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봉쇄한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대통령선거를 반년 앞두고 현대 역사상 최악 중 하나로 꼽히는 대규모 시위에 만신창이가 된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루브르 박물관도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열악한 교육환경·고물가 항의 시위에 50만명 넘게 참여한 가운데 루브르 박물관도 출입구를 봉쇄한 시위대로 인해 예정대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 내에 자리한 문화예술 교육 기관인 ‘에콜 뒤 루브르’ 학생들이 중심이 된 이들 시위대는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1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고등학생들의 시위를 지지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시위대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루브르 박물관 주 출입문을 가로막고, 거리로 나선 고교생들에게 연대를 표명했다. 박물관 외부에는 “우리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을 봉쇄하고 있음을 알리게 돼 자랑스럽다”는 문구가 적힌 전단이 내걸렸다.
지난 17일 프랑스 곳곳을 휩쓴 과격 시위 속에 검은 복면을 쓴 폭도들이 거리에서 1500여 개의 상점을 약탈·파손했다. 파손된 상점들 사이의 한 벽에는 붉은 페인트로 ‘빛의 도시(파리의 별칭)가 어둠에 빠졌다’는 글귀가 쓰였다. 경찰은 이들 폭도들 중 2400여명을 체포했다.
영국 BBC 방송은 19일 “프랑스 현대사상 가장 최악의 무질서 사태 중 일부가 펼쳐지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 사람들이 충격에 빠져 있다”며 “최루가스가 마을을 뒤덮고 제지받지 않고 약탈하는 사람들, 공공건물이 불타는 모습에 나라가 근심에 잠겼다”고 전했다.
시청이 불에 타버리는 등 큰 피해를 본 리모주의 기욤 게랭 시장은 현지 방송에 “우리 시청을 (화재 후 재건된) 노트르담성당과 같은 상태로 재건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총리실이나 엘리제궁(대통령실)에서 48시간 내로 이를 약속하지 않으면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퇴임을 앞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의 중도우파 정부는 극좌를 거듭 탓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폭도들을 시위자와 구분해야 한다”면서 “극좌(ultra-left) 주변부 집단 선동가들에 수많은 불량배들이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극좌 성향 대선 주자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가 17일 벌어진 폭력 사태를 충분히 비판하지 않았고, 학생 시위를 부추기는 데만 시간을 보낸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멜랑숑 대표는 르코르뉘 총리가 “무능함으로 점철돼 빚은 혼란에 책임이 있다. 문제의 핵심은 시위대의 요구, 학생들이 직면한 문제, 높은 생활비”라고 주장했다.
금융시장은 높은 공공 부채와 재정 적자로 인한 불안 속에 프랑스의 재정 건전화를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서비스나 복지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이미 분노로 불붙은 여론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될 수 있어 프랑스 정부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빠져 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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