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취지 반영...이사 수·임기·보수·전자주총 등 전방위 반대권 행사
효성중공업 이사 축소 부결...SK하이닉스·현대차 자사주 처리 안건 ‘반대’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 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중복위임장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뉴시스>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과 자문사 등 기관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과거에는 이사 선임과 보수한도 중심으로 입장을 냈던 기관들이 올해는 주주권익 보호와 이사회 지배구조 건전화 측면에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기업 및 안건 확대... “주주가치에 반하면 반대”
24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가장 달라진 모습을 보인 곳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주총을 앞두고 “개정 상법 취지를 반영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선언한 뒤 의결권 행사 범위와 강도를 대폭 높였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사전 공개 범위를 지분율 10% 이상 보유 기업에서 5% 이상으로 확대했다. 사전공개 범위를 시총 상위 대기업에서 중견 상장사로 넓힌 것이다. 의결권 행사 안건도 배당이나 이사회 출석률을 문제 삼았던 과거와 달리 ▲이사 및 감사 정원 ▲전자주주총회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 ▲자사주 보유 및 처분 등 주주 권익과 직결된 사안으로 확장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국민연금은 주주가치에 반하는 안건에 반대했다. 실제 부결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일 효성중공업의 이사 정원 축소(16명→9명) 안건에 대해 “일반주주의 주주제안과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약화시킨다”며 반대했다. 이 안건은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상법 개정 취지를 반영한 국민연금 반대가 실제 부결로 이어진 상징적 사례다.
국민연금은 26일 열리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총 안건 중 조원태 회장과 우기홍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과 이사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서도 “감시 의무 소홀과 보수 수준이 경영성과에 비해 과하다”며 반대할 예정이다.
자사주 안건 처리 방향도 관심이다.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는 각각 25일과 26일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용으로 처리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국민연금은 “임직원 보상용으로 자사주를 처분하는 계획은 취득 당시 공시와 다르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또 기업의 자금조달 방안에도 태클을 걸었다. 삼성SDS가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를 기존 67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을 상정하자 국민연금은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해당 안건은 가결되긴 했지만 기관이 개별 기업의 자본 조달 계획까지 영향력을 끼치려 한 사안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 국민연금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전자주주총회 배제 정관 변경에 대해 일반주주의 참여 용이성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등 의결권 행사 범위가 넓고 깊어졌다.
보수한도 및 오너 선임 안건은 엄격한 기준 적용
기관들은 보수한도와 관련해서는 경영성과와 지급액의 적정성을 엄격히 따지며 인과관계가 떨어지는 기업에는 반대 입장을 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올해 반대한 안건 35건 중 15건이 이사 보수에 관한 것일 정도로 이사 보수 안건은 이번 주총의 주요 관심 사안이었다.
효성티앤씨는 보수한도 적정성을 이유로 국민연금의 ‘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됐다. 조현준 회장 선임 및 보수한도 승인건은 국민연금 반대 속에 어렵게 가결되는 진통을 겪었다. 네이버, KB금융지주, 하이트진로, 한화오션, 삼성카드, 삼성E&A, 롯데칠성음료, 롯데정밀화학, GS리테일 등도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을 받은 기업들이다.
의결권 자문기관들도 보수 한도에 대해서는 높은 기준으로 기업들을 압박했다. ISS는 기업은행 이사 보수 최고 한도액 증액안(12.1억원→12.5억원)에 대해 “증액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대했고 감사 보수 수준에 대해서도 시장 평균에 비해 높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이사회의 실질적 독립성을 저해하는 안건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지배구조 리스크가 큰 고려아연의 경우 ISS와 한국ESG기술원(KCGS)은 최윤범 회장 재선임에 대해 투자 리스크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ISS는 한화생명 사외이사 임기 연장안(2년→3년)에 반대하며 재선임 주기가 길어질수록 이사회에 대한 주주의 견제 기능이 약화된다고 주장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사외이사 후보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이 해당 그룹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주총은 국민연금과 자문사 등이 상법 개정의 실질적 집행자 역할을 하며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보수나 정관 하나를 개정하더라도 주주의 동의를 얻기 위한 투명한 거버넌스 입증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기자가 기획·검수하고 AI기자 인코봇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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