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골목부터 젊은 감각까지…대구 사진의 세대를 잇다
◇붉은 깃발 별이 되어
과거 기록, 동시대 예술로 확장
양성철 중심 실험·도전정신 조명
◇신진작가 특별전 DAC EP
조우성·조현상·튜나리·박가현
‘기록’ 뛰어넘은 사진 역할 주목
◇대구 사진, 시간을 잇다
1960~70년대 시대정신 포착
산업화 속 변화하는 도시 탐구
양성철 작가의 작품이 걸린 전시장 전경.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대구 사진의 역사와 동시대적 실험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지난 11일 대구문화예술회관 6~13전시실에서 ‘2026 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 개막식을 열고 대구 사진의 세대별 흐름과 다양한 창작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붉은 깃발 별이 되어’, ‘DAC EP 2026’, ‘대구 사진, 시간을 잇다’ 등 3개 전시로 구성된다. 원로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대구 사진의 역사적 흐름을 되짚는 한편, 중진 작가들의 동시대적 해석과 신진 작가들의 새로운 매체 및 표현 방식까지 폭넓게 보여준다.
‘붉은 깃발 별이 되어’는 대구 사진 연속 기획전인 ‘대구사진사 시리즈’(Ⅰ~Ⅲ)의 연장선에서 기획됐다. 과거의 사진 자료를 수집하고 연대기적으로 정리하는 데 머물지 않고, 대구 사진사의 역사적 자산을 동시대 예술과 연결해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참여작가는 양성철, 서진은, 홍준호, 장용근, 우창원 등이다.김소희 큐레이터, 엄채윤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이희진 어시스턴트 매니저 등이 기획 및 진행을 맡았다.
전시의 출발점에는 사진가 양성철의 작업과 정신이 놓여 있다. 전시명 역시 양성철의 ‘붉은 깃발 별이 되어’ 연작에서 가져왔다. 작품에 등장하는 ‘레드(Red)’를 정치와 이념의 상징에서 벗어나 예술적 열정과 존재론적 해방의 의미로 확장했던 그의 실험정신을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본다.
양성철이라는 역사적 뿌리에서 출발한 실험과 도전의 정신은 동시대 작가 4명의 서로 다른 작업으로 이어진다. 전시는 이들의 작품을 하나의 공간에 직조해 대구 사진의 과거가 오늘의 다양성과 동시대성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박가현 작가의 작품이 걸린 전시장 전경.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DAC EP 2026’은 제2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신진작가 특별전으로, 동시대 사진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조우성, 조현상, 튜나리, 박가현 등 젊은 작가 4명의 작업을 소개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주제로 사진을 둘러싼 빛과 시간, 기억, 물질, 디지털 환경의 관계를 살핀다.
전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미디어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장소와 기억, 감각의 틈에 주목한다. 사진을 현실을 기록하는 도구에서 확장해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는 시각언어로 바라보는 것이다.
조우성은 사진을 땅에 묻어 풍화의 시간을 거친 뒤 다시 발굴하는 작업으로 ‘대지의 궤도’를 구축하고, 조현상은 산업 클러스터의 경계를 배회하며 정지된 시공간을 포착한다. 튜나리는 순환하는 물질 위에 기억과 역사의 흔적을 새기고, 박가현은 사진을 보존의 재료로 활용해 시공간의 층위를 재구성한다. 서로 다른 작업 방식은 각자의 궤도를 그리면서 전시장 안에서 만나 사진의 확장된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구 사진, 시간을 잇다’는 대구 사진의 한 시대를 이끌었던 원로 사진가 8인의 작품을 통해 1960~70년대를 중심으로 지역 사진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조명한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던 시기, 이들은 시장과 골목, 노동 현장과 생업의 공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으로 카메라를 향했다.
사진 속에는 당시 대구의 거리 풍경과 사람들의 삶, 도시가 변화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축적돼 있다. 이들의 작업에는 생활주의 리얼리즘과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를 바탕으로 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시대의 모습을 기록하는 동시에 사진 고유의 조형성과 예술성을 추구하며 대구 사진만의 흐름을 만들어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전시명인 ‘대구 사진, 시간을 잇다’에는 사진 속에 축적된 대구의 시간과 기억을 오늘의 시선으로 되살리고, 선배 사진가들의 기록과 예술정신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과거의 기록이 현재의 창작과 만나고 다시 미래의 사진으로 이어지는 세대 간 연결을 보여주는 자리다.
이들 세 개의 전시는 대구 사진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과거의 기록과 축적된 경험, 현재의 동시대적 시선, 새로운 세대의 실험이 한 공간에서 만나면서 지역 사진예술이 형성해온 시간과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김희철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이번 특별전은 대구 사진의 역사적 뿌리에서 출발해 동시대의 다양한 시선과 새로운 실험으로 이어지는 대구 사진의 흐름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며 “세대를 넘어 축적돼 온 대구 사진의 자산이 앞으로도 새로운 창작과 담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 사진계와의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붉은 깃발 별이 되어’와 ‘DAC EP 2026’은 11월 1일까지, ‘대구 사진, 시간을 잇다’는 10월 11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에서 이어진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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