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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출 문 걸어잠그는 금융권...하반기 ‘대출 빙하기’ 온다

오는 11월 생애 첫 집 입주를 앞둔 직장인 A씨는 자금 조달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주거래은행인 KB국민은행에서 6억원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최근 대출 한도가 최대 3억원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대출 문 걸어잠그는 금융권...하반기 ‘대출 빙하기’ 온다

경제일반

대출 문 걸어잠그는 금융권...하반기 ‘대출 빙하기’ 온다

중앙일보

서울시내 금융기관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상품 안내문. 뉴스1

오는 11월 생애 첫 집 입주를 앞둔 직장인 A씨는 자금 조달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주거래은행인 KB국민은행에서 6억원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최근 대출 한도가 최대 3억원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A씨는 “국민은행에서 3억원을 받고 부족한 금액을 다른 은행에서 추가로 빌리는 방법도 알아봤지만 후순위 담보 문제로 사실상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다른 은행까지 잔금일 전에 대출 한도를 줄일까 봐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대출 빙하기'가 시작됐다. 하반기 들어 은행이 잇달아 대출 빗장을 걸어잠그면서 대출 실행을 앞둔 실수요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상반기 부동산과 증시 호조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연간 관리 목표에 근접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한도를 줄이고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가계부채 관리를 더 압박하면서 금융권 전반으로 대출 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오후 부산·경남은행 등 지방은행을 따로 소집해 가계부채 관리 이행 상황 점검에 나섰다. 당국이 지방은행까지 점검에 나선 것은 시중은행 대출 축소 이후 상대적으로 여력이 남은 금융권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가 평균 4% 수준으로 주요 시중은행(1% 미만)이나 카드사(1~1.5%)보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 축소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방은행 역시 하반기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기준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예정대로 6억원이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자체적으로 3억원으로 낮췄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15억원 이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는데, 국민은행은 이보다 더 강한 자체 관리 기준을 적용한 셈이다. 국민은행에서 대출을 고려했던 예비 대출자는 더 많은 한도를 받을 수 있는 다른 은행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은행권에서는 대출 한도를 줄이는 다른 조치도 확산하고 있다. 국민·하나·농협·경남은행에 이어 신한은행도 10일부터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중단한다.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액 한도가 줄어든다. 서울 아파트는 최대 5500만원, 경기도 아파트는 4800만원 정도 한도가 축소된다.

인터넷은행 역시 지난달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며 선제적인 총량 관리에 들어갔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2일부터 마이너스통장 대출 최대 한도를 기존 2억4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다. 토스뱅크는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췄다. 특히 케이뱅크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최대 3억원 규모의 신규 마이너스통장 판매를 중단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일별 접수량을 제한하며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뿐이 아니다. 보험권도 주담대는 물론 보험계약대출까지 축소하고 나섰다. 삼성화재는 보험계약대출 한도율이 80% 이상인 계약에 대해 대출 가능 한도를 일괄적으로 10%포인트 낮췄다. 또 삼성생명은 8월 말까지 비대면 채널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중단했고, 삼성화재도 7월 말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받지 않는다. 한화생명과 NH농협생명 역시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한 상태다.

상호금융권은 이미 대출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초과한 새마을금고와 수협, 신협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가 0%로 설정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 예상보다 빠르게 대출이 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금융사별 총량 관리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대출 여력이 남은 금융회사를 찾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대출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출자의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가계대출 총량만을 기준으로 대출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획일적인 총량 관리보다 대출자의 상환 여력을 기준으로 대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영·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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