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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당사자 언론 '뉴스공장'이 MBC·KBS·SBS 대체할 수 있을까

유시민 작가는 지난달 22일 미디어오늘 유튜브에 출연해 “공론장으로서 언론은 존속할 수 없다. 이젠 당사자 언론”이라며 “이론이 됐든 이념이 됐든 나의 것을 가지고 해야 한다. 지금 김어준이 성공한 이유는 진영의 비평가로서 포지션을 확실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 2026년 9월30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갈무리.

유시민 작가는 지난달 22일 미디어오늘 유튜브에 출연해 “공론장으로서 언론은 존속할 수 없다. 이젠 당사자 언론”이라며 “이론이 됐든 이념이 됐든 나의 것을 가지고 해야 한다. 지금 김어준이 성공한 이유는 진영의 비평가로서 포지션을 확실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작가는 이어 “뉴스를 결정하는 과정에 만인이 참여하는 시대에 왔다. 문명의 진보라고 생각하고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 작가가 표현한 ‘당사자 언론’은 ‘공론장 언론’의 반대말로 보인다. 서로 반대되는 주장을 한 공간에서 펼치는 언론 규범은 효력을 다했으며 유튜브 이전에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공정성이라는 기준을 (기성 언론이) 한 번도 지킨 적이 없어요. 지키는 척만 했죠. 그러다가 이게 다 무너져버린 거야. 뉴미디어가 공론장으로서의 언론을 없애버렸거든요. (중략) 지금은 다 당사자 언론이에요.” (유시민 작가)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뉴스공장)은 최근 시사IN이 실시한 ‘2026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신뢰받는 방송 프로그램’ 1위를 기록했다. 이를 놓고 김어준씨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방송에서 뉴스공장을 “유튜브 개인 방송이 아니라 MBC ‘뉴스데스크’, KBS ‘뉴스9’과 동급의 송신탑 없는 지상파로 인식하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오프라인의 지상파들과 겨뤄서 인식의 전쟁터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전 세계에서 ‘겸공’ 하나”라고 말했다. 뉴스공장을 ‘당사자 언론’이라고 규정한다면 대중성이나 신뢰도 측면 모두에서 당사자 언론이 공론장 언론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과 대립 구도 보이는 당사자 언론 ‘뉴스공장’

뉴스공장이 기성 언론과 가장 뚜렷하게 구분되는 지점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기성 언론 역시 언론 규범을 지키는 척만 하며 현실 정치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기자 또는 앵커 개인이 김어준씨처럼 특정 계파의 수장처럼 인식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여론조사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것을 놓고도 김씨와 갈등하는 쪽에선 ‘현실 정치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김어준씨와 이재명 대통령의 대립 구도가 선명해진 것만 봐도 그렇다. 지난달 29일 디시인사이드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엔 서울 충정로역 인근에 위치한 딴지그룹 건물 앞 김어준씨 비판 트럭시위가 열리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옛날식 진영논리 권력구도 꿈꾸나’, ‘비유보다 근거를, 해석보다 사실을’, ‘미래 권력 만들려 마라, 권력은 국민이 만든다’, ‘대한민국 정치는 대형 스피커의 소유물이 아니다. 본분을 지켜라’ 등의 문구가 나왔다. 언론인으로서 정치 행위를 그만하라는 인식이 깔려있었다.

▲ 디시인사이드 2026년 9월29일 올라온 게시물. 현재는 삭제됐다.

