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기자 〈리서치센터 국장·칼럼니스트〉
■ 대한민국은 지금 왜 들떠 있는가 〈1〉 코스피 8000, 사람들은 왜 위험을 안 무서워하나
■ 외국인은 팔았고, 개미는 빚으로 받았다.
■ 그런데 시장은 더 간다고 외쳤다.
■ 지금 한국 증시는 상승장이 아니라 흥분장이다.
▲코스피 8000 환호 뒤에는 외국인 매도, 개인 신용융자, 환율·유가·가계부채 리스크가 동시에 쌓여 있다. 상승 그래프는 뜨겁지만, 그 아래 시장의 균열도 커지고 있다. 일러스트=AI 생성
시장이 웃고 있다.
너무 크게 웃고 있다.
코스피 8000.
한때는 상상 속 숫자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제 9000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증권사 리포트는 목표치를 올리고, 유튜브는 환호한다.
개미는 다시 계좌를 연다.
빚을 내서라도 들어간다.
그런데 이상한 장면 하나가 있었다.
외국인은 팔고 있었다.
차익실현.
비중 축소.
관망.
세계 자금은 조금씩 빠져나가는데 한국 개인은 그것을 받아냈다.
그리고 외쳤다.
더 간다.
■ 외국인은 팔았고, 개미는 받았다
숫자가 말해준다.
코스피 8000 돌파 당일,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조6000억 원, 1조7300억 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7조 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를 받쳤다.
같은 기간 7거래일 연속 외국인 순매도 누적액은 31조 원을 넘었다.
개인은 같은 기간 30조 원 넘게 받아냈다.
신용융자 잔고는 36조 원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 결과는 3거래일 만에 3000억 원 강제청산으로 돌아왔다.
위험 신호는 계속 나왔다.
중동 리스크.
환율.
유가.
가계부채.
금리.
삼성전자 파업 우려.
그런데 시장은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눌림목 매수 이야기만 더 커졌다.
■ 가장 위험한 순간은 안전하다고 믿을 때다
상승장은 원래 조심스럽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한다.
그러나 흥분장은 다르다.
위험 뉴스가 나와도 웃는다.
손실 가능성을 말하면 겁쟁이 취급을 한다.
이번엔 다르다고 믿는다.
지금 한국 시장에서 무서운 건 숫자가 아니다.
분위기다.
모두가 안전하다고 믿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위험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순간.
빚을 확신으로 착각하는 순간.
환호를 신뢰로 착각하는 순간.
시장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가볍게 흔들린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대개 모두가 안전하다고 믿는 바로 그때 온다.
※ 이 기사는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코스피 8000의 환호가 위험 감각을 지우는 동안, 삼성전자의 파업 리스크는 한국 경제의 신뢰를 흔들었다. 〈2〉편에서는 삼성전자 사태를 통해 한국 사회가 왜 신뢰 붕괴마저 가볍게 소비하게 됐는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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