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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더불어민주당과 김어준 방송인...이젠 맞장을 뜨나?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화끈하다. 민주당 TV를 론칭하는데 김어준 방송과 같은 시간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과 김어준 방송 간의 '전략적 보완관계'를 사실상 종식시키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김어준 방송인...이젠 맞장을 뜨나?

▲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진/뉴시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화끈하다. 민주당 TV를 론칭하는데 김어준 방송과 같은 시간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과 김어준 방송 간의 '전략적 보완관계'를 사실상 종식시키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극좌진영 초대형 스피커 김어준을 상대로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김민석 대표에게 그리고 그 대담한 리더십에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한때 대한민국의 밤 9시는 게임이론 교과서 같은 시간이었다. KBS도 9시, MBC도 9시에 메인 뉴스를 했다. 경쟁 방송사가 모두 9시에 버티고 있는데 나 혼자 8시나 10시로 옮겨 이득을 본다는 보장이 없다. 누구도 혼자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는 상태, 이른바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의도에서 더 재밌는 내쉬경쟁이 시작됐다. 민주당이 공식 유튜브 채널을 ‘민주당TV’로 확대 개편하면서 오전 7시 생방송을 시작한다. 그런데 하필 김어준의 방송과 시간대가 겹친다. 당대표가 직접 고정 출연하고 정치와 오락을 결합한 콘텐츠까지 만든다고 한다.

이게 우연일까?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전략적이다. 게임이론에서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말보다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민주당과 김어준 방송은 그동안 '전략적 보완관계'였다. 민주당이 정치적 재료를 공급하면 김어준 방송은 그것을 요리해 지지층에 전달했다. 민주당 정치인이 출연하면 방송의 영향력이 커지고, 방송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민주당의 메시지도 더 멀리 퍼졌다.

그런데 민주당이 같은 시간대에 직접 방송을 시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민주당TV를 보는 사람은 그 시간 동안 김어준 방송 보는 걸 포기해야 한다. 김어준 방송을 보는 사람은 민주당TV 보는 걸 포기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두 방송은 이제 '전략적 대체관계'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개편의 핵심은 프로그램 하나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김어준이라는 강력한 ‘정치적 도매상’을 통해 유통시키던 메시지를 이제 고객과 '직거래'하겠다고 나섰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꽤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다.

정당이 메시지를 생산하지만 그 메시지를 선택하고 해석하고 증폭하는 권한을 외부 유튜버가 갖는다면 묘한 '주인-대리인' 문제가 생긴다. 즉, 처음에는 정당이 방송을 이용하지만 방송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치인이 그 방송에 예속되는 것이다. 그 방송에 출연해야 지지층에게 인정받고, 방송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당내 정치인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쉽게 말하면,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김어준 방송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김어준 방송이 민주당의 '주인'이 되고 도리어 민주당이 김어준 방송의 '대리인'으로 전락한 느낌을 받기 쉽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 후보들이 김어준 방송에 출연해 김어준 지시에 엎드려 절하던 모습을 생각해보라. 누가 보더라도 주인이고 누가 대리인인지 헷갈리는 장면이다.

민주당TV는 이 유통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로 읽힌다. 당대표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1차 정보 발신처’를 자처한다는 것은 간단히 말해 “민주당 이야기는 민주당에서 먼저 들으라”는 것이다. 정치적 생산자가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겠다는 'D2C(Direct-to-Consumer)' 전략인 셈이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공식적으로 “김어준과 결별한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게임이론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수사보다 실제로 선택한 전략이 더 많은 정보를 준다. 같은 시간, 같은 고객, 같은 정치시장에 뛰어들었다면 이미 전략적 보완관계가 전략적 대체관계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그간 김어준은 더불어민주당의 확성기 역할을 했다. 이제 민주당이 자기 확성기를 마련했다. 두 개의 확성기가 동시에 켜지면, 사람들은 과연 어느 쪽을 들을까.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 필자.이양승

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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