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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기업 집단 ③] "사실상 경영권 넘어갔는데"···한화·HD현대, 동일인...

한화그룹은 올해 초 라이프·테크 부문을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테크 부문 계열사인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세미텍, 한화로보틱스와 라이프 부문인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워홈...

[대기업 집단 ③] "사실상 경영권 넘어갔는데"···한화·HD현대, 동일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 국내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해 현황을 발표한다. 이는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부의 부당한 이전 방지, 기업 운영의 투명성 제고 등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특수관계인과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거래를 규제하기 위함이다. 자산총액과 계열회사 등을 토대로 집계하는 만큼 이 현황은 본래의 의도 외에 재계 순위를 파악하는데도 쓰인다. 5월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앞두고 재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주요 키워드를 파악해본다. /편집자주

김동관 한화 부회장(왼쪽),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동일인 변경'은 기업집단에게나, 공정거래위원회에게나 민감한 사안이다. 동일인(총수)은 기업집단의 모든 책임을 지는 인물로,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그룹의 장'임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 때문에 동일인을 변경하는 일 또한 신중하게 결정된다.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존 동일인이 사망했거나 의식불명, 성년후견 개시, 지분 매각·양도, 주요 직위 사임(경영권 이양) 등 실질적 지배력이 상실된 경우에 동일인 변경이 이뤄진다. 이 같은 조건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상위 10개 기업집단 중 동일인 변경이 임박한 기업집단은 한화와 HD현대가 대표적이다.

재계에서는 올해 두 기업집단 모두 동일인 변경이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 두 기업 모두 실질적인 경영 승계가 이뤄진 만큼 동일인 변경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방문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경영승계 마친 한화···김승연 회장은 대외활동 집중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보유하고 있던 ㈜한화 지분 22.65%의 절반인 11.32%를 김동관 부회장 포함 세 아들들에게 증여했다. 이로써 세 아들이 보유한 지분율 합계가 김승연 회장을 뛰어넘게 되면서 지주사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다. 특히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지주사의 지분 22.15%를 보유하고 있어 세 아들의 그룹 내 영향력은 더 커졌다.

한화 측은 김승연 회장이 지분 증여 이후에도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전문적인 경영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영 자문 및 글로벌 비즈니스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승연 회장은 경영승계 이후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거나 한화이글스 경기가 열리는 한화생명이글스볼파크를 방문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임직원 격려와 대외활동에 집중하는 반면 실질적인 경영활동은 김동관 부회장이 도맡아서 하고 있다. 특히 그룹의 사업 성과가 조선과 방위산업, 항공우주에 집중된 만큼 이를 중심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미국과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며 에너지, 방산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데 집중했다.

이처럼 김동관 부회장이 실질적인 경영화동을 총괄하고 있지만, 한화그룹은 아직 계열분리라는 과제가 남은 만큼 김승연 회장이 전면에 나서는 시간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8월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 조쉬 샤피로(Josh Shapiro) 펜실베니아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한화그룹은 올해 초 라이프·테크 부문을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테크 부문 계열사인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세미텍, 한화로보틱스와 라이프 부문인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워홈 등이 신설법인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에 속하며 ㈜한화에서 분리된다. 인적분할은 6월 임시 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쳐 7월 중 완료될 예정이다.

이들 계열사는 모두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책임지는 회사다. 김동선 부사장은 신설법인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를 총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번 분할을 3형제 계열분리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차남 김동원 사장이 맡고 있는 금융·핀테크 계열도 분할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조선·방산 대비 안정적인 현금 확보의 역할을 하는 만큼 당장은 분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섣부른 분할이 오히려 규제 리스크를 키울 수 있고 당장 금산분리 압박이 거세지 않은 만큼 앞으로 수년 동안은 지주사에 속해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금융을 포함해 세 형제의 계열분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동일인이 변경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김승연 회장이 동일인 자격을 유지하면서 대외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 HD현대 '정기선 체제' 구축···지분 승계는 아직 =

HD현대는 한화에 비하면 동일인 변경까지 남은 과제가 단순한 편이다. 정몽준 HD현대 총수의 장남 정기선은 지난해 10월 사장단 인사를 통해 HD현대 회장으로 승진했다. 전문경영인으로 6년여 동안 그룹을 이끌어왔던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으며 올해 3월 주총을 끝으로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사실상 HD현대는 정기선 회장 체제가 완전히 구축된 셈이지만, 아직까지 지분 승계가 마무리 되지 않아 동일인 변경은 어려운 상황이다. 지주사인 HD현대는 정몽준 총수가 26.6%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정기선 회장이 6.12%를 보유한 2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몽준 이사장은 최근 수년 동안 HD현대와 관련한 대외활동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아산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아산정책연구원과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사회공헌 및 외교·안보 관련 대외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7선 국회의원 출신이기도 한 정몽준 이사장은 경영뿐 아니라 정치 경험도 풍부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HD현대와 관련한 대외활동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최대주주 자격으로는 주총을 통해 그룹의 경영사항에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HD현대 정기선 회장이 지난달 25일 베트남 중남부에 위치한 HD현대에코비나를 찾아 현장 설비와 안전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이 때문에 HD현대의 동일인 변경은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 승계가 완료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기선 회장은 HD현대의 배당금을 통해 지분상속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통상 상속세 재원 마련에는 연부연납이나 주식담보대출 등의 방식이 있지만, 정기선 회장은 최근 HD현대 주요 사업들이 호조를 보이면서 배당금을 통한 재원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선 회장이 지분 상속에 따라 내야 하는 상속세는 약 2조원 규모다.

HD현대의 지분 승계는 한화와 달리 지분 전체를 상속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분 승계가 완료되면 정몽준 이사장은 사실상 그룹 내에서 지배력을 잃게 돼 지분 승계가 완료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몽준 이사장이 보유한 아산재단으로 일부 지분이 넘어갈 가능성도 있어 승계 작업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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