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빙하, 클립아트코리아
11년 전 인류가 지구를 지키겠다고 약속한 선이 무너지고 있다. 유엔이 공식 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그 실패를 인정했다.
5일(현지시간)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설정한 지구 기온 상승 제한 목표치인 1.5도 초과가 불가피하다고 명시됐다. 유엔이 공식 보고서에서 목표 초과를 직접 인정한 건 파리협약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지
난해만 해도 유엔은 1.5도 목표에 대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이번에는 ‘막을 수 없다’는 표현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1.5도 목표가 여전히 지향점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도 “이제는 목표에 위에서부터 접근하는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목표 달성 방식의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보고서가 제시한 새 경로는 ‘초과, 정점, 하강’이다. 2035년까지 온난화 유발 물질을 55% 감축하고 세기 중반까지 배출량을 사실상 제로(0)로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 경로를 따르면 지구 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8도에서 정점을 찍은 뒤 하강하는 궤적을 그릴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그러나 1.8도 수준의 온난화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해수면 상승으로 섬나라들이 침수되고, 이미 매년 수십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폭염·허리케인·산불·홍수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과감한 적응 조치 없이는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이 14% 감소할 수 있다는 경고도 포함됐다.
더 큰 문제는 기온이 다시 내려가더라도 예전의 세계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지구 빙하의 최소 4분의 1이 이미 영구적으로 녹아 사라졌고, 멸종된 종은 되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네팔에서 1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대홍수 역시 빙하 융해에서 비롯된 재난으로 추정된다. 1.5도를 넘어서면 아마존 파괴나 극지 빙상 붕괴 같은 기후 시스템의 임계점을 자극할 위험도 커진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위기는 엘니뇨로 더 가팔라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눈앞에서 엘니뇨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며 ‘위험지대’ 진입을 경고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현재 진행 중인 슈퍼 엘니뇨가 내년 2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사실상 100%에 가깝다고 밝혔다.
WMO 집계에 따르면 적도 태평양 중부 및 동부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지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평년보다 2.2~2.6도 높았고, 일부 지역은 8도 이상 상승하는 이례적 현상이 관측됐다. WMO는 대부분의 대륙에서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함께 가뭄·태풍·홍수 등 복합 재난이 빈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기후과학자 데브라 로버츠는 “위협적인 기온 상승을 반전시키는 것은 애초에 예방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경고했다. 배출 감축을 5년 미룰 때마다 지구의 정점 온도는 최소 0.1도씩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0.1도의 차이조차 지구에는 결정적일 수 있다며 인류가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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