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집 지을 땅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벌이는 논쟁만 봐도 알 수 있다. 김 장관은 용산공원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오 시장은 이에 맞서 강남구 탄천 물재생센터를 이전·지하화하고 그 자리에 최대 1만3000가구를 공급하자는 대안을 내놨다. 두 사람은 26일 다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다.
얼핏 보면 용산과 탄천 가운데 어디가 더 적합한지를 놓고 벌이는 힘겨루기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이미 있는 좋은 땅을 주택으로 바꿀 것인가, 아니면 낡은 도시 기능을 재편해 새로운 땅을 만들어낼 것인가의 차이다.
용산 vs 탄천 논쟁
용산공원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희소한 공간이다. 100년 넘게 외국 군대가 사용한 땅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에서 국가공원으로 추진돼왔다. 서울 한복판에 이 정도 규모의 녹지를 다시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심각한 주택난 앞에서 어떤 땅도 성역일 수 없다는 반론은 가능하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주거난을 덜려면 공급 가능한 부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국토부 입장에도 수긍이 간다. 그렇다고 희소한 공원을 주택으로 하나씩 바꾸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다. 고밀도 도시에서 이런 방식은 언젠가 한계에 부딪힌다.
오 시장의 ‘탄천 구상’ 역시 주택난을 해소할 묘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전과 지하화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구상은 서울의 주택 공급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는 40만~50만㎡ 규모의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 가운데 절반가량은 주택을 짓고, 나머지는 공원과 첨단산업 연구개발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소 1만 가구, 최대 1만3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시 기능 재편이 해답
이 구상의 진정한 가치는 하수처리장이라는 기반시설을 더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주거 및 산업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서울에 이런 곳이 탄천뿐일 리 없다. 철도 차량기지와 차고지, 유수지, 노후 공공청사와 각종 저이용 공공시설이 도시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들 시설 중 상당수는 수십 년 전 도시 구조와 기술 수준을 전제로 자리 잡았다. 이들을 지하화·입체화하거나 기능을 통합·이전한다면 도시 기능을 현대화하면서도 새로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해외 대도시들 역시 이런 방식을 사용해왔다. 가령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는 철도 차량기지 상부에 거대한 인공 데크를 설치하고 업무·주거·상업 기능을 넣어 대규모 복합단지로 재탄생했다.
주택 공급정책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단기간 활용 가능한 국공유지를 찾아 공급 물량을 채우는 데 급급하기보다 노후 기반시설을 발굴, 재편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역할 분담도 필수다. 서울시는 후보지를 찾아 실행 가능한 사업계획을 내놓고, 정부는 시설 이전과 인허가, 재정 지원, 규제 완화 등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서로의 방식이 옳다며 힘겨루기만 해서는 답이 나올 리 없다. 서울에 땅이 없다는 말은 절반만 맞는다. 주택 공급의 성패를 가를 것은 없던 땅을 만들어내는 도시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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