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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구논단]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함정, 진짜 해법은 ‘교수 교류’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거주하고, 100대 기업 본사 대다수가 서울에 몰려 있다.

[대구논단]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함정, 진짜 해법은 ‘교수 교류’

조덕호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지구촌정신문화포럼대표

◇수도권 집중, 이미 도를 넘었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거주하고, 100대 기업 본사 대다수가 서울에 몰려 있다. 인구, 자본, 일자리, 문화 인프라가 모두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지방대학들은 해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우수한 고교 졸업생들은 재수를 택해서라도 서울행을 택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서울대를 10개 만들자”는 파격적 제안이 등장했다. 지역거점 국립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키우자는 취지로, 문제의식만큼은 정확하다. 그러나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지역거점대학 육성이라는 구호는 이미 수십 년째 반복되어 왔다. 정부는 이름을 바꿔가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하는 대학 서열은 흔들리지 않았다. 건물을 새로 짓고 ‘국립’이나 ‘거점’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고 실질적 경쟁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진짜 격차는 교육의 질, 그리고 그 교육을 만드는 교수 집단의 편중에서 비롯된다. 서울 주요 대학 교수진의 상당수가 특정 대학 출신으로 채워지는 ‘순혈주의’ 구조 속에서, 우수한 연구자는 계속 특정 대학과 지역으로만 몰린다. 아무리 최신 장비와 화려한 캠퍼스를 지어줘도, 가르치고 이끌 사람이 오지 않는다면 간판 교체에 그친다. 과연 이렇게 해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마련할 수 있을까 심히 회의감이 든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 학생과 교수의 교류

전국 대학의 학생들이 유사한 수준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교육·연구 교류를 제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대에서 경북대·전남대·부산대 같은 지방 거점 국립대로, 지방대에서 또 다른 지역 대학 혹은 서울대로 이동하는 교수 인사이동을 희망자 우선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서울대 교수가 지방 거점대학에 부임해 그 지역 학생들과 연구실을 꾸리고, 동시에 지방대 교수가 수도권으로 이동해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쌍방향 순환’이 필요하다. 연구의 연속성을 고려하면 한 대학에 최소 5년은 머무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참여 교수에게는 승진 가산점, 주거 지원, 연구비 우대, 안식년 우선 배정 등 실질적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강제가 아니라 유인으로 흐름을 만드는 방식이다.

◇미국의 불문율, 그리고 참고할 만한 사례들

이는 허황된 이상론이 아니다. 하버드나 MIT조차 자교 박사 출신을 곧바로 자교 교수로 채용하지 않는 불문율을 지켜왔다. ‘근친 교배’를 막아 학문적 다양성과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장치다. 독일은 아예 자교 출신 채용을 원천 배제하는 ‘하우스베루풍 금지’ 원칙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사람이 이동해야 지식과 시각이 섞이고, 특정 대학에 인재가 고이지 않으며, 대학 서열의 고착화도 완화된다.

교수 한 사람이 이동하면 연구 네트워크, 산학협력 파트너, 대학원생 지도 체계, 나아가 학생들의 취업 기회까지 함께 이동한다. 서울대 교수가 지방에 부임해 그 지역 기업과 새로운 산학 프로젝트를 만든다면 지역 산업 생태계 전체에 파급 효과를 낳고, 지방대 교수가 수도권으로 이동해 축적된 경험을 정책 논의에 전달한다면 균형 잡힌 시각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 이런 흐름이 5년, 10년 쌓이면 특정 대학으로 쏠림은 자연스럽게 완화된다. 또한, 이에 따른 교육의 불평등 해소는 저절로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제도 하나

서울대 10개를 만드는 일은 상징적으로 매력적이지만, 막대한 재정과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우수 교원 확보라는 난제 앞에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반면 국립대학 교수 인사이동 활성화와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작은 제도 변화는 당장 시작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누적된다. 지역균형발전과 교육 불평등 해소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사람이 자연스럽게 오가도록 만드는 현실적인 제도 설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서울대를 열 개 짓는 것보다, 이미 있는 대학들 사이에 사람이 오갈 수 있는 길을 내는 것이 먼저이다.

또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세계의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소위 일류 일류대학에서 학부, 석사, 박사를 학교에서 마치고 그 대학에서 교수를 하는 시스템 속에서 어떤 변화와 발전이 있을지는 눈에 보듯 선하다. 고인 물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썩게 마련인 것은 만고불변의 이치이다.

조덕호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지구촌정신문화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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