김어준씨는 지난 2월 조국혁신당 합당 논란부터 평택을 재선거, 보완수사권 폐지 등 주요 정치 현안마다 특정 계파로 분류되는 지지층의 입장을 대변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국면에선 중립을 지킨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 역시 언론 규범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진영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전당대회가 끝난 후에도 김용 후보가 최고위원에 낙선한 것을 놓고 김씨는 ‘친명이라고 내세우는 것이 자기 정치에 도움이 되는지 의원들이 따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김씨가 소위 ‘친명’ 후보들의 정치적 공세에 반대하기 때문에 이러한 분석을 내놨다는 평가가 많았다. 뉴스공장에 출연하는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다른 방송에서 ‘최고위원 후보들 중에 친명 후보가 많아서 표가 분산이 됐다’며 김씨와 다른 견해를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도 김씨는 지난 한 달 동안 ‘(내부 갈등에 대해) 본인의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알고리즘 필터에 갇혔을 수 있다’, ‘검찰개혁은 상징전쟁이니 요란하게 해야 한다’ 등의 조언을 했다. 원하는 정치적 방향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시도들로 읽힌다. 김씨가 ‘리트윗을 그만해야 한다’고 조언한 뒤 이재명 대통령이 “누군가의 글을 인용하는 것은 그의 모든 과거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리트윗 글을 올려 이 대통령이 김씨 조언에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공론장 쇠퇴가 공론장 필요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김씨가 원하는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적 의도를 가진 ‘플레이어’가 공론장 언론을 대체할 수 있냐는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앞서 김어준씨는 뉴스공장이 지상파에 준하는 인식을 가지게 됐다고 주장했는데, 유시민 작가의 구분법에 따르면 뉴스공장은 당사자 언론, 지상파는 공론장 언론이다. 유튜브로 뉴스 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당사자 언론의 지위는 상승하는 동시에 공론장 언론의 지위는 추락하는 형국이다.

한 언론학 교수는 ‘당사자 언론’이라는 표현에 대해 통화에서 “지사(志士)적 언론관하고도 관련이 있다.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기 주장부터 펼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 근거가 된 사실이 틀린 것으로 드러나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주장만 남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행위는 결국 언론 활동보다는 정치 활동에 가깝다”

▲ 2026년 9월18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갈무리.

KBS 통합뉴스룸국장 출신의 임장원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공론장으로서 언론이 쇠퇴했다는 사실이 ‘공론장으로서의 저널리즘이 필요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당사자 미디어가 자기 진영의 사실과 해석을 그럴듯하게 전달하는 시대가 될수록, 사실을 확인하고 서로 다른 주장을 검증하며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공통의 사실 기반을 제공하는 저널리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임장원 교수는 “‘플레이어 언론’이 현실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과 그것을 저널리즘의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언론은 ‘우리는 아무 편도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방향과 ‘우리는 당신 편이다’라고 선언하는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할 게 아니라, 자신의 관점은 투명하게 밝히되 사실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검증 가능한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당사자성이 신뢰도 보장하진 않는다

김어준씨와 유시민 작가는 ‘문조털래유’로 대표되는 조롱·비하 문화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김어준씨는 민주당 내부에 혐오가 익숙한 ‘일베 세력’이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고 유 작가는 자신을 다루는 기성 언론 유튜브 섬네일이 ‘끔찍하다’고 반발했다. 유튜브나 커뮤니티에서 표현이 자극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기존의 언론 규범이 옅어진 ‘당사자 언론’이 미친 영향 중 하나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사자 언론이 공론장 언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아이러니처럼 보이기도 한다.

▲2026년 9월 22일 미디어오늘 유튜브 '미디오늘내일 라이브' 출연 중인 유시민 작가

당사자 언론의 인기가 공론장 언론의 신뢰도까지 대체해버린 건 아니다. 시사IN의 신뢰도 조사에서 뉴스공장이 ‘신뢰도 1위 프로그램’이라고 나왔지만, 조사 자체가 가장 신뢰하는 프로그램을 주관식으로 묻고 답하는 방식이라 한계가 있다. 뉴스공장을 신뢰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뉴스공장을 불신하는 사람이 많다면, 뉴스공장이 보편적인 ‘신뢰도 1위’ 프로그램이라 하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해당 조사가 신뢰도보다는 대중성, 정체성 등 다른 개념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관련 기사 :

‘가장 신뢰하는 프로그램 1위’ 뉴스공장은 이제 지상파?

]

임장원 교수는 “언론의 신뢰도는 ‘얼마나 중립적인가’보다는 ‘얼마나 정확하고 투명하며 검증 가능한가’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이 자신의 관점이나 가치관을 갖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 관점이 사실의 선택과 검증을 왜곡하지 않는가, 반론과 오류 수정의 기회를 열어두는가 등의 기준에 따라 신뢰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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