취재하며 만난 많은 사람들이 AI로 인한 고용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요샌 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AI가 화이트컬러뿐 아니라 블루컬러의 일자리까지 전방위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등 생성형 AI가 등장한 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가령 모든 법원 판례를 외운 AI는 비싼 변호사 상담료를 내지 않아도 클릭 몇 번에 과거 유사 사건 판례를 찾아준다. 소송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이들도 AI를 사용하면 손쉽게 소장을 작성할 수 있다.

프로그래머들의 경우 AI 직격탄을 맞았다. 클로드 개발사 앤스로픽이 지난달 공개한 '노동시장에 관한 AI의 영항' 보고서도 AI에 의해 대체될 확률이 가장 높은 직업군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꼽았다. 이 밖에도 고객 서비스(CS) 담당자, 데이터 담당자, 시장 분석가, 재무 분석가 등도 AI가 얼마간 일자리를 앗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AI의 진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 AI는 사용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맥락을 분석해 텍스트·이미지·영상을 만들고 친근감 있는 대화를 이어나가는 등 디지털 환경에서의 활동에서 벗어나 '인지(Sense)-추론(Think)-행동(Act)'의 과정을 현실세계에서 행하는 '피지컬 AI'로 변화하고 있다. 자율주행도 피지컬 AI의 영역이다.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추론한 뒤 스스로 역할을 수행하는 시대가 목전에 펼쳐지고 있다.

먼 외국 기업의 사례 대신 국내 기업 얘기를 해보자.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인 메가커피가 지난해 두산로보틱스가 만든 '바리스타 협동로봇 솔루션'을 매장에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이 로봇은 단순히 '자판기'처럼 커피를 내려주던 로봇커피에서 벗어나 그라인더·반자동 커피머신과 연계해 스스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다음 추출을 준비한다. 아직 복잡한 제조음료를 스스로 만들 정도의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분주한 매장이라면 로봇 바리스타가 1인분을 충분시 수행할 수 있다.

올해 초 CES에서 다양한 동작을 선보인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 아틀라스는 인간과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여러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이 로봇은 1.9m의 큰 키로 50kg 하중의 물건까지 들고 나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아틀라스를 2028년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 전기차 공장에서 자동차 조립을 돕는 생산형 로봇으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얼마 전 X(옛 트위터)에서 아주 충격적인 영상을 봤다. 인도 공장 노동자들이 머리에 카메라를 착용한 채 원단을 미싱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머리에 착용한 카메라는 숙련된 노동자들의 손동작을 녹화해 AI 시스템 훈련에 사용하기 위한 용도였다. 인간을 위해 발전돼야 할 기술이 이제는 인간의 일자리를 본격적으로 빼앗고 있는 셈이다.

슬프게도 노동자들 스스로 결국 자신을 대체하게 될 시스템을 훈련시키는 카메라 착용을 거부할 힘이 없다. AI는 섬세한 바느질, 정교한 힘 조절 등을 학습하고 이제 3D 직종, 쉽게 인간을 대체하기 어려울 거라 예상했던 영역까지 조금씩 조금씩, 하지만 착실히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다.

현재는 AI가 사람을 돕는 조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역할의 역전(逆轉)이 머잖아 보인다. 인간이 AI를 가르쳤는데 정작 그 인간은 남는 자리가 없는 사회. 그 사회가 온다면 그것은 더 이상 혁신이라 부르기 어려울 것이다. 정작 가장 중요시되고 우선시돼야 하는 것은 기계를 똑똑하게 만드는 일보다 먼저, 인간을 쓸모없게 만들지 않는 방책을 세우는 것이 아닐까. / 월요신문=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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