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현지 취재팀이 말하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일 자원봉사자들이 셔틀버스 타는 곳, 경기장 출구도 몰라 답답
인도에 져 고개 푹 숙인 양궁 리커브 여자단체, 질문하기도 미안
전체 성적 아쉽지만 여러 종목에서 첫 금 나와 LA 올림픽 기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폐회식이 열린 지난 4일 경향신문 취재진이 나고야 메인 미디어센터에 모여 한국 선수단이 거둔 성과와 의미, 주최 측의 대회 운영 상황 등 아시안게임을 현장에서 밀착 취재한 경험을 나누고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지난 4일 막을 내렸다. 저비용·고효율을 모토로 여러 지역에서 열린 대회 경기 현장을 경향신문·스포츠경향 취재진도 열심히 누볐다.
황민국 기자(이하 황) = 저는 아시안게임, 올림픽, 아시안컵, 월드컵 다 가봤는데 역대 최악의 대회라는 느낌이었거든요.
강윤중 선임기자(이하 강) = 대회 운영이 너무 허술했던 것 같아요. 일관성도 없고 운영 주체들이 무책임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미디어 셔틀버스 타는 곳, 경기장 출구 등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갖고 있지 않더라고요.
유새슬 기자(이하 유) = 사격장이 산꼭대기에 있어서 시내버스는 당연히 없고 택시를 부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셔틀버스가 사전 공지 없이 안 오는 경우가 많았고요. 이유를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30분이고 40분이고 흙길에 서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고요. 기본적인 게 안 지켜지니까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습니다.
심진용 기자(이하 심) = 항저우 대회는 메인 미디어센터를 중심으로 선수촌, 미디어 숙소까지 그 일대를 아시안게임만을 위해 꾸며놨고 오히려 교통 통제를 심하게 했거든요. 그때는 좀 지나치다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나고야에 와서는 이렇게까지 준비를 안 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나오고 축구 결승전 끝나고는 태극기가 안 올라갔어요. 기본적으로 너무 안일하게 준비한 게 아닌가 합니다.
황 = 선수에 대한 배려도 엄청 부족했죠. 선수단이 훈련하러 가는 버스를 신청해도 답변이 언제 올지 모르고 기다리는 게 일상이더라고요. 그다음 날 출국해야 하는데 숙소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신청하면 그게 확정이 안 돼서 새벽 2~3시까지 기다려야 했답니다.
심 = 아시안게임 병역특례를 계속 줘야 하는지는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특례를 받는 선수들이 감사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건 확실하죠. 매번 아시안게임 병역특례 논란이 있다는 것 정도는 선수들이 최소한 자각은 하고 있어야 합니다.
유 = 축구대표팀 발언이 어느 정도로까지 확산할 수 있는 사안인지에 대해 선수들이 생각을 해봤다면 절대로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발언이었죠. 국가대표라면 그에 맞는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표현에 공감합니다.
황 = 저는 농구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남녀 농구가 동시에 우승한 게 12년 만이더라고요.
심 = 남자농구는 앞선 두 차례 우승이 모두 한국에서 열린 대회였고요. 오래간만에 거둔 원정 대회 우승이었죠.
강 = 전 배드민턴 경기장에 제일 많이 갔습니다. 여자단식과 여자복식 결승전을 다 봤는데, 가까울 때는 2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고 땀방울 튀는 것도 보이니까 정말 생생하더라고요.
심 = 안세영 기사를 쓸 때는 어떤 의미를 새로 담아야 할지 늘 고민하거든요. 근데 이번 여자복식 결승전은 그냥 경기 그 자체를 담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펜싱에서는 오상욱이 팀이 불리한 상황에서 올라가 마지막에 어떻게 그렇게 한 점도 안 주고 연속해서 점수를 냈는지 신기했어요. 오상욱은 지금까지 계속 형들과 함께했다가 올해로 딱 30세가 됐고 처음으로 대표팀 맏형으로 나간 종합국제대회였는데 마지막에 직접 해결을 했다는 게 대단합니다.
유 = 양궁 리커브 여자단체가 준우승하면서 대회 8연패를 달성하지 못했어요. 시상대에 선 한국 선수들만 표정이 어둡더라고요. 믹스트존에 들어온 선수들도 고개를 푹 숙였고 대답도 아주 짧았어요. 더 질문하는 게 좀 미안할 정도였죠.
심 = 추세가 바뀌어서 우리도 은·동메달에 ‘그쳤다’는 표현은 잘 안 쓰고 모두 값진 결과로 평가하잖아요. 그런데도 태권도와 양궁은 아직도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태권도 겨루기 현장에 있었는데 ‘노골드’ 직전까지 갔을 때 이게 진짜 현실인가 싶었어요.
유 = 양궁 리커브 종목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은·동메달 개수가 올해와 같았어요. 그런데 이번 대회가 유독 충격적이었던 건 그래도 가장 믿음이 컸던 여자 리커브가 우승을 놓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최강이었던 한국 양궁의 입지가 흔들린다는 상징 같았달까요.
황 = 인도 양궁이 우리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해서 전업 궁사들을 키워내고 전폭적인 투자로 훈련 환경, 휴식 공간을 지원했다고 하더라고요.
심 = 인도도 이번 대회 결과로 매우 고무돼 있는 것 같아요. LA 올림픽에 컴파운드가 정식 종목으로 들어가니까 다른 나라들도 더 투자해서 경쟁할 것이고 더 치열해질 것 같네요.
황 = 한국 전체 성적이 금메달 40개 목표에는 약간 미치지 못했지만 구기 종목 선전, 그리고 여러 종목에서 최초 금메달리스트 배출 등 성과도 분명했다고 봅니다. 2028 LA 올림픽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3주 가까이 취재하면서 고생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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