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형 객원논설위원·행정학박사
수도권 집중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가장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 지 오래다. 기업과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탓에, 지역에서 심혈을 기울여 배출하는 많은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간다.
이로인해 지방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역경제 침체라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이제 지방 소멸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당수 지역이 이미 직면한 현실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추진 계획은 지방의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1차 이전 당시처럼 기관을 전국에 분산 배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적 연관성을 고려해 한 지역에 집중 배치하겠다는 구상은 지역 성장 거점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지만, 자칫 새로운 지역 간 차별 문제를 불러올 소지가 있어 우려스럽다.
국토균형발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수도권에 인구와 자본, 일자리가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지방은 물론 수도권 역시 주거·교통·환경 문제로 인해 성장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 과제가 된 것이다.
실제 지난 참여정부 시절 추진된 1차 공공기관 이전은 지방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국 혁신도시에 한국전력공사, 국민연금공단, 한국가스공사 등 150여 개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지역인재 채용 확대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물론 한계도 분명했다. 무엇보다 교육과 의료, 문화, 주거 등 정주 여건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상당수 직원이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이른바 ‘주말부부’ 생활을 이어갔다. 혁신도시가 조성됐지만 사람이 정착하는 도시로 발전하는 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도 일부 혁신도시에서는 의료시설 부족, 교육환경 미흡, 문화시설 부족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는 2차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공공기관 노조들이 반발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단순히 기관만 옮긴다고 해서 지역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라는 경험적 교훈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2차 이전 과정에서는 과거의 시행착오를 반드시 되새겨야 한다. 이전에 앞서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주여건 확충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양질의 교육환경과 의료서비스, 문화시설, 교통망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지방 이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대통령이 언급한 ‘집중 이전’ 전략 역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관련 산업과 기관을 집적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금융기관과 금융 관련 공공기관을 묶어 금융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에너지 관련 기관을 집적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은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특정 지역만 혜택을 받는다는 인식이 형성된다면 지역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 현재 전국 지자체들은 공공기관 유치전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어느 지역은 금융기관을, 어느 지역은 에너지 공기업을, 또 다른 지역은 교통·물류 관련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균형발전 정책이 또 다른 불균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역 특성과 국가 발전 전략을 고려한 합리적 배치가 이뤄져야 하며, 정치적 논리나 지역 안배 논란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정부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을 마련해 지역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은 단순한 기관 이전이 아니다.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축을 새롭게 설계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이번 정책이 성공하려면 기관 이전 실적이 아니라 사람의 정착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실질적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지방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 역시 단순한 기관 유치 경쟁을 넘어 산업과 인재, 정주 여건을 함께 키우는 장기적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지역 갈등으로 끝날지는 지금부터의 준비에 달려 있다. 지방 소멸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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