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원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요즘 청소년들에게 공부를 왜 해야 하느냐고 설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느낀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AI에게 물어보면 되고, 몇 줄의 질문만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복잡한 자료도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다 해주는 시대에도 지금처럼 공부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공부의 양보다 무엇을 공부하고, 왜 공부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공부가 있다. 역사와 철학, 예술과 체육, 수학과 과학 같은 공부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읽고 쓰며 생각하는 힘이다. 문자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정보를 분류하고 연결하며 논리적으로 사고한다. 최근에는 글보다 짧은 영상에 빠져 시간 보내는 청소년들이 많다. 이러한 영상 중심의 정보 습득이 지나치게 강화될 경우 깊이 읽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필자는 몇 해 전 이 지면을 통해 생각하는 힘과 질문하는 힘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AI가 가진 방대한 지식도 결국 질문에 대한 답이며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좋은 질문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읽고 생각하고, 의심하고, 다른 사람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제 공부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의 경쟁에서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 창업 교육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최근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에서는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창업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린 나이부터 돈 버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청소년 창업 교육의 본질은 회사를 만들거나 사업가를 양성하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관찰하고 문제를 발견하며,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그것을 실제로 시도해 보는 과정에 있다.
예를 들어 지역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일 방법은 없는지, 장애인이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은 무엇인지, 혼자 생활하는 노인이나 청소년의 외로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문제를 발견했다면 자료를 찾아보고 친구들과 토론하며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한다. 때로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 해결력과 창의력,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과 협업 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특히 창업 교육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실패의 경험이다.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성공하라고 말하면서 정작 실패할 기회는 충분히 주지 않는다. 시험에서도 틀리면 안 되고 진학에서도 실패하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실패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과학에서 실패한 실험도 정답이 아닌 것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다. 청소년기의 실패 역시 마찬가지다.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수정하는 경험을 통해 청소년은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하는 힘을 조금씩 키워간다.
창업 교육은 바로 이러한 실패가 허용되는 교육이어야 한다. 아이디어가 엉뚱해도 괜찮고 사업계획의 현실성이 부족해도 괜찮다. 발표하다 실수할 수도 있고 친구와 의견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왜 안 되었는지 생각하고 다시 시도해 보는 것이다. 청소년기에는 다양한 성공 경험과 실패 경험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청소년시설은 청소년이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안전한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
AI 시대의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빨리 가르칠 것인가에 집중한다. 물론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AI에게 무엇을 물어볼 것인지,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해 볼 것인지 결정하는 능력이다. AI는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지만, 그것을 현실에서 실행하고 사람을 설득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그래서 AI 시대의 공부는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공부로 돌아가야 한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질문하며, 사람들과 협력하고 실패하면서 다시 일어서는 공부이다. 그리고 창업 교육은 이 모든 것을 실제 삶에서 연습해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달서구의 전국 청소년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것도 완벽한 사업계획서나 당장 돈이 될 아이디어만은 아닐 것이다. 세상을 유심히 바라보고 문제를 발견한 청소년, 자신의 생각을 친구와 나누고 서툴지만 한번 해 보겠다고 나선 청소년에게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
AI가 답을 대신해 주는 시대가 왔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교육은 청소년에게 답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를 묻기보다 어떤 질문을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세상에 한번 던져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강창원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